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눈만 뜨고 나면 성폭력 관련 사건·사고가 터진다. 더 이상 학교, 집도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 특히, 아동성폭력 사건을 접할 때마다 부모들의 불안감과 걱정은 날로 증가한다.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의 위촉강사로 성폭력예방강의를 하고 있는 함수미(43, 내손동)씨를 만나 성폭력 예방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연령에 맞게 맞춤 강의… 실질적 위기 대처법 위주로
안양시 비산동에 위치한 보육원 ‘평화의 집’. 함 씨는 성폭력예방 강의 준비에 한창이다. 파워포인트 화면은 기본이고, 손 인형, 색연필· 가위 풀 등 미술시간 준비물인가 싶을 정도다. 성폭력 예방 강의라고 해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예상했던 리포터는 강의 준비물을 보고 내심 놀랐다.
평화의 집 요청으로 초등 저학년 대상 성폭력예방교육을 하기 위해 왔다는 함 씨는 “아이들은 성폭력 교육을 많이 받아서 웬만한 내용은 잘 안다”며 “문제는 직접 맞딱뜨렸을 때 대처가 안된다 는 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럿이 같이 할 때는 대답을 잘 하는 것 같지만 막상 혼자 시켜보면 쭈뼛대며 어찌 할 줄 몰라 한다”며 “이럴 때 인형을 통해 아이들과 일대일로 상황시연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말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보육원 등 시설에 있는 아이들은 부모와 떨어져 있어 일반 아동에 비해 성폭력 환경에 노출 되기가 쉽기 때문에 더욱 성폭력 예방 강의가 필요하다고.
함 씨도 보통 엄마들과 다르지 않다. 아들만 둘을 둔 함 씨는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제대로 알고 알려줘야겠다는 마음으로 2010년 안양 나눔여성회에서 진행하는 여성가족부 지원 양성평등강사 과정을 수강하게 되었다”며 “공부를 하다 보니 우리 아이들 뿐 아니라 남의 아이들에게도 내가 아는 것을 나누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강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함 씨는 나눔여성회를 통해 봉사강의를 시작으로 현재는 역량을 인정받아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에서 위촉한 성평등 강사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함 씨는 “강의를 하다보면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며 “처음엔 대답도 못하고 우물쭈물 해 하던 아이들이 강의가 끝날 때면 대답도 잘 하고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서워… 상황따라 대처법 달라야
강의를 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부모들의 무관심과 잘못된 정보라고 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아져 지식적으로는 많이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들은 오히려 걱정만 앞서지 제대로 된 대처방법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더욱이 ‘남의 일’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아서 인지, 부모교육의 참여율이 저조 하다고 했다. 함 씨는 “아이들의 최우선 보호자는 부모”라며 “부모가 제대로 된 지식과 정보를 알고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 교육이다”고 말했다.
함 씨는 "‘도가니’ 영화를 계기로 사회적 파장이 일면서 법령도 바뀌고 사회적 인식이 바뀌었다“며 ”교육패턴도 변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낯 선 사람 보다는 아는 사람, 무조건적인 ‘안돼요! 싫어요!’가 아닌, 상황에 따라 대처방법이 달라야 한다”며 “‘아는 사람’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적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네 놀이터에서 한 두 번 봐서 낯이 익다고 아는 사람은 아니다”며 “부모님의 허락 하에 만나고 따라가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혼자 다니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잘 못 알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대부분의 사람이 위급한 상황에서는 소리를 질러야 한다고 알고 있는 것 인데 사실은 소리를 질러서 목숨을 잃은 경우가 많다고 했다. 따라서 가장 소중한 것은 목숨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있을 때와 없을 때를 구분해 소리를 지르고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함 씨는 “‘설마 내 아이는 괜찮겠지’ 라는 생각은 어리석은 생각”이라며 내 아이 뿐 아니라 남의 아이도 같이 돌보는 심정으로 지역사회가 같이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현주 리포터 nashu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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