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과음한 사람이 처음으로 술을 끊고자 할 때에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회복의 모든 단계를 거치는 동안 누적된 뇌의 손상은 자신이 아무리 잘 대처하려고 애써도 모든 사안에 대한 바른 평가와 판단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뇌 기능이 점차 회복하면 부인과 자녀들에게 준 상처와 고통을 느끼고, 자신을 바로 세우고, 가족들과의 관계를 다시 복원하려고 애쓴다. 지금의 망가진 인생이 결코 자신이 지난날 꿈꾸며 바랐던 삶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며 후회한다. 과음하며 살아오는 동안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열망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새삼 자각하고, 어떻게든 술을 이겨내서 자신이 원하던 것을 이루고, 원하는 삶을 찾으려고 한다.
이런 열망으로 처음에는 알코올중독과 회복에 대하여 공부하려는 열의가 가득하다. 앞으로의 계획도 너무 치밀하게 세운다. 매사에 너무 완벽하려 하여 누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왜 등등으로 매사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준비한다. 과음하는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방식이 문제였던 만큼이나, 이러한 모습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결국에는 본인도 지치고, 주위 사람들도 힘들어하기 마련이다. 이런 모습은 사실 뇌 기능의 손상과 더불어 항불안제로 작용하는 알코올이 더 이상 조달되지 않아 불안이 더 증폭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해결책은 무조건 술을 끊는 것이다. 자신이나 상대방, 또 여건과 환경에 대해 아무리 깊이 생각해 보았자 부처님 손바닥 안의 손오공 격이다. 아직은 제대로 보고 듣는 것이 어려워 파악이 어렵고, 아직은 너무 협소한 고정관념의 틀 안에서 무언가를 해결하려 하므로,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리가 없다.
주위의 도움과 지지를 받아들여, 웬만한 것은 그들을 믿고 맡기는 것이 훌륭한 전략이다. 대부분이 불안하여 자기가 모두 알아야 하고, 자기가 해야만 마음이 놓이는 수가 흔하나, 자신이 능히 할 수 있는 일과 반드시 해야 할 최소한의 일만 하면 된다. 이중에 가장 첫째로 할 일은 무조건 술부터 끊는 일이다. 모든 일이 그 다음다음이다. 그렇게 술을 끊고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제대로 보이고 제대로 들린다. 그런 후에야 제대로 이해되고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자신에게 정말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매우 겸손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단지 과음만이 문제의 전부가 아니다.
이 과정이 모두 힘들고 고달프다. 그래서 자신을 지지할 수 있는 가족이 중요하다. 단주 모임의 동료들도 그러한 사람들이다. 알코올상담센터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도 소통과 연결로 같은 역할을 한다. 솔직하게 자신이 현재 겪는 어려움을 글로 올리면 그 표현만으로도 해소가 되고, 동료들의 답글도 매우 위안이 된다. 누가 어떤 글을 올릴지 궁금해 하는 동안 하루를 또 견딜만하다. 쉽게 중독을 이기는 사람은 없다, 매일매일 견디며 무조건 끊을 뿐이다.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신정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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