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개월간 대입 수험생들을 위한 수학 문제 풀이 전략을 연재하였습니다. 나름대로 공을 많이 들였으나 부족함 또한 컸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강의를 한다는 것과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많이 다르고, 저 자신이 더 많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보았습니다.
2012년 1월 12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수학교육 ‘수학 교육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였습니다. 주된 골자는 암기와 문제 풀이 위주에서 사고력·창의력을 배양하는 수학 학습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겠다는 것입니다.
유네스코가 2000년을 ‘수학의 해’로 선포한 것은 미래 발전의 원동력이 수학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봅니다. 주요 선진국들도 수학 교육을 강화시켜 국가 발전의 디딤돌로 삼으려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일본은 수학 수업 시수를 대폭 확대하였으며, 독일은 수학 및 수학 교육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국제적 수준에 부합하는 교육 과정을 수립하여 매우 빠른 속도로 교육 현장에 정착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수학은 주요 교과목으로 중 하나로 학교 교육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지고 있으나, 지나치게 입시에 치우쳐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수학 수업 및 평가가 수학 지식 암기 및 문제 풀이 위주로 이루어져 창의적 인재 육성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부모님들의 높은 교육열과 과도한 학업 성취 경쟁으로 학생들은 학교와 사교육을 통해 공부는 많이 하지만 학습 동기는 낮고 창의력과 응용력이 향상되지 않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수학 교육의 현실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대학 입시 때문에 마지못해 등 떠밀려해야 하는 공부가 수학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매우 강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탈피하고자 교과부가 수학 교육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였는데, 필자의 입장에서는 기대 반 걱정 반 입니다.
늦기는 하였지만 입시 위주의 수학을 벗어나 사고력, 창의력을 기르데 중점을 두겠다는 것에는 교과부의 방침은 학교에 신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초·중·고 학습은 소위 명문대 입학을 위한 대학입시에 종속된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걱정이 앞섭니다.
대학 입시가 다양화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수학능력시험은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따라서 학교 수학은 수능에서 고득점을 획득하는 데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입시체계의 근본적 변화가 없다면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은 교육 현장과 동떨어져 겉돌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수학 교육 선진화 방안이 공고되었을 때 필자는 국가 공인 영어 시험(NEAT)을 시행한다는 발표가 났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아직 구체적 세부 시행 계획이 발표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사교육을 중심으로 학교 영어 교육을 흔들었던 씁쓸한 기억이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수학 교육 선진화 방안으로 교과서가 스토리텔링 형태로 바뀐다고 하자 NEAT 시행 계획 발표 때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사교육은 스토리텔링 수학 교재와 교육 과정을 개발했다고 광고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성적 중심의 학교 수업과 서열화된 명문대 입학을 위한 입시로 귀결되어지는 교육 현실을 볼 때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결국 새로운 사교육을 유발할 것 같아 걱정이 앞섭니다.
정부가 새로운 수학 교육 과정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간단히 말해서 학생들의 이해력, 사고력, 창의력을 배양하겠다는 것입니다. 스토리텔링 수학은 수식과 문제 풀이 위주의 교과서를 이야기 중심으로 바꾸어 다양한 현상들 속에서 수학을 탐구할 수 있도록 바꾸겠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수학 교육과정를 학생들이 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의 글을 읽고 이해하는 문해률은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1994년 OECD 사무국의 성인 문서 해독 능력 측정도구를 우리 국민에게 적용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학구열과 대학 진학률을 자랑하는 우리 국민들의 실질 문해률은 OECD 국가 중 꼴찌권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조사 대상 4명 중 3명은 새로운 직업에 필요한 정보나 기술을 배울 수 없을 정도로 일상 문서 해독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여년 전 조사 결과가 이 정도이므로 지금은 더 상황이 악화되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부모님들은 새로운 수학과 교육 과정에 자녀를 성공적으로 적응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책 읽는 습관을 갖도록 지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책을 읽고 스스로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주지 못한다면 또 다시 학생들을 사교육에 의존시킬 수밖에 없겠지요.
이번호부터는 매주 “이야기로 풀어가는 수학 세상”을 주제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내일 신문에서 쉽지 않은 이러한 기획들을 하는 이유는 새로운 수학 교육과정에 맞추어 부모님과 학생들에게 좀 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자하는 의도이겠지요. 독자 여러분의 눈높이와 내일 신문의 의도를 얼마나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독자 여러분의 질책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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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광고등학교 교사 신인선
고려대학교 수학교육과 졸
70일간의 수학여행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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