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보이는 모든 것이 ‘가을’이어라!

지역내일 2012-10-19

하늘에서 바라본 제주도는 완연한 가을이다. 짙푸른 바다와 황금빛 밭들은 가을의 색이요, 바람에 살랑대는 갈대는 가을의 손님이라. 농익은 감귤은 가을의 열매요, 보이는 모든 것이 가을빛 일색인 제주도에서 마음껏 가을을 훔치고 돌아왔다.
피옥희 리포터 piokhee@empas.com


낙조에 붉게 물든 차귀도 
저 멀리 모습을 드러낸 차귀도 인근 자구리 포구. 손님을 기다리듯 정박한 배들만 즐비한 채 좀처럼 인적을 찾을 수 없다. 평일인 탓도 있겠지만 여름 성수기를 제외하고는 낚시꾼들 외엔 관광객이 그리 많지 않아 음식점들도 저녁 8시면 모두 문을 닫는다. 그런 이곳에 오후 6시가 되니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저마다 카메라를 들고 출사 나온 사진 마니아들이다. 하늘이 깨끗하고 맑은 가을 저녁엔 ‘오메가 일몰(해가 수평선에 닿을 때 오메가 Ω 모양으로 붙어 있는 듯한 모양. 차귀도 일몰은 오후 5시 20분에서 6시 10분 사이에 볼 수 있다)’을 찍을 수 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라며 각종 카메라 장비들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으리으리한 장비에 비하면 리포터의 3년 된 보급형 DSLR 카메라는 한없이 초라한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빨갛게 물들어가는 가을 낙조를 담고 싶어 그들의 무리에 섞였다. 비록 완벽한 오메가 일몰을 담지는 못했지만 차귀도의 쪽빛 바다는 마음 한켠에 깊숙이 담아올 수 있었다.
참고로 한경면에 위치한 자구리 포구에서 배를 타고 5~10분만 들어가면 차귀도 갯바위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주로 잡히는 것은 한치와 고등어, 전갱이다. 새우미끼를 낚시 줄에 줄줄이 끼우고 바다에 던지면 아무리 초보자라 해도 몇 분에 한 마리씩 고기를 잡을 수 있으며, 잡은 물고기를 즉석회로 맛볼 수 있다.
참고로 차귀도의 배낚시는 1인 기준 8천 원부터 2만 5천 원 사이다. 차귀도 수용횟집배낚시(064-772-5568), 제주풍차배낚시(064-773-0255), 차귀도 시온낚시(064-773-0349), 차귀횟집배낚시(064-773-1114) 등에 미리 예약하면 배낚시를 즐길 수 있다.


숲길 어우러진 물영아리오름 
제주의 수많은 오름 중 유독 발길이 뜸한 곳을 찾았다. 아름답기 그지없음에도 여느 오름에 비하면 찾는 이 거의 없지만 생태계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2007년 국내 5번째로 국제습지조약으로 지정된 곳이다.
초입에는 넓은 풀숲 사이로 아기자기한 집이 객들을 반기고, 주위엔 온통 삼나무 향이 가득하다. 습지 보호를 위해 나무 계단을 따라 오르는 등산로에는 중간에 총 세 개의 나무 쉼터가 마련돼 있다. 새들이 쉼 없이 지저귀며 귓가를 간질이는, 자연 그대로의 품을 느낄 수 있는 오름이다. 정상에서 산 아래를 굽이굽이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 공간은 없지만 언덕을 기점삼아 내리막길로 향하면 독특한 지형의 습지분화구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이 바로 도착점, 또 다른 의미의 물영아리오름 정상이다. 오직 비가 내려야만 물이 공급되기 때문에 습지 느낌은 비교적 덜했지만, 운이 좋으면 노루와 다양한 습지생물들을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지형의 제주 오름이다.
물영아리오름을 오르내리는 동안 워낙 인적이 뜸하다 보니 운 좋게도 다른 등산객을 만날 수 있었다. 고요한 산길이 마음에 들어 종종 찾는다는 한 중년부부의 말처럼 너영나영 담소 나누며 오를 수 있는 제주도의 숨은 명소로 강추 한다. 참고로 입장료는 따로 없다.


