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있는 만남 _ 음악학원 운영하는 모녀 전민자·한아름 씨

모녀, 피아노 선율에 꿈을 키우다

엄마와 딸에서 함께 일하는 파트너로

지역내일 2012-10-24

세상에서 유일한 ‘내 편’이자,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는 존재, 엄마와 딸. 돈독한 사랑의 관계인 엄마와 딸이 같은 꿈을 꾸고 이를 함께 이뤄가는 일은 가슴 벅찬 감동이다. 그런데 여기, 서로의 전문성을 살려 지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자 의기투합한 모녀가 있어 만나 보았다.


엄마는 유아교육 전문가, 딸은 피아노 전문가
안양시 비산동에 위치한 작은 음악학원. 이곳은 엄마 전민자(55)씨와 딸 한아름(28)씨가 함께 일하는 일터이다. 모녀의 환한 얼굴을 닮아 이름도 ‘민들레 음악학원’.
엄마 전 씨는 수년간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친 베테랑 유아교육자다. 그리고 딸 한 씨는 피아노를 전공하고 수년간 음악아카데미에서 피아노를 가르친 전문 피아노 강사이다. 이런 두 사람이 처음부터 함께 일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일하던 어린이집이 잠깐 문을 닫게 돼,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었어요. 그러다 딸에게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이 너무 많은 사교육에 휘둘려 다니는 것이 안됐다는 말을 듣고 가슴에 먼가가 와 닿더라고요. 그래서 딸에게 함께 아이들을 가르쳐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죠”
엄마의 갑작스런 제안에 딸 한 씨는 곰곰이 생각했다. “엄마가 지나가듯 말한 한마디가 이상하게 계속 마음에 남더라고요. 한 번도 엄마와 함께 일하자 생각한 적도 없었는데 말이죠”
그렇게 두 사람은 음악학원의 문을 열었다. 피아노 전문 강사인 딸은 아이들의 피아노 레슨을 전담하고, 유아교육 전문가인 엄마는 아이들을 돌보고 사랑해주며 학원의 모든 업무를 맡는 매니저 교사 일을 맡았다. 서로가 각자의 분야에서 충분히 전문성과 경험을 쌓았기에 엄마와 딸은 서로를 믿었다고.
“엄마와 처음부터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러면서 우리가 정한 목표가 ‘꿈이 있는 아이들로 가르치자’였어요. 아무런 꿈 없이 그저 엄마들이 시키는 대로 학원에 오는 아이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엄마와 딸은 학원에 오는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통해 실력의 향상 뿐 아니라 그들의 꿈을 스스로 찾아가도록 지도했다. 그리고 아이들 교육에 불안해하는 엄마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신뢰를 쌓아갔고, 공부에 지친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즐겁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했다.
그래서일까? 이곳 아이들은 엄마 전 씨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면서, 또 ‘할머니’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진짜 내 할머니처럼 편안하고 친근하게 대하니 아이들도 느끼기 때문일 터.   


함께하니 좋기도, 그리고 불편하기도?
엄마와 딸이 함께 일하면 좋은 점도 있고 불편한 점도 있지 않을까 싶어 물었더니, “특별히 불편한 건 없어요. 오히려 일을 함께 하기 전에는 티격태격 하는 일이 많았는데, 함께 일하면서부터 이상하게(?) 사이가 더 좋아졌어요”라는 엄마 전씨. 반면 딸 한씨는 “엄마가 학원의 모든 업무를 다 맡아서 하시니, 전 피아노 레슨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어 좋아요. 집중해서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 아이들의 실력이나 장단점이 잘 보여 레슨 효과도 큰 편이죠. 하지만 엄마가 내 상황을 너무 잘 알다보니, 꾀를 부릴 수 없어 조금 괴로워요”라며 애교 섞인 불평을 했다.
학원의 수입 관리는 어떻게 하나 궁금해 슬쩍 물었다. “순수익을 5대5로 나눠 가집니다. 엄마와 저는 동등한 파트너니까요”


침마다 아이들을 생각하며
엄마 전 씨는 학원 문을 열기 몇 시간 전에 미리 학원에 나온다.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오늘은 어떻게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줄까 고민한다고. 그리고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아이들이 학원을 찾아올까 생각하며 설레 한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두 사람 다 이구동성으로 “아이들이 꿈을 찾는 일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민들레 씨앗이 세상 곳곳에 퍼져 새로운 생명을 피우듯, 우리가  가르친 아이들이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인재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운영하는 학원은 작지만, 이들의 계획과 꿈은 결코 작지 않았다. 이 곳에서 자란 아이들이 꿈을 펼치는 큰 인재로 자라길 응원해 본다.



이재윤 리포터 kate2575@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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