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학과공부를 보충하기 위해 땀 흘린 여름은 분명 보람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찾아 남들이 하기 힘든 특별한 경험을 하고 호연지기를 쌓는 것은 평생 남을 재산이 아닐지. 교사의 꿈을 미리 체험해보겠다고 지리산 청학동 마을로 찾아가 머리 땋은 산골 아이들을 가르치고 온 친구부터 지리산 종주를 한 여학생까지 책을 통해서는 미처 경험하기 힘든 세상을 맛보고 온 친구들이 있다. 그런데 각각 나름 다른 일행들과 그리고 다른 경험들을 한 그들 중 몇몇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바로 몇 해 전 같은 반에서 같은 선생님으로부터 꿈과 열정을 배운 친구들이라고.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세계 청소년들과 함께한 일주일간의 열정
여수국제청소년축제 청소년 취재기자 - 한결(월촌중3), 김태리(성보중3)
지난 7월 24일 전라남도 여수에서 제12회 여수국제청소년축제 오리엔테이션 및 발대식이 열렸다. 여수 엑스포 기간 중이던 7월 24일부터 7월 29일까지 국내외 청소년 참가자들은 국제문화교류캠프, 청소년축제 환경포럼 참가, 해양레져스포츠 체험 같은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축제의 장을 마련했었다고 하는데. 이번 제12회 여수국제청소년축제에서 청소년 취재기자로 참가했던 월촌중학교 3학년 한결(16)양과 성보중학교 3학년 김태리(16)양을 만나보았다.
한결, 김태리 학생은 초등학교 시절 청와대 ‘푸른누리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푸른울림’이라는 봉사단체를 만들어 함께 했던 인연으로 만난 친구들이라고 한다. 한결양은 “여수국제청소년축제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취재계획서와 동기 등을 심사해서 5명의 취재기자를 선정하였는데, 저와 태리가 선발되어 좋은 경험을 같이 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특별한 여름방학 사연을 전한다.
여수시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청춘, 미래로 움직이는 섬들’이라는 슬로건 아래 국내외 청소년들이 여수 도심과 전역을 문화 예술 작업 스튜디오화 하는 참여형 축제로 기획되었다. 김태리양은 ‘우리나라 최초로 시도되는 참여형 워크숍 축제였다. 특히 이번 여름에는 국내외 참가자들이 창의성을 바탕으로 청소년들 스스로 청소년 문화를 만들고 체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무척 보람 있었다’고 소감을 전한다.
몽골, 러시아, 미국, 영국, 필리핀 등지에서 온 각국의 친구들과 함께 여수 인근의 아름다운 자연도 감상하고 여수 엑스포의 여러 전시관도 관람하며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고. 400여 명의 국제청소년교류단과 하나가 되어 플래쉬몹이나 열기구 체험, 심리검사 등에 참여하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고 한다. 특히 마지막날에 열린 여수국제청소년축제 환경포럼인 ‘하나의 지구: 지속 가능한 발전과 청소년의 역할’ 은 이들에게 많은 깨우침을 주었다고 하는데. 현재 지구가 처한 심각한 환경문제들과 이에 따른 지속 가능한 발전의 전개과정을 알아봄으로써 세계 여러나라에서 환경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는지도 알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국적, 언어, 생김새가 달라도 우리는 하나이며 서로 웃고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기뻤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함께 우정을 나누고 숨겨둔 끼와 재능을 마음껏 발산하면서 생각과 마음을 넓힐 수 있었던 경험이 무척이나 귀중하게 느껴졌습니다.” 기자 자격으로 축제에 임한 덕분인지 행사를 바라보는 자세가 무척이나 진지하다. “이번 축제에 참가하면서 지속가능한 환경순환, 공정한 경제에 대한 관심, 타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 창의성을 위한 나의 혁신 등 여러가지 나의 조그마한 노력 하나로도 세계가 변화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또한 세계 각국의 많은 참가자들을 만나며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전세계가 하나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던 소중한 여름방학이었습니다.” 소감을 말하는 한결양의 다부진 이야기 속에서 우리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우리가족 지리산 종주
산에서 만난 나의 꿈 - 곽다솔(신목고2), 곽다운(월촌중3)
이번 여름방학 동안 곽다솔(신목고2), 곽다운(월촌중3) 자매는 부모님과 함께 지리산 종주를 경험하였다. 유난히도 더웠던 올여름, 그냥 걷기에도 숨이 막히던 8월 2일부터 5일까지 3박 4일 동안을 온전히 지리산 대피소에 머물면서 지리산의 기운을 느끼고 돌아왔다고 하는데. 처음 지리산 종주를 계획하게 된 동기는 언니 곽다솔(18)양이 좀 더 의미있는 여름휴가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에서 제의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아버지 곽용식(47·양천구 목동)씨는 일 년에 한두 번씩 정기적으로 지리산을 가는 지리산 마니아다. 언니 다솔양은 “아빠가 뒷산처럼 늘 자주 가는 곳이었기 때문에 지리산 종주를 쉽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지리산에 올라 보니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었습니다.”라며 힘든 경험을 이야기 한다. 다솔양은 산에 올라서서 넓은 하늘과 끝없이 펼쳐지는 산자락을 굽어보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전한다.