가을 빛 일색인 제주돌문화공원
물영아리오름에서 제주시로 진입하던 중 일정에 없던 제주돌문화공원(064-710-7731)으로 향했다. 돌담 사이로 봉긋 솟은 돌무리의 거대함에 절로 발길이 이끌렸다. 안으로 들어가면 제주도의 이색적인 수석들과 각종 돌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돌문화박물관 뿐 아니라 어마어마한 부지에 펼쳐진 거대한 분수와 돌민속품 및 돌하르방은 물론, 가을 느낌 물씬 풍기는 제주 초가와 갈대, 그리고 정겨움이 묻어나는 항아리들이 줄지어 늘어서있다.
차창 밖에서 봤던 거대한 돌무리는 바로 영실중앙무대에 마련된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상징탑 제단이다. 이곳의 슬픈 신화(설문대할망이 아들 오백형제를 거느리고 살던 중, 몹시 흉년이 들어 오백형제가 모두 양식을 구하러 나갔다. 그 사이 어머니는 아들들을 위해 죽을 끓이다 발을 잘못 디뎌 죽솥에 빠져 죽었다. 아들들은 돌아오자마자 죽을 퍼먹기 시작했고, 막내아들이 죽을 먹으려고 솥을 젓다가 큰 뼈다귀를 발견하고는 어머니가 빠져 죽은 것을 알게 됐다. 이후 애타게 어머니를 부르며 차귀섬으로 달려가 바위가 됐다)를 형상화한 돌탑 앞에 서니 절로 숙연해졌다. 감정이 북받쳐 오랫동안 이곳을 서성대다보니 저 멀리 제주 전통초가와 교래자연휴양림으로 오르는 길이 눈에 들어왔다. 온통 가을빛이다. 제주의 향토색이 오롯이 담긴 이곳을 거니니 마치 제주 속의 작은 제주처럼 정겹게 다가왔다.


감청색 애월 바다를 낀 한담산책로
가을에 더 운치가 있는 애월해안도로. 그 중에서도 애월 끝자락에 위치한 한담마을에서 곽지해수욕장까지 펼쳐진 한담산책로는 1.2km의 짧은 거리임에도 다양한 운치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한담마을 초입을 걷다보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이 한담해변 미니 백사장이다. 돌과 암석이 대부분인 애월 해안가에서 만날 수 있는 모래 보석과도 같다. 잠시 발을 담근 뒤 또 다시 발길을 돌려 산책로를 거닐다보니 갖가지 형상을 한 기암괴석들이 안내판과 함께 눈에 들어온다.
자연이 빚어낸 수석박물관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고양이바위, 악어바위, 선바위, 으뜸바위, 거울바위 등을 만날 수 있다. 걷다가 잠시 쉬어갈라치면 흔한 담쟁이넝쿨부터 망초, 도깨비고비 등 야생초가 눈에 들어오고 까맣게 영글어진 거지덩굴도 있다. 각각의 기암괴석과 야생초는 잘 설명된 안내판이 마련돼 있어 산책의 기쁨을 배가시킨다. 리포터 역시 그 기쁨에 취해 읽고, 보고, 느끼고, 감탄하느라 짧은 구간의 산책로를 한 시간은 족히 걸어야 했다. 온전히 걸으면서 누릴 수 있는 제주의 아름다운 가을 비경. 감청색 바다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까지, 온통 눈부신 가을빛으로 물든 오직 도보객들을 위한 ‘걷기 좋은 길’이다.
참고로 이곳에 가려면 내비게이션에서 카페 ‘키친애월(064-799-8229,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 2467)’을 입력하면 애월 한담공원 주차장에 도착하며, 주차 후 카페 옆 한담마을로 통하는 작은 길을 따라 들어가면 구불구불한 해안산책로가 펼쳐진다.


제주의 맛, 그리고 가을의 흔적들
가을에 어울리는 뜨끈한 국물 맛이 일품인 제주 맛집 두 곳도 들렀다. 삼성혈 인근에 자리한 ‘삼대국수회관(일도2동 본점, 064-759-1144)’의 삼대국수(제주 돼지고기로 육수를 낸 국수)는 가을 별미로 손색이 없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가을, 진한 고기 육수에 통통한 면발이 어우러진 삼대국수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맛이다. 국수는 모두 5천 5백 원이다.
또 다른 곳은 신제주 이마트 뒤편에 있는 ‘모이세해장국집(노형동 본점, 064-746-5128)’이다. 한 뚝배기에 6천원으로 기운을 보강할 수 있는 입소문난 맛집이다. 뚝배기에 펄펄 끓여 나오는 매콤한 국물만 봐서는 그다지 먹음직스러워 보이지 않으나 테이블에 마련된 날계란 바구니에서 양껏 계란을 투척해 밥 한 그릇 뚝딱 말아 먹으면 그제야 온 몸에 힘이 불끈 솟는다. 물론 맛도 일품이다. 전날 과음을 한 이에게도, 가을철 입맛 잃은 이에게도, 쇠고기와 선지로 진한 국물 맛이 배어나오는 모이세 해장국은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제주의 가을을 돌아보고 공항으로 향하는 길. 늘 비를 뿌리고 다니던 리포터의 여행운에도 이제 해 뜰 날이 시작되나 보다. 여정 내내 파랗고 드높은 가을 하늘을 마주할 수 있어 너무나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주렁주렁 매달린 노오란 감귤도, 짙푸른 녹음과 파란 하늘이 맞닿은 녹차 밭도, 바람에 살랑거리는 갈대마저 가을 빛 천지인 곳. 제주도의 가을은 그렇게 리포터의 마음속에서 하루하루 영글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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