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입원 초기에 보호자가 할 일

지역내일 2012-10-06

 


과음의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결국에는 정신과에 입원하게 된다. 스스로 입원을 결정한 경우도 있으나, 대개는 가족들의 강요에 마지못해 반강제적으로 입원한다. 이러한 과정이 너무 힘들어 가족들 또한 심한 감정적 고통을 겪기 마련이다.
가족들의 그러한 감정적 혼란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 가족들의 불안정한 감정적 태도는 환자가 진료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신과적 치료는 다른 질환의 치료와 퍽 다르다.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아도 일단 투약하고 시술하면 그 효과가 발휘되는 내과나 외과의 진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단주 치료는 본인이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여야만 시작할 수 있다. 술을 끊으려는 마음으로부터의 동기가 우러나와야 하기에, 초기 치료의 많은 노력은 사실 여기에 더 초점을 맞추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가족들도 지난날과는 획기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맹목적으로 지난날의 방식으로만 단주를 기대하는 수가 많다. 가족들도 이 정신과적 질환의 본질에 대하여 환자인 당사자만큼이나 잘 모르기 때문이다. 마치 울고 떼를 쓰며 저항할지라도 붙잡고 강제로 주사를 놓고 칼로 째면 병이 낫는 것처럼 단주 치료를 이해한다. 병원에서 잘 알아서 하면 바로 단주할 것처럼 환상적으로 기대한다.
보호자가 그런 마음으로 입원시켰다면, 그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환자가 더 잘 안다. 아무런 효과가 없을 텐데 큰돈을 들이고 가족들을 또다시 실망시키는 것이 두려워, 내내 퇴원만을 요구하고 입원 생활을 무의미하게 보내기 일쑤이다.
입원시키고도 병원과 치료진을 믿지 않는 가족들이 적지 않다. 환자를 비롯하여 평소에 신뢰적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오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가족은 치료진과 함께 환자의 마음의 한편에 숨어있는 단주하려는 건강한 의지와 굳은 동맹을 맺어 알코올의존이라는 괴물과 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눈치 빠른 환자는 바로 그 틈새를 이용한다. 보호자의 이러한 행동거지는 반치료적이다.
병원에서 환자는 도움의 손길을 받는 것이다. 훈련된 전문가들과 최적의 방침에 따라 살며 배우는 것이다. 지혜로운 가족이라면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믿고 맡겨야 한다. 보호자로서 몰랐던 것과 모자랐던 것을 깨닫고, 해야 할 것을 한다. 특히 가족집단치료에 꾸준히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늘 해야 할 것을 하지 않고,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은 꼭 챙기면서 단주를 더 힘들게 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특히 단주 초기에.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신정호 소장(원주연세대 기독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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