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책> ‘내가 살인범이다’

반전의 묘미 돋보이는 대국민 사기극

지역내일 2012-11-09

영화 ‘살인의 추억’에 이어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가 8일 개봉했다. 공소시효가 끝나 범인을 찾지 못한 채 종결된 충격적인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스스로 세상에 나온다는 발상으로 시작된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는 그 발상만큼 반전의 묘미도 돋보였다.


스타가 된 연쇄살인범 VS 범인을 용서할 수 없는 형사
15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곡 살인사건은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한 채 공소시효가 끝난다. 그리고 2년이 지난 2007년, 이두석(박시후)은 스스로 연쇄살인범임을 밝히며 살인사건을 속속들이 공개한 책 ‘내가 살인범이다’를 출간한다. 이두석은 속죄의 마음을 담아 책을 썼고 책을 통해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범인을 잡기 위해 혼신을 다했던 사건 담당 형사 최형구(정재영)는 어쩌면 이두석이 책을 쓰기 위해 연쇄살인을 저질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그의 거동을 살핀다. 더구나 범인은 자신의 얼굴에 끔찍한 상처를 남겼고 피해자 유가족과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원한도 갖고 있어 법을 떠나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이두석은 책의 출간과 함께 일약 스타덤에 오르고 그를 둘러싼 유가족들의 복수전과 최형사의 추적이 전개되면서 사건의 전말은 뜻밖의 양상을 드러내며 관객들의 허를 찌른다.


화려한 액션과 ‘시후앓이’에 다시 불 지핀 표정 연기
영화는 시작부터 화려한 액션으로 박진감이 넘친다. 살인범을 쫓던 15년 전과 공소시효가 끝나는 시점이 교차하는 선술집 장면은 화려한 추격 액션신이 더해지며 관객들에게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배우 정재영의 숨 가쁨이 고스란히 관객에게 이입된다. 영화에서 두 차례 선보이는 카체이싱 장면은 과감한 액션이 더해져 신선하게 다가온다. 아쉬운 점은 카체이싱이 다소 길어 약간의 지루함을 준다는 것.
화려한 액션신과 더불어 박시후의 표정 연기는 드라마 ‘공주의 남자’로 ‘시후앓이’를 앓았던 관객들의 가슴에 또 다시 불을 지핀다. 박시후는 그동안 드라마 ‘가문의 영광’, ‘역전의 여왕’, ‘공주의 남자’ 등에서 보여주었던 로맨스 이미지에서 벗어나 첫 영화인 이번 작품에서 훈훈한 외모에 숨어있는 차갑고 비열한 살인마의 전형을 잘 보여주었다.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이두석의 표정이 혼란스럽다. 책 표지의 눈물 머금은 표정은 속죄보다는 깊은 슬픔이 묻어나고, 순간순간 그의 얼굴에 번지는 옅은 미소는 악마의 미소 같다가도 때때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두석의 표정에 대한 궁금증은 영화의 막바지에 화려한 반전과 함께 풀린다.


외모지상주의와 그릇된 팬덤 문화는 또 다른 볼거리
출판기념 기자회견장에 앉아 있는 이두석은 도저히 살인범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미모를 지녔다. 거기에 부드러운 어조의 수려한 말솜씨는 대중들의 머릿속에 ‘용서’라는 두 글자를 각인시킨다. 이어진 그의 유가족에 대한 사죄와 기부활동에 대중들은 법적인 면죄부만이 아니라 가슴으로 면죄부를 부여한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스타덤에 오르며 장삿속 사기극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오히려 대중들은 그가 진범이길 바라며 응원한다. 외모지상주의와 그릇된 팬덤 문화는 자신들이 만든 스타의 작은 도덕성을 덮기 위해 더 큰 도덕성을 문제 삼지 않는 것이다.
만약 살인범 이두석이 잔혹한 범죄에 어울릴만한 흉악한 외모에 거친 말투와 행동의 소유자였다면 어땠을까. 대중은 그의 스토리와 속죄를 믿어줄 수 있었을까. 오히려 공소시효가 길어져야 한다는 논란이 더욱 거세지진 않았을까. 형사와 유가족이 공범인 대국민 사기극 덫에 걸린 진범의 참혹한 최후를 가슴아파한 관객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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