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가 바라본 세상>

수능최저학력기준 논란을 바라보며

지역내일 2012-11-09

# 지난 10월 30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개최한 주요 대학 입학처장 간담회에서 2014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전형의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낮출 것을 권고했다. 대학 입시에서 수능의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줄인다는 교과부 정책의 일환이다.
교과부의 권고에 잇따라 지난 11월 1일에는 서울대가 2014학년도 대입 전형을 발표했는데 수시 일반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했다. 서울시립대는 이미 수시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지난 5일 2016학년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한 발짝 물러섰다. 이에 따라 서울시립대는 2014학년도에는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만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고 논술전형에서는 유지된다. 서울대 발표에 이어 각 대학들은 11월 30일까지 대교협에 2014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대학별 수능최저학력기준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그럼, 왜 이렇게 수능최저학력기준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일까. 그 주요 원인은 2014학년도 수능이 A·B형으로 나누어 출제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 2014학년도 수능은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이 A·B형으로 나누어 수준별로 처음 출제된다. 현 수능에서도 난이도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에서 나누어 출제되는 2014 수능의 난이도 조절과 변별력은 가늠하기 어렵다. 또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낮추게 되면 대학은 논술이나 면접 등 대학별고사의 변별력을 높여야 하는 부담도 생긴다. 더구나 최근 어려운 논술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고교 교육과정 범위 내에서 출제하는 쉬운 논술의 경향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수시가 확대되고 대학별 고사도 쉽게 출제해야하는 상황에서 우수 학생들을 선발해야하는 대학들의 입장으로 보면 수능은 포기할 수 없는 전형요소이다.
그렇다고 상위권 대학에서 현재의 높은 기준을 고집할 수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는 수능의 입시영향력을 낮춰 공부부담을 줄여주고자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다. 입학사정관제 등 수시전형의 확대, 영역별 만점자 1% 수준의 쉬운 수능, EBS 70% 연계 등을 실시했고, 수능 수준별 출제(A·B형)는 2014학년도부터 실시한다. 그런데 A·B형으로 나눈 수준별 출제로 과목별 상위 등급 인원은 훨씬 줄어들게 되고 그에 따른 수능의 입시영향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능최저학력기준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 현재 대부분의 중·상위권 대학은 수시에서 엄격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일부 상위권 대학의 경우 최저학력이 아니라 최고학력 기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동안 수시에서 수능의 영향력은 상당했다. 내신 성적이 좋고 논술실력이 좋아도 수능 최저등급을 맞추지 못해 수시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 기준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2014학년도 수시에서 수능의 변별력은 훨씬 더 커진다. 영어 과목을 예로 들면 기존 수능에서는 60만 명의 수험생이 같은 시험에 응시했고 1등급은 대략 4% 수준인 2만 4천 명 정도였다. 그런데 2014 수능에서는 예체능계열 약 10만 명과 7등급 이하(하위 23%) 약 10만 명이 쉬운 A형을 응시하게 되면 B형 응시자는 약 40만 명이 남게 되고 1등급 인원은 1만 6천 명 정도로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상위권 대학 수시 일반전형 우선선발의 기준인 1등급의 자격을 갖추는 인원은 현저히 줄어들고 경쟁률도 낮아져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국어 과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와 같은 수능의 영향력은 수학, 탐구 과목의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자연계열보다는 국어, 영어, 수학, 탐구 과목의 등급을 골고루 반영하는 인문계열에서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볼 때 국어와 영어의 최저등급은 낮아져야할 것이다.


# 그렇다면 서울대의 수시 일반전형 수능최저학력기준 폐지는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서울대의 그동안에도 수능최저학력기준으로 2개 영역 2등급 이상 정도를 요구해, 2~3개 영역 1등급 이상을 요구해온 상위 사립대보다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왔다. 더구나 의예과를 제외한 자연계열의 경우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이미 적용하지 않고 있다. 또한 난이도를 문제 삼고 있는 논술도 수시에서 치르지 않는다. 학교 내신 성적 중심으로 선발하는 지역균형선발을 제외하면 수시에서 수능은 이미 변별력이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으로 서류평가를 치밀하게 실시해 우수한 학생들을 1차 선발하는데, 서울대를 지원하는 학생 정도면 내신도 우수하고 웬만한 교내외 스펙은 기본적으로 여러 개씩 갖추고 있어 타 대학에 비해 우수성을 평가하기도 수월하다. 거기에 2차로 구술 면접을 실시해 평가의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서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생들의 우수성 평가가 쉽지 않은 중·상위 대학의 경우 수능을 통한 평가의 객관성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 끝으로 잦은 입시제도의 변경과 교과부의 뒤늦은 권고에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는 대학과 수험생들의 입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2014학년도 수능 개편안은 3년 예고제에 따라 2011년 1월에 발표됐다. 하지만 수능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는 내용뿐이었고 실질적으로는 지난 5월 17일 예비시행을 통해 그 유형을 처음 접할 수 있었다. 또한 서울대를 제외한 타 대학들의 전형은 이달 말이 되어야 윤곽을 드러낸다. 당장 내년에 치를 입시에서 수험생들은 어떤 과목에 집중하고, 어떤 선택과목을 준비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대학들의 발표만 목 빼고 기다리고 있는 격이다.
입시의 다양한 전형요소를 입체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해결하는 방식으로는 수험생의 혼란만 가중시킨다. 안정적이지 못한 입시제도 속에서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억울한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수험생이 많아질수록 재수생은 늘어나고 그에 따른 사회적 손실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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