한번 올라가면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지리산 종주의 특징이다. 봉우리마다의 특색이 확연하고, 아름답고 다양한 경치에 취해 오르면 오를수록 기대를 갖게 만드는 것이 지리산의 매력. 두 자매는 가족들과 함께 산을 오르며 자연에 몸을 맞기고 자연과 하나 되는 경험을 하고 온 것이다. 보통 우리나라 중고생이라면 잠깐이라도 손에서 책을 놓았을 경우 본인 뿐 아니라 부모님이 더 불안에 떨게 된다. 하지만 다솔, 다운양의 부모님들은 ‘책 몇 장을 더 보는 것보다는 자연 속에서 겸허한 마음을 익히고 호연지기를 기르는 것이 더 가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한다.
다솔, 다운 가족이 선택한 종주코스는 주능선 종주(성삼재-중산리33.4km)라고 했다. 가족은 영등포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구례역까지 약 4시간을 달려 도착한 후 구례역에서 성삼재를 거쳐 노고단대피소에서 지리산 첫날밤을 보내고 둘째날 피아골삼거리와 임걸령, 노루목, 화개재, 토끼봉, 연하천대피소, 형제봉을 거쳐 벽소령대피소에서 두 번째 밤을 지냈단다. 칠선봉과 연하봉을 거쳐 마지막 밤을 장터목 대피소에서 묵고 중산리 매표소를 거쳐 종주를 마쳤다고. 다솔양은 ‘산장에서 머무는 동안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들과 함께 밤을 보내며 마음을 나누고 자연을 품을 수 있었다’고 한다.
“대피소까지 가야만 쉬거나 잘 수 있어서 무조건 가야만하는 산행이었습니다. 가족이 함께 산행을 하니 나로 인해 다른 가족이 쉴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어도 투정을 부릴 수 없었습니다.”라고 둘째 다운양이 이야기한다. 중학교 여학생으로서 만만치 않은 경험이었을 테지만 자연을 품고 왔던 덕분인지 이야기 속에 가족을 배려하는 마음이 담뿍 묻어난다.
“가족이 함께 험준한 산행을 같이 하니까 너무 좋은 추억이 되었고 예상과 달리 모두 무사히 완주해서 더욱 뿌듯하였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두려움 없이 도전하고 끝까지 투정 없이 산행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대견하며 보람이 느껴졌어요. 자연 속에서 바라본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크고 깊고 아름답게 기억됩니다.”라고 아버지 곽용식씨는 특별한 여름이야기를 전하였다.
나는야 청학동 영어선생님
학습지도 봉사체험 - 전명진(월촌중3)
지리산 청학동 마을에서는 여름방학 동안 서울 주요 대학의 대학생들과 성적 우수 중고생들이 마을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과를 지도하는 봉사 활동을 했다고 한다. 중고생들이 낮에는 학습지도 봉사활동을 하고 밤에는 스스로 공부를 하거나 동참한 대학생들에게 진로 진학과 관련된 멘토링을 받았던 ‘주봉야독’ 프로젝트. 월촌중학교 3학년 전명진 학생은 자신의 꿈인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직접 체험해보고자 7월29일부터 6박 7일 동안 캠프에 참여하였다고 했다.
청학동서원에서 이루어진 ‘주봉야독’ 캠프는 경남 하동군 청학동 인근 청암중학교와 묵계초등학교에서 추천 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기 주도학습법을 멘토링 해주는 봉사캠프라고 하는데. “처음 아이들을 가르칠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많이 당황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점점 익숙해지더군요. 나의 노력으로 아이들 공부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뻤습니다.”라고 묵계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를 지도하고 왔다는 전명진군은 이야기한다.
청학동은 지리산 남쪽 약 해발 900m의 깊은 산골 마을로 예부터 신선이 있고 청학(희망의 상징)이 살고 있다하여 청학동이라 불리었다고 한다. 전통 가옥들과 전통 한복, 전통 생활 방식 등을 고집하는 특유의 문화를 지니고 있는 마을이다. 한때 유교문화를 배우겠다고 몰려든 사람들로 인하여 관광상품화 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점차 변화를 받아들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이번 여름에 도시에서 온 학생들의 학습 봉사를 허락한 것도 변화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청학동 마을 아이들은 아직도 머리를 땋고 다니는 아이들이 많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도 스마트폰은 다들 사용한다고 하는데. 과거 청학동만의 문화를 고집하던 것이 이제는 세상을 배우려는 움직임이 커져가고 있다고. ‘천자문을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천자문 대신 일반 학교 정규 교육과정을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다’고 명진군은 전한다. 가르치며 배우며 청학동 아이들과 도시의 아이들은 서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하루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시간은 4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직접 아이들에게 수업을 한다는 것이 힘들었지만 하면 할수록 제가 가르치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말 안 듣는 아이들을 관리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저를 따르는 아이들을 보니깐 참 좋았어요. 특히 ‘노주경’ 학생이 잘 따랐었는데 주경이 생각이 많이 나네요.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앞으로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여름방학 기간 중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일주일 동안 명진군은 자신의 꿈을 찾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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