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살기

지역내일 2012-10-12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자유롭게 살아간다. 원하는 신앙을 가질 수 있고 자신의 신념과 생각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여 할 수 있고, 본인이 원한다면 밤새워 열심히 일하여 돈을 더 벌 수도 있다. 가고 싶은 데로 여행을 하고, 살고 싶은 곳을 찾아 이사할 수도 있다.
   우리는 개인적 행동뿐만이 아니라 돈벌이라는 경제 활동도 퍽 자유롭다. 경제 활동을 열심히 하여 돈을 많이 벌면 벌수록, 세금을 많이 내고 개인의 소득이 올라가고 국가가 부강해진다. 그래서 개인이고 국가고 간에 오늘날에는 이를 가장 중요한 일로 치부한다.
    술과 관련하여서도 우리는 거의 무한대의 자유를 누린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마음대로 술을 사서 마실 수 있고, 언제 어디에서나 마음대로 술을 팔아 돈을 벌 수도 있다. 술집을 개업하고 능력이 닿는 대로 열심히 술을 팔아 돈을 많이 벌고, 많이 버는 만큼 더 많이 고용하고, 세금만 잘 내면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사회주의 국가나 북한과 비교할 때,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그런데 이러한 자유가 세상 어디에서나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것일까?
   이 당연해 보이는 자유가 술과 관련해서만큼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모든 것이 더 자유로울 것이라고 여기는 선진국에서 술에 대하여서는 더 규제가 많다. 술과 관련해 더 자유롭다는 것이 더 발전한 사회라고 할 수는 없다.
   자유세계의 자본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나라에 따라서는 한 개인에게 팔 수 있는 술의 양이나 시간을 제한하는 식의 영업규제가 있다. 미국의 대학촌에는 나이 제한을 위반하고 술을 팔아 주류 판매가 금지된 업소들이 많다. 4잔 이상 더 팔지 못하게 되어 있는데 술을 더 팔라고 행패를 부리다 입건된 우리나라 유학생들의 경우도 있다. 술 취한 사람에게만 모든 책임을 묻는 우리와 달리, 술을 파는 사람에게도 이러한 책임을 부과한다. 술에 취하면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기에, 취하기 전 그 앞 단계에서 무언가 조처를 한다는 뜻일 게다. 우리의 경우 마음대로 취하게 놓아두고는 그 다음에 일어난 실수나 사고에 대해 전적으로 음주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지운다. 임신했다면 스스로 마시지 말라고, 여자화장실에 임신 판별 키트를 비치한 어느 술집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본주의 아래 지유경제 체제라 하여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고 하면 곤란하다. 많은 선진국들이 생각보다 음주에 대하여 썩 엄격하다. 지역에 따라 공원이나 도로 같은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금한다. 단지 술병의 뚜껑이 열려있는 것만으로 음주로 간주하고 처벌한다. 나라마다 문화와 역사적 배경에 따라 다르겠으나, 물질 사용에 따른 해악, 특히 타인에 대한 피해(HTO, Harm to Others)를 근거로 한 규제는 필요하다. 아무리 자유가 중요해도 타인에 대한 피해를 용인하면서까지 자유를 보장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신정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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