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서는 - 용인 구성중학교 ‘사랑의교복나눔행사’

지역내일 2012-11-04 (수정 2012-11-04 오후 9:32:02)


나에게 온 선배교복, 멋지지 아니한가~!



                                                        구성중학교 학부모회


늦가을 햇살이 유난히 반짝이던 10월의 마지막 금요일.
용인 구성중학교 운동장에서는 청명한 가을볕을 배경으로 학생들의 함박웃음이 연방 터져 나온다.
올해로 11번째를 맞은 가을 축제 ‘솔뫼제’ 행사가 한창인 가운데 ‘나가수’를 뺨치는 노래경연부터 댄스, 밴드공연 등 그동안 감춰뒀던 실력들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중.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요란한 박수와 함성으로 축제에 호응하는 학생들은 환자, 저승사자, 동물복장 등 톡톡 튀는 코스프레로 개성을 드러내며 가을 축제의 열기에 빠져있다.
여느 축제와 다름없는 이날, 학교 건물 한편에선 이색적인 행사도 함께 진행돼 관심을 모았다. 작거나 필요 없는 교복을 교환해주고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사랑의교복나눔행사’가 열렸던 것. 구성중학교 학부모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는 축제만큼이나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호응 속에 치러졌다.







구성중 학부모회 주관으로 마련한 교복 알뜰 장터
“작년 시범적으로 운영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좀 더 적극적으로 나눔 장터를 열어보자 얘기를 나눴어요. 그 덕분인지 다섯 배나 많은 교복이 수거되는 등 첫 출발부터 호응이 좋았죠.” 행사를 주관한 구성중 학부모회 회장 김영미(51)씨의 설명이다.
실제 이날 나눔 장터엔 기증되거나 수거된 500여 피스의 교복이 세탁을 마친 후 말끔히 전시돼 마치 일반 교복매장을 방불케 했다.
이렇듯 많은 교복을 수거ㆍ판매할 수 있었던 것은 구성중 학부모회 회원들의 보이지 않은 공력이 발휘됐기 때문.
“한창 성장기인 아이들은 한학기만 지나도 훌쩍 자라나 교복이 작아진 경우가 많잖아요. 중3 학생들은 이제 여름 교복이 필요 없는데 장롱에 박혀 있다가 버려지면 그만인 옷들을 후배들을 위해 내놓고, 반대로 후배들은 값진 교복을 저렴하게 얻을 수 있으니 만족감이 커질 수밖에요.”
나눔 행사를 기획한 학부모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장인 김미경(50)씨 역시 중3 자녀의 작아진 교복을 기증하며 행사의 의미를 덧붙인다.
학부모회 회원들은 열흘 전부터 학교의 빈 공간을 빌려 교복수거를 시작하며 행사의 전반을 도맡았다. 작아진 교복을 찾아 가져올 학생들의 수고를 보상해 주기위해 맛난 과자꾸러미를 만들어 교복과 교환해 준 것은 엄마 마음이라 가능했던 이심전심.
“알록달록한 과자와 사탕, 초콜릿을 꾸러미로 만들어 건네주니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더러는 입고 있던 옷까지 벗어서 가져올 만큼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있었죠. (웃음) 처음 3일만 수거하려던 계획을 더 연장해 받을 만큼 교복을 기증한 학생들이 줄을 이었어요.”
예산금액보다 초과해 과자를 사오고 포장을 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는 2학년 학부모회 신성애(41)씨의 감회다.







500여 피스 수거ㆍ세탁해 저렴하게 판매, 호응 높아
구성중학교의 교복 나눔 장터는 학부모회의 자발적인 운영과 경비로 진행한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교육청에서 학부모 모임에 지원해주는 금액으로 행사비를 충당할 수 있었어요. 작년에 저희가 운영을 투명하게 잘해 올핸 조금 더 많은 지원금을 받았거든요. 그래도 수고비 하나 없이 수작업으로 이름표를 떼고, 옷을 분류하고, 과자 포장을 하는 등 며칠을 함께 고생해준 학부모회 엄마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조용하면서도 명료한 리더십을 발휘한 김영미 회장과 5명의 학부모회 회원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행사의 의미를 전했다.
행사 당일, 수거된 500여 피스의 교복은 인근 세탁소에 맡겨 깨끗이 드라이를 끝내고 옷걸이에 비닐커버까지 씌우니 새 교복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다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다보니 아무리 재활용 장터라도 헌 옷처럼 보이게 할 순 없었단다. 깨끗이 손질된 교복이 진열되고 나눔 장터 공지를 알린 솔뫼제 당일.
예상보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아침 일찍부터 찾아와 교복나눔장터에 대한 높은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셔츠와 블라우스 3천원, 바지와 치마는 5천원, 재킷은 8천원 등 세탁비와 과자비용을 충당할 만큼의 최소금액을 적용해 판매를 개시했다.
교복을 기증하고 교환권을 받아간 학생들에게 우선권을 주고 일반 학부모들은 순차적으로 입장시키는 등 원칙을 정해 좀 더 많은 학부모에게 알뜰 혜택을 주려 노력한 점도 돋보였다.







졸업식 이후 다시금 교복 나눔 장터 계획
이날 장터를 찾은 중2 손자를 둔 할머니는 “겨울 교복 한 벌을 장만하려면 최소 20만 원 이상은 줘야 하는데 여기 와서 1만 6천원에 장만했다”며 “엄마들이 이런 좋은 행사를 마련해줘 가계에 큰 보탬이 됐다”며 흐뭇해했다.
본인 옷을 사러온 1학년 현준희 군도 “교복이 조금 작아져 미리 사러 왔다”며 알뜰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정태회 교감은 “행사 중 남은 교복은 학기 중에 전학을 오거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전해줄 예정”이라며 “학부모회가 좋은 취지의 행사를 자발적으로 마련해 줘 감사할 따름”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열띤 참여로 이날 행사에서는 총 400여 피스의 교복이 팔렸고 호황 속에 막을 내릴 수 있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구성중 학부모회는 중3학생들의 졸업식 이후 다시금 나눔 장터를 열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동복 구입비용이 가장 큰 점을 감안, 후배들이나 예비 신입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교복을 장만할 기회를 마련해주고픈 생각. 이를 통해 지역 사회에 의미 있는 교복 나눔 전통을 이어가고 싶다며 살뜰한 취지를 덧붙였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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