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사람들 : ‘김여경의 디아망’ 김여경 대표

영혼의 색깔을 표현하는 스타일리스트

지역내일 2012-10-08 (수정 2012-10-08 오후 1:16:39)

김여경 대표를 만나기 위해 역삼동의 ‘디아망’을 찾았다. 스타일리스트로 얻은 그녀의 명성과는 달리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숍의 분위기가 조금은 의아했다. 스타일리스트와의 만남이 마냥 편안하지만은 않았다. 어쩐지 보잘 것 없는 매무새 어딘가는 책잡힐 것만 같아 가벼운 긴장감이 들었다. 하지만, 시트콤 ‘닥치고 패밀리’ 촬영에서 막 돌아와 함박미소로 맞아주는 김 대표를 대하는 순간 나의 불편함은 스르르 녹아내렸다. 프로답게 다부져 보이면서도 부드럽고 편안한 이미지, 연륜에서 묻어나는 이해와 포용의 이미지가 피부로 느껴졌다. 그녀는 그렇게 ‘이미지 메이킹’ 되어 있었다.



미적 감각 타고났지만 순탄치 않았던 길
동양화가였던 아버지, 도예가인 남동생, 고교 미술교사인 여동생. 이쯤 되면 김 대표의 미적 유전자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가 스타일리스트가 되기까지 순탄치만은 않았다. 가난 콤플렉스 속에서 예민한 감수성을 갖고 목포에서 성장한 김 대표는 고3 때 대학 진학을 위해 상경했다. 국민대 금속공예과에 합격했지만 등록금이 없어서 포기해야 했다. 결국 장학금을 받고 명지전문대 산업디자인과에 입학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녀가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은 우연에 가깝다.
“졸업할 무렵 충무로에서 그래픽 디자인 교수님의 촬영 어시스트를 하고 있었는데, 필요한 촬영 소품을 빨리 구하려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빌리기도 했다. 나의 순발력을 보시고 교수님께서 일본에서는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이 인기가 있는데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하셨다. 마침 진로를 고민하고 있던 터라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앞이 환하게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일본 문부성의 전액 장학금을 받고 동경 유학길에 올랐다.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결정이 이처럼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지금 생각해도 신비롭다”는 김여경 대표.
힘겨운 유학생활 이후 김 대표는 20년 넘게 스타일리스트 일에 매진하며 유명 연예인과 정·재계, 종교계 인사들의 이미지 메이킹을 맡아 스타일리스트로서의 명성을 쌓았다. 그러면서 강의를 요청하는 대학도 많아졌는데, 부족한 국내 학벌 탓에 대학에서 전임교수가 되기는 힘들었다. 그녀는 결국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겨 건국대 뷰티디자인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끊임없이 트렌드를 공부하고 연구해야 하는 것이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스타일리스트는 대상의 아름다움을 찾아 그것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사람
스타일리스트는 패션 코디네이터와는 다르다는 김 대표. 직업, 얼굴형, 눈과 피부의 빛깔, 체형 등을 고려해 헤어칼라, 메이크업, 옷, 신발, 액세서리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 의상 구매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의상을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하기도 해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이다.
“유학을 다녀온 후 10년간 일에만 전념했다. 일이 나의 유일한 사랑이었고 즐거움이었기 때문에 남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모든 시간을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름다움에는 어떤 기준이 있다고 생각했고, 스타일리스트란 그 아름다움의 기준에 사람을 맞추는 거라고 생각했다. 10년 경력을 쌓고서야 아름답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과 사물 속에 숨어 있는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아름다움을 가장 빛나게 해주는 직업이 스타일리스트이다.”
무채색 계통의 옷을 자주 입다보면 가끔은 화사한 색상의 옷이 눈에 들어와 구입할 때가 있다. 또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액세서리만 하다가 가끔은 큼직하고 화려한 액세서리를 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런데 큰 맘 먹고 산 화사한 옷은 한두 번 입은 후 옷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어쩌다 한번 하고 나간 화려한 액세서리는 하루 종일 신경이 쓰일 때가 있다. 마치 남의 옷, 남의 액세서리를 걸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의 조언을 들어봤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칼라가 있고 그 사람의 삶과 이미지에 어울리는 스타일이 있다. 남에게 어울리고 예쁘다고 해서 나에게도 맞는 것은 아니다. 자신만의 색깔과 이미지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20년 넘게 이 일을 하고 있지만 늘 그 사람만의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기억에 남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애환
김 대표는 함께 일한 수많은 배우들 중 기억에 남는 배우로 이영애씨와 고두심씨를 꼽는다. “고두심씨와는 3년을 일했는데 낭만적인 성격이 잘 맞아 촬영장 분위기를 함께 만끽했다.  일이 끝나면 야시장 투어를 하며 사진도 찍고 함께 골프를 치기도 했다. 이영애씨는 ‘마몽드’ 화장품 광고를 시작으로 만나 드라마 ‘대장금’의 메이크업도 담당했는데 나중에는 언니동생처럼 지내 액세서리가 몇 개인지도 알 정도였다. 인생에서 잊지 못할 분들이다.”
‘마몽드’ 광고에서 이영애씨가 긴 스커트 속에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장면의 의상은 한동안 유행을 이끌었는데, 김 대표는 길거리에서 자신의 아이디어였던 옷차림을 한 사람들을 만나면 마치 동생을 만난 듯 반갑고 그동안의 스트레스가 일시에 풀린다고 한다.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의 애환도 언급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해보일지 모르나 경제적, 체력적, 심리적으로 힘든 직업이라는 것이다. “스타들은 화려하지만 그 스타들을 만들고 있는 스태프들은 항상 가난하다. 좋아하지 않으면 하기 힘든 직업이다. 간혹 배우들 중에는 스타일리스트를 심부름꾼 정도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자격지심이나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스타일리스트를 비롯한 현장 스태프들에 대한 인식과 처우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그녀는 속내를 털어 놓았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스타일리스트는 멋쟁이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예쁘게 꾸미고 다니면 정작 스타일리스트 일은 해낼 수 없다고 한다. “언젠가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어디서 세탁소 하세요?”라고 물었다. 아니라고 하니까 이번에는 “남대문에서 옷장사하세요?”라고 물었다. 매일 수십 벌의 옷을 들고 다니니 그렇게 본 모양이다. 촬영장에서 스타일리스트는 잠시도 쉴 새가 없다. 사실 3D 직종에 가까울 만큼 힘들다. 자기 일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예쁘게 보이기 위한 옷이 아니라 그 일에 어울리는 옷을 입는다.”

