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의존은 가족병이라고 한다. 알코올의존인 한 개인만의 병이 아니라 그가 속한 가족도 병이라는 뜻이다. 당연히 병든 가족들도 치료를 필요로 한다. 그래야 병이 더 깊은 알코올의존자가 회복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고 도움이 될 수 있다.
여느 다른 질환과 달리 알코올의존의 치료와 회복의 프로그램에는 가족치료가 필수적이다. 알코올중독을 치료한다면서 가족치료 프로그램이 없다면 다른 치료 내용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아직은 퍽 미흡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치료가 충실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다. 전통적으로 치유란 아픈 당사자가 나으려고 애써서 얻는 것이고, 보호자인 가족들의 역할은 단지 부수적일 뿐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회복은 전적으로 환자 본인이 무언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 보호자 또한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을 해서 퇴원 후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들 또한 무언가 달라져야 하는데도 참여가 그다지 절실하지 않는 수가 흔하다.
특히 단주 초기에는 가족들의 이해와 도움이 매우 중요하다. 알코올로 인한 뇌의 손상은 섬세한 분별력과 판단력에 제약을 일으키므로, 그 시기에 환자가 세상살이에서 혼자 힘만으로 스스로를 지켜 내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단지 술을 마시지 않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든 이 시기에, 음주를 촉발할 수 있는 수많은 심리적 정서적 사회적 요인에도 환자가 안전하게 단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은 보호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치료의 유용성에 대하여 의문을 갖는 수가 많다. 수없이 많은 실수와 재발의 경험에서, 가족들이 무언가를 한다고 해서 단주하리라고 믿지 못한다. 벌이를 못하는 환자를 대신하여 생업에 종사하는 경우, 직장 일만으로도 너무 벅차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어렵사리 병원에 데려가 큰돈을 들여 입원 치료받게 하였건만 퇴원하는 길에 술을 다시 들이키는 수가 드물지 않다. 가족의 기대와 정반대로, 대놓고 보란 듯이 음주하는 이런 행동의 동기 중에는 가족에 대한 분노나 원망이 숨어있다. 채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호자의 말 한마디로 상처받은 때문일 수도 있다. 입원해 있는 동안 보호자들 또한 치료를 받아, 환자의 심리와 역기능적인 가족관계 병리를 이해하여 적어도 재발을 촉발시키지는 않아야 한다.
가족들 또한 오랜 세월에 걸쳐 상처를 입고 때로는 정서적 질환을 앓기 때문인 수가 흔하다. 정서적으로 소진되면 누구라도 도움을 주기는커녕 상대를 자극하기 마련이다. 가족치료 참여의 의미는 환자를 돕자는 것 이전에, 보호자들 또한 정서적 안녕을 회복하고 억압된 자아를 회복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환자가 술을 끊든 그렇지 않든, 보호자가 더 고통스럽지 않아야 한다.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신정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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