무슨 일을 하더라도 대상을 제대로 파악하여야 성공 가능성이 있다. 그것이 단주든, 또는 단주하려는 사람을 돕는 것이든. 대상을 제대로 이해하자면, 먼저 눈을 똑바로 뜨고 응시하고 귀를 기울여 잘 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감각 기능을 극대화시켜 감지 능력을 높여야 한다. 외계를 잘 감지하기 위하여 눈, 귀, 코, 등의 모든 말초 감각기관과 접수한 정보를 해석하는 중추인 신경조직이 모두 제대로 기능해야 한다.
알코올의 가장 큰 효과인 취한다는 것의 의미는 신경계에 대한 영향이다. 신경조직에 대한 효과로 술에 취하면 감각은 둔화하고 지각은 왜곡하기 마련이다. 과음한 세월이 길면 신경 손상이 더 심해져, 술을 끊었을지라도 바로 신경계의 기능이 돌아오지 못하는 수가 흔하다. 중년이 지나 단주를 시작한 경우, 과음 기간이 긴만큼 누적한 손상이 더 많아 단주한지 10년씩 되어도 제대로 느끼고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수가 적지 않다. 특히 사회적 맥락으로.
대상을 제대로 이해하자면 특히 눈과 귀가 중요하다. 단지 보는 견(見)이 아니고 보고 살피고(觀察), 단지 듣는 청(廳)이 아니고 귀를 기울여 듣는다(傾聽)는 뜻이다. 그래서 잘 보고 잘 듣기 위하여 단지 눈, 귀만이 아니라 신경조직이 온전해야 한다. 나아가서는 심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도 안정적이라야 한다. 불안에 휩싸이면 얼이 빠져 아무 것도 모르듯이, 정신적 상태에 의해서 파악 능력은 크게 영향 받기 마련이다. 착각이 흔한 예이다.
정확한 관찰과 경청을 위해서는 대상으로부터 어느 정도 떨어져 있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제대로 느끼고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마음으로부터 평안과 여유가 필요하다. 동시에 자신의 내부에 귀를 기울여 자신의 숨겨진 소망과 기대를 알아차리고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주어진 현실과도 객관적인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긴장을 풀고 가볍게 응시하며 잘 들어야 상대에게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알아차릴 수 있다.평소 생활에서 이러한 점들을 잘 알고 고려하여야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다. 이는 단주를 하고자 하는 본인은 물론, 그의 단주를 도우려는 보호자에게도 퍽 중요하다.
더 잘 보고, 잘 듣고, 제대로 느낀다면 주어진 상황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더욱 잘 파악하게 될 것이다. 대상을 정확하게 파악하여야 모든 과정들을 올바르게 계획하고 매끄럽게 처리하여 성공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아직 단주가 길지 않는 사람들이 자주 겪는 재발과 삶의 굴곡은 따지고 보면 아직 제대로 파악하는 능력을 회복하지 못한 때문인 수가 많다.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조급하게 판단하고 결정한 때문이다. 이 점은 보호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감정적 여유가 없어 환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단지, 재촉하고 서두르기만 하여 오히려 회복에 방해가 되는 수가 있다는 뜻이다.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신정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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