유명인에서 일반 대중까지 확대되는 이미지메이킹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요즘은 스타나 유명인사가 아니어도 직업, 지위, 연령에 따라 이미지 메이킹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격식을 갖춰야하는 모임도 있고, 사교 모임도 있다. 때와 장소에 따라 어울리는 옷차림도 달라진다. 그런데 바쁘게 살다보면 패션 감각은 점점 둔해지고 가끔은 옷을 못 입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인터뷰 도중 숍을 방문한 피부과 원장 김 모 씨도 이런 이유로 ‘디아망’을 찾기 시작해 김 대표와는 고객과 스타일리스트 관계를 넘어 5~6년 지기가 되었다.
“고소득 전문직인 사람들 중에는 공부와 일만 하다가 나이 들어 자기 이미지 관리가 안 돼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화장, 헤어, 의상 등 토털 솔루션이 필요하다. 각각을 따로 관리하다 보면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이미지 메이킹은 꼭 스타일리스트가 되는 게 목적이 아니어도 배워서 일상생활에 적용하면 어느 장소에서든 스스로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드라마와 광고 촬영이 일주일에 몇 번씩 있고, 대학과 기업체 연수원 등에서 이미지 메이킹 강의도 있어 김 대표는 일반 고객을 많이 받지 못한다. 하지만 옷과 헤어, 메이크업 등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고 관계를 맺으면서 김 대표도 새롭게 배울 점이 많아 일의 재미를 더해준다고 한다.
김 대표는 결혼과 육아, 자녀교육 등으로 경력단절자가 되었다가 새롭게 취업하려는 여성들을 위해 여성능력개발센터에서 면접의상, 표정관리 등 이미지 메이킹 재능 기부 강연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독거노인들을 위해 의상을 만들어 기부하는 등 재능 나눔도 실천하고 있다.

사업 축소로 내실을 다지다
처음 ‘디아망’을 들어서며 숍의 작은 규모에 대해 가졌던 의문은 인터뷰를 진행하며 풀렸다. 김 대표는 몇 년 전까지 청담동 4층 건물의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건물 전체를 쓰며 20여명의 스태프를 거느리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화려했지만 실속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청담동 시절에는 사실 보이는 부분을 많이 의식했다. 그러다보니 점점 사업이 부담스러워졌다. 직원들 월급만 5천만 원이 넘어 자금력에도 문제가 생겼고, 작업 공간이 분리되어 있어서 일의 효율도 떨어졌다. 미용과 패션분야의 일을 하는 사람들은 기도 센 편인데 많은 직원을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결국 청담동 사업은 실패한 셈이다. 3년 전 사업을 줄여 오픈한 현재의 ‘디아망’은 아담한 공간이지만 스타일리스트 작업에 필요한 공간은 구석구석 모두 마련되어 있었다. 촬영에 활용되었거나 활용할 의상과 소품이 아기자기하게 디스플레이 되어 있고, 헤어·메이크업·에스테틱 공간과 의상 디자인 작업 공간 등이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스태프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보이기 위한 사업에서 실속을 다지는 사업으로 과감하게 전환한 것이다.
요즘 TV 연예프로를 보면 개성미인보다는 천편일률적인 미인이 더 많음을 실감한다. 마치 미(美)의 정형(定型)이 있는 듯하다. 자랑인지 오명인지 우리나라는 언제부턴가 ‘성형왕국’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메이크업이나 의상도 개성을 무시한 채 유행을 좇기 급급하다. 김 대표는 전문가일수록 코디하기 어렵다고 한다. “깊고 강한 영혼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굳이 코디가 필요 없다. 아름다운 영혼 자체가 패션의 완성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그녀는 자신의 일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누구보다도 젊게 빛났다. 

* 김여경 대표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고, 스타일리스트가 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디자이너스쿨’의 스타일리스트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LA의 ‘조 브라스코 아카데미’에서 메이크업 과정을 수료했다. 영남 이공대, 공주영상정보대학, 호원대학교 등에서 관련학과 겸임 및 전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 역삼동에서 ‘김여경의 디아망(
www.idiamant.co.kr)’을 운영하며 대학과 기업체, 여성 센터 등에서 이미지메이킹을 강의하고 있다. 

‘넝쿨째 들어온 당신’, ‘해운대 연인들’ ‘닥치고 패밀리’ 등 인기 드라마의 의상 및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등 현장에서의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저서로 ‘난 별을 쏘는 스타일리스트’, ‘나는 하고 싶은 일로 성공한다’ 등이 있다.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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