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차태현이다. ‘엽기적인 그녀’에서도, ‘과속스캔들’에서도 그는 넘치는 연기를 하지 않았다. 정형화되는 캐릭터에 대한 부담이 있었을 텐데도 그는 또 우리를 낄낄거리게 만드는 캐릭터로 다가왔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영락없는 차태현식 팝콘 영화다. 망가지기를 주저하지 않고, 스스로 낮추며 주위를 빛나게 만드는 배우 차태현. 억지스러운 설정과 눈에 띄는 CG처리가 좀 거슬리기도 하지만 찜통더위 속에 만나는 차태현의 미소 덕에 극장 안에는 시원한 웃음들이 에어컨 바람처럼 번진다.
새롭지는 않지만 편안한 웃음보따리
조선 최고의 꾼들이 모여 서빙고에 있는 얼음 3만 정을 훔칠 계획을 세운다. 차태현은 올바른 말만 골라 하는 우의정 이성호(권혁풍)의 서자 덕무로 나온다. ‘천재적인 지략가’ 역할을 맡았다며 사극 연기에 처음으로 도전한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영화 속 차태현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수염도 어색하지 않고 백동수(오지호)에게 찰싹 달라붙어 ''처남~''이라고 부르며 능청을 떨 때는 ‘1박 2일’에서 만나던 방송인 차태현 그대로의 모습이다.
백동수로 나오는 오지호도 낯설지 않다. 어디서 본 모습인가 싶었더니 TV 드라마 ''추노''에서 연기하던 송태하의 모습이 오버랩 된 탓이다. 성동일, 신정근, 고창석, 송중호 등 명품 조연들의 역할 또한 뛰어나다. 귀머거리 폭탄 제조전문가 대현(신정근)과 청나라 유학파이자 땅굴파기의 일인자 석창(고창석)은 존재감 넘치는 비주얼과 애드리브로 쉴 새 없이 웃음을 전달한다. 하지만 예상되는 캐릭터, 예상할 수 있는 웃음이다. 그들에 대한 우리의 기대치가 높아진 탓이다. 딱히 놀라울 정도의 설정이나, 연기 변신은 없지만 그래도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술술 풀어내는 그들의 여유 있는 연기와 호흡에 관객들은 121분을 지루하지 않게 즐긴다.
캐릭터 코미디의 전형
극 초반 긴 이야기 전개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잡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지만 살짝 지루한 감은 있다. 하지만 조선의 서빙고 얼음을 훔치는 일이 어디 한두 사람의 지혜, 한두 가지 계획으로 될 일인가. 조금은 산만하게 흩어져 있던 캐릭터들은 극의 후반이 되어서야 하나로 달리기 시작한다.
엉성한 얼음 털기 시나리오가 웃음으로 포장될 수 있는 것은 캐릭터들의 힘이다. 아역 연기자들의 깜찍하고 천연덕스러운 연기도 일품이고,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던 성동일은 후반 10분 동안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알린다. 액션과 코미디, 긴장감과 웃음이 적절히 섞여 보기 좋은 마무리가 완성된다.
쭉쭉 빵빵 도둑들에 맞서는 인디 비주얼 도둑들
10인의 쭉쭉 빵빵, 막강 비주얼을 가진 ‘도둑들’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극장가에 나타난 이들은 어딜 봐도 비주류 외모의 도둑들이다. 하지만 이들도 도둑들이다. 서자 중심의 홍길동 일당은 아니어도 힘과 권력의 상징인 얼음을 훔치며 비리와 부패에 맞서는 양심 있는 도둑들이다. 나중엔 사도세자의 부성에 감동하여 놀랍게도 금까지 포기하는 감성(?) 있는 도둑들이다. 외모에 대한 편견으로 무지막지한 도둑들이라 오해하지 마시길.
