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은 한자어가 80% 이상이다. 표기는 한글로 해도 말뜻을 알아야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한자어를 많이 알면 어휘력과 독해력이 향상돼 국어가 쉬워진다. 한자를 배우는 열풍이 다시 부는 이유다.
이러한 가운데 한 학당에서 공부했던 아이들이 전국한자검정시험에서 연거푸 기록을 경신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들은 제56회 한자자격시험에서 준사범(5000자)에 합격한 용화초등학교 4학년 이준해, 1급(3500자)에 동신초등학교 4학년 신동민, 준3급(800자)에 유치원생 7살 한건희군이다.
* 기록을 세운 아이들 : 좌로부터 신동민, 한건희 이준해군이 합격증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한자 배우기가 즐거운 아이들 =
‘준사범’에 합격한 이준해군은 초등학교 4학년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성균관학당에서 중학교 2학년생 두 명이 세웠던 회차별 최연소 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웠다.
준사범은 한자 5000자를 읽고 쓸 줄 알아야 함은 물론이고 고전 단문장 125편과 한시 80편을 읽고 해석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나라이름 190개 및 이자성어에서 육자성어 1600여개를 쓰고 외워 뜻을 알아야 하는 등 난이도가 매우 높은 시험이다.
준해군은 이미 지난해 1급을 따서 전국 최연소 기록을 세우고 1년 만에 준사범에 합격해 또 한 번 역대 두 번째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일반 성인들도 쉽게 해내지 못할 코스를 통과한 준해군의 답변엔 성실함이 묻어났다.
“힘들기도 했지만 참고 열심히 했어요. 모르는 것을 알게 되면 진짜 뿌듯해요.” 준해군은 아빠랑 놀러 나왔다가 학당을 발견하고는 학당에 보내달라고 먼저 졸랐다고. 준해군은 “형들이 한자를 배우는 모습이 무척 재밌어보였다”고 말했다.
또한 “공부할 때는 '쓸 고(苦)’였는데 합격하고 나니 '달 감(甘)’이었다”라고 말해 한자를 배워 대화에 응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동민군은 입문 1년 만인 초등 3학년 때 준1급에 합격해 최연소 기록을 세우더니 올해 다시 1년 만에 1급까지 합격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자를 배우면서 중국 역사를 같이 배우니까 한자가 더 재밌고 이해가 잘됐어요.” 동민군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누나한테도 맘 놓고 가르쳐 줄 한자실력이라며 당당한 미소를 보였다.
같은 학당에 다니는 신정초등학교 3학년 류재민군도 올 3월에 1급을 따서 당시 최연소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유치원생인 건희군도 이번 56회 한자검정시험에서 준3급에 합격했다. 이번 회차 시험에서 최연소 준3급 합격인 건희군은 “문제풀이가 재밌어 사범시험까지 합격해보고 싶다”는 야무진 포부를 밝혔다.
* 수업에 열중하고 있는 송 원장과 아이들.
역사와 이야기가 고루 담긴 한자 수업 =
어렵고 까다로운 시험에 합격한 아이들에게 성균관 학당 송경옥 원장은 “이번에 합격한 아이들 공통점은 집중력도 높지만 자기가 해내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는 꾸준히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라며 “타의 귀감이 되는 점은 바로 아이들의 인내심”이라고 칭찬했다.
송 원장은 무조건 글자만 외우게 하지 않고 이야기를 곁들여 부수를 완벽히 통달하게끔 가르친다고 말했다. 또한 자원(字原)을 설명하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역사와 글자에 읽힌 이야기를 같이 풀어낸다.
“각 한자마다 자원과 뜻이 숨어있어요. 그걸 이야기로 만들어 쉽게 설명하면 아이들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아요.”
송 원장은 저녁 석(夕) 자 하나로 자그마치 40분을 강의 한다. 그는 석 자를 설명하기 위해 긴 목판을 이용해 자신만의 '십이지시계’를 직접 만들었다. 송 원장 표 십이지시계로 각 시간과 그 시간을 그렇게 부르는 이유, 관련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아이들은 쉽고 재밌게 시간에 관련한 지식들을 쏙쏙 받아들인다.
송 원장은 한자를 공부할 때 자원을 풀이하다보면 정말 재밌어서 수천 년 전 역사 속으로 들어가 살곤 했다고 말했다. 쉼 없이 기록을 만드는 아이들을 보면 그가 가슴가득 채운 한자공부의 희열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해지고 있는 셈이다. 송 원장은 “눈높이를 읽어주면 금세 착실하게 따라와 주는 아이들이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벌써 7번째 크고 작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사람들은 연이은 기록 경신이 ?아이들과 지도 교사의 시너지 효과’라고 전하고 있다.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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