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학교 맞아요? 시골학교의 이유 있는 변신
가을 하늘이 푸른빛을 더하던 9월의 어느 날, 용인에 위치한 작은 시골학교 운동장은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가득하다.
수업이 끝나고도 한참을 마당과 정자, 텃밭을 오가며 제 집처럼 뛰어노는 아이들의 잰 발걸음이 가볍다. 학교로 통하는 좁다란 시골길 양 편으론 논과 밭이 고만고만하게 펼쳐져 있고 정문 옆 작은 구멍가게가 꼬맹이들의 마음을 홀리고 있는 이곳.
조용한 시골학교의 정치를 그대로 간직한 이곳에 몇 년 전부터 색다른 변화가 시작되었다.
학교운동장에는 누런 흙먼지 대신 싱그러운 푸른 잔디가 심어졌고, 교실 벽에는 시멘트 대신 황토와 편백나무가 맑은 공기를 내뿜게 되었다.
학교 울타리를 겸해 조성된 숲길은 매일 아침 아이들의 산책로가 되어 하루하루 변하는 자연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명상 길이 되었다.
전교생이라고 해봐야 59명이 전부인 용인 장평초등학교. 작은 시골학교에 변화가 시작된 건 지난 2009년 전원학교로 지정을 받고 부터다.
전원학교 지정 후 아토피 완화 위한 변화 시도
해마다 줄어드는 아이들 숫자에 분교 위기에 처한 시골학교.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박인규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과 지역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안을 찾게 되었다.
“이 지역에 사는 아이들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반대로 외부에서 찾아오도록 만들어보자 뜻을 모았습니다. 다행히 우리 학교가 한적한 시골마을에 위치하다보니 공기가 아주 좋아요. 도심에서 얻기 어려운 이곳의 환경을 잘 살린다면 특성 있는 학교가 될 거라 기대를 걸게 되었죠.”
약 3년에 걸친 리모델링을 통해 아토피질환 완화를 위한 학교 환경을 마련했다. 한택식물원 아토피치유 숲 체험과 분당 서울대병원 의료상담서비스 등 지역사회 인프라와 네트워킹도 구성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전원학교로 지정되고 예산지원을 받아 아토피 예방 체험학교로 변화를 꾀하자 인근 도심권에서 아이들이 하나둘 전학 오기 시작했다.
심한 아토피로 밤마다 온몸을 긁어야 했던 이희재(초6)군도 2년 전 이곳으로 전학 온 경우. 부천에서 용인으로 이사를 감행한 후 아토피 증상도 눈에 띄게 좋아지고 터울 많은 동생도 생기면서 희재네 가족은 활력을 찾았다.
성격도 밝아진 희재는 얼마 전 전교 부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자신감도 나날이 상승 중이다.
히노끼 탕목욕, 보습제와 감잎차, 숲길 명상 등으로 아토피 호전
“아토피 때문에 우리학교로 전학 온 아이들이 15명이에요. 이 아이들을 포함해 증상이 심한 18명은 따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특별 관리를 하고 있죠.”
학교를 외부에 알리고 홍보하는 일에 누구보다 열심인 허남표 교감의 설명이다.
보건 교사의 보살핌 아래 매일 증상 체크는 물론 학교 안에 별도로 마련된 히노끼 탕에서 탕 목욕과 보습제 관리도 받는다.
원적외선이 방출되는 황토방은 전교생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 언제든 자유롭게 놀다가는 아이들의 완소 사랑방이다.
독성이 없어 차와 목욕제로 쓰이는 줄풀차와 감잎차는 매일 새로 우려 복도에 비치되고 아이들은 물처럼 수시로 마시며 비타민C와 수분을 보충한다.
게다가 학생 수가 적어 한 반 인원은 기껏해야 10여명. 넉넉한 교실에서 스트레스 없이 교사와 1:1 눈 맞춤 공부를 하니 아이들 표정에서 여유와 천진함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
그래서일까. 심한 증세로 전학 온 아이들조차 오래지 않아 대부분 호전을 보이고 성격도 밝아져 금세 친구들과 어우러진다. 짜증과 스트레스가 줄어드니 아이들 성적이 좋아진 경우도 비일비재. 공기 좋은 초록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노니 밥맛도 좋아져 식욕은 물론 덩달아 키도 쑥쑥 자라게 되더란다.
“우리 학교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서울이나 인천 등 멀리서도 전학 문의가 옵니다. 그런데 시골마을이다 보니 주변에 이사 올 집이 없어요. 그런 애로점 때문에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으시죠.”
현재는 통학버스를 운영해 인근 죽산이나 백암 등지에서 10여명의 아이들을 픽업해 온다. 하지만 내년엔 이마저 지원이 끊겨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박 교장.
“아토피 대안 초등학교로 환경 조성과 지역 인프라를 만들어 놨는데 지원이 끊기면 무용지물이 될 공산이 큽니다. 전원학교로서의 특성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통학버스와 주거문제를 시 차원에서도 적극 협의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한편 장평초등학교에서는 앞으로 용인 관내에 거주하는 가족들을 초대, 학교 잔디운동장에서 1박 2일 캠핑을 진행하며 학교도 알리고 전문가를 초청해 아토피강좌도 진행할 계획이다.
문의 031-332-4224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용인 장평초등학교 ‘아토피는 없는 학교란 바로 이것!’
* 흙먼지 날리는 학교 운동장 NO ->천연잔디를 심고 가꿔 아이들은 날마다 푸른 잔디 운동장에서 뛰어놀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얻는다.
* 백묵가루 날리는 칠판 NO -> 미세한 백묵가루가 아이들의 기관지에 들어가 천식이나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어 과감히 없앴다. 대신 화면 터치가 가능한 멀티스크린을 설치해 수업에 이용하고 있다.
* 천연염색 한복입고 숲길 걷기->매일 아침 등교 후 전교생이 학교 숲을 산책하며 삼림욕과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 히노끼 탕목욕과 보습제, 감잎차 마시기-> 아토피 증세 완화를 위해 원하는 아이들은 수업 후 히노끼 탕에 들어가 탕 목욕을 하고 보습제를 바르며 감잎차를 수시로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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