비주류 외모의 도둑들이 펼치는 진지한 금괴사냥 이야기를 즐기다보면 김주호 감독의 깜짝 선물이 준비되어 있다. 관객들의 눈과 마음을 위로하는 차원이랄까? 꽃미남 송중기가 살짝 등장하여 정약용을 연기한다. 짧게나마 그의 고운 모습을 보고 싶다면 부디 다음 약속이 바쁘더라도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말기를 바란다.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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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지는 않지만 편안한 웃음보따리
조선 최고의 꾼들이 모여 서빙고에 있는 얼음 3만 정을 훔칠 계획을 세운다. 차태현은 올바른 말만 골라 하는 우의정 이성호(권혁풍)의 서자 덕무로 나온다. ‘천재적인 지략가’ 역할을 맡았다며 사극 연기에 처음으로 도전한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영화 속 차태현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수염도 어색하지 않고 백동수(오지호)에게 찰싹 달라붙어 ''처남~''이라고 부르며 능청을 떨 때는 ‘1박 2일’에서 만나던 방송인 차태현 그대로의 모습이다.
백동수로 나오는 오지호도 낯설지 않다. 어디서 본 모습인가 싶었더니 TV 드라마 ''추노''에서 연기하던 송태하의 모습이 오버랩 된 탓이다. 성동일, 신정근, 고창석, 송중호 등 명품 조연들의 역할 또한 뛰어나다. 귀머거리 폭탄 제조전문가 대현(신정근)과 청나라 유학파이자 땅굴파기의 일인자 석창(고창석)은 존재감 넘치는 비주얼과 애드리브로 쉴 새 없이 웃음을 전달한다. 하지만 예상되는 캐릭터, 예상할 수 있는 웃음이다. 그들에 대한 우리의 기대치가 높아진 탓이다. 딱히 놀라울 정도의 설정이나, 연기 변신은 없지만 그래도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술술 풀어내는 그들의 여유 있는 연기와 호흡에 관객들은 121분을 지루하지 않게 즐긴다.
캐릭터 코미디의 전형
극 초반 긴 이야기 전개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잡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지만 살짝 지루한 감은 있다. 하지만 조선의 서빙고 얼음을 훔치는 일이 어디 한두 사람의 지혜, 한두 가지 계획으로 될 일인가. 조금은 산만하게 흩어져 있던 캐릭터들은 극의 후반이 되어서야 하나로 달리기 시작한다.
엉성한 얼음 털기 시나리오가 웃음으로 포장될 수 있는 것은 캐릭터들의 힘이다. 아역 연기자들의 깜찍하고 천연덕스러운 연기도 일품이고,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던 성동일은 후반 10분 동안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알린다. 액션과 코미디, 긴장감과 웃음이 적절히 섞여 보기 좋은 마무리가 완성된다.
쭉쭉 빵빵 도둑들에 맞서는 인디 비주얼 도둑들
10인의 쭉쭉 빵빵, 막강 비주얼을 가진 ‘도둑들’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극장가에 나타난 이들은 어딜 봐도 비주류 외모의 도둑들이다. 하지만 이들도 도둑들이다. 서자 중심의 홍길동 일당은 아니어도 힘과 권력의 상징인 얼음을 훔치며 비리와 부패에 맞서는 양심 있는 도둑들이다. 나중엔 사도세자의 부성에 감동하여 놀랍게도 금까지 포기하는 감성(?) 있는 도둑들이다. 외모에 대한 편견으로 무지막지한 도둑들이라 오해하지 마시길.
비주류 외모의 도둑들이 펼치는 진지한 금괴사냥 이야기를 즐기다보면 김주호 감독의 깜짝 선물이 준비되어 있다. 관객들의 눈과 마음을 위로하는 차원이랄까? 꽃미남 송중기가 살짝 등장하여 정약용을 연기한다. 짧게나마 그의 고운 모습을 보고 싶다면 부디 다음 약속이 바쁘더라도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말기를 바란다.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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