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 가족은 작년 가을 도립창원도서관과 의창도서관이 주관하는 책 읽는 가족에 선정됐다.
다섯 가족이 활짝 웃는 가족사진이 도서관 주간동안 도서관 로비를 장식했다.
아빠 하창길(41)씨는 매일 막내아들 현수(7살)에게 책 읽어주는 것으로 아침을 연다. 큰아들진용(6학년)이와 딸 지수(3학년)도 매일 책 읽기로 새아침을 맞는다. 엄마 정선영(41)씨를 포함해 창길 씨 가족이 한 달에 도서관에서 빌려 있는 책은 마을도서관까지 합쳐 150권에 육박한다. 매일 한권 이상 책을 읽는 셈이다.
책과 노니는 집, 아빠 엄마가 뼈대 일궈
창길 씨네 거실은 아름답다. 비싼 장식 대신 책으로 둘러쌓여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가운데 책걸상과 앉은상이 책 읽기 편하게 놓여 있다. 벽에는 ‘책과 노니는 집’이라는 작은 액자를 만들어 달았다.
책과 노니는 집 아이들과 부모는 어떨까. 어떻게 책과 노닐게 됐을까. 어떤 즐거움을 누릴까? 궁금증의 답은 부모에게 있었다.
창길 씨가 책을 좋아한 것이 출발이었다. “아이들이 책 읽도록 하려면 부모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부모는 TV보며 아이에게 책 읽으라는 건 말도 안 될뿐더러 먹히지도 않아요”라고 말한다.
창길 씨는 큰아들 진용이가 두 살 때부터 책을 읽어 줬다. 부인 선영 씨가 유아 출판사에서 책을 왕창 구입했고 퇴근 후 하품 해가며 때론 깔고 잠들기도 하며 그 책을 읽어 줬다는 것. 책 읽어주는 아빠, 리드하는 리더로서 책과 노니는 집 밑그림과 뼈대를 그 때 완성 한 셈이다.
창길 씨 가족이 도서관 가는 날은 토요일이나 일요일, 전 가족이 함께 출동해 각자 좋아하는 책 앞에서 시간을 보낸다. 사회 역사 분야에 푹 빠진 진용이는 요즘 역사 만화를 많이 읽는다. 지수와 현수는 이것저것 재미있는 동화를, 선영 씨는 요리 등 여성 주부 분야 책을 고른다. “책 속에서 또 다른 책을 발견하고 그 길을 따라가면서 깊이 있게 파고들게 되는데, 그 맛이 아주 좋습니다”라는 창길 씨는 물리학, 마음과 정신세계, 주식 관련 책을 주로 많이 읽는다.
마을도서관이 있어 신나는 학교길, 성적도 좋아
봉림초등학교에 다는 아이들은 학교 길에 사림마을도서관에 있어 더욱 신난다.
책 읽기가 자리 잡은 진용이는 학교 성적이 좋다. 교육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는다. 고학년으로 가며 성적은 더 높아지고 안정권에 들었다.
어렵다는 사회과목이 쉬운 것도 책 읽기의 결과다.
“스펙을 염두에 두거나 포트폴리오를 위한 활동이 아니에요. 의도된 목적 없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함께 즐겁게 살려는 마음이 자연스레 책을 많이 접하도록 했어요. 신간을 많이 읽다보니 일일이 구입하기 부담스러워 도서관을 더욱 많이 이용하게 된 것 같아요”라며 특별히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 없이 그저 책을 많이 읽다보니 다독 가족에 선정됐다는 게 아빠 창길 씨의 말. 다독 가족이 되면 도서관 대출 권수가 늘기 때문에 그 덕도 좀 본다고 말한다.
책 읽기는 삶의 에너지
창길 씨는 책을 통해 물리학 등 과학 이론의 발전을 확인하며 책을 통한 새로운 변화를 삶과 생각에 적용한다.
“책 읽기를 통해 보이지 않는 에너지 작용을 느껴요. 어떤 책을 읽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의 방향과 에너지가 솟아 나기도하고 까먹기도 하는 것 같아요. 관건은 얼마나 양질의 책을 많이 읽느냐 하는 것이죠.”
그렇다고 무조건 다독주의는 아니라며, 두세 번 읽는 책도 많다고 한다.
특히 노자 관련 책들이 반복해 읽는데, ‘함 없이 함’이라는 화두가 삶의 선택에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란다.
책읽기가 잘 안 되는 아이들의 부모를 위해 조언을 구했다. “부모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아이는 부모를 모방하게 돼 있는데 부모가 TV보는데 아이들이 책을 읽겠는가”라고 단언한다.
“첫째가 책을 읽으니 둘째도 자연스레 따라하고 셋째 역시 당연히 닮더군요. 이제는 첫째가 막내에게 책을 읽어주는 자동 시스템으로 발전했어요. 한글 떼기도 책읽기 중에 어느 날 자연스레 돼있어 놀랐어요.”
창길 씨 네에는 당연히 TV가 없다. TV가 없으니 심심하면 책 보고 형제끼리 어울려 놀고, 놀다가 지치면 책 본다. 눈에 뛰는 곳에 책을 두고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책이 손에 닿도록 하는 게 좋다고 귀띔한다.
tip - 책 읽어주는 아빠, 창길 씨 따라 하기
아침에 일어나면 식구들 모두 일단 책부터 세권 고른다. 막내는 무릎에 앉혀 아빠가 직접 읽어준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 여러 가지 면에서 효과가 크다. 무릎에 폭 싸안고 책을 읽는 동안 스킨십 최고, 서로 교감 최대가 된다. 유태인 아빠들의 유명한 베갯머리 독서를 앞서는 창길 씨 독서비법이다.
윤영희 리포터 ffdd7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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