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아이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스트레스가 많다. 이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극복할까 고민하다 각자가 원하는 여행지를 택하기로 했다. 아이는 미치도록 놀고 싶고, 남편은 산에 오르고 싶고, 아내는 쉬고 싶은 게 속내. 결국 우리 가족은 이 세 가지를 모두 즐길 수 있는 강원도 ‘인제’와 ‘설악’을 최종 여행지로 낙점했다.
피옥희 리포터 piokhee@empas.com
테마1. 마음의 평화, 힐링 하라!
남자들의 로망 중 하나는 산행이다. ‘악’자 들어간 산세 험한 산에 다녀오는 것이 남자들 사이에서 자랑거리라는 남편의 말에 이른 새벽 강남에서 출발, 설악산으로 향했다. 미시령터널에 도착하니 기상악화로 정상 출입이 제한됐다는 비보를 전해 들었다. 결국 인제로 차를 돌려 여고시절 문학소녀였던 리포터의 바람대로 만해마을을 첫 여정지로 삼았다.
시가 있는 풍경 - 백담사 만해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동판에 새겨진 시가 눈에 들어왔다. 양쪽 벽면을 가득 메운 ‘평화의 시벽’이다. 시에 빠져 있을 즈음, 시와는 거리가 먼 남편이 손을 잡아 끈 곳은 ‘만해 평화지종'' 앞이다. 종 치지 말라는 경고 문구에 칠까 말까 장난을 치는 남편과 유치한 실랑이를 벌이니, 그 모습이 웃긴지 옆에서 킥킥대던 아들이 건너편 한용운 흉상을 발견하고는 갑자기 ‘만해문학박물관’으로 들어섰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시화전이 국어책 속 딱딱한 시구보다 더 흥미로웠나보다. 서로의 느낌은 달랐지만 각자의 방식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만해마을. 호수를 낀 ‘님의 침묵 산책로’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힐링 보너스를 선사해주었다.
나무와 계곡에서의 휴식 - 용대자연휴양림
초입에 들어서니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가 눈에 들어왔다. 모처럼 만나는 흙길이 정겨웠지만 현실은 사뭇 달랐다. 달리는 내내 차가 심하게 덜컹거려 엉덩이가 아려왔던 드라이브 코스지만, 삼림욕을 즐기기에는 최적의 장소. 곳곳을 걷다보니 어디선가 계곡 물소리가 들려왔다. 물 맑고 공기 좋아 열목어(천연기념물 74호)가 산다는 숲 해설사의 설명에 남편과 아들이 동시에 계곡 물로 뛰어들었다. ‘철부지 아들 둘 키운다’는 심정으로 물장구치는 두 남자를 바라보다, 은근슬쩍 리포터도 계곡 물에 발을 담갔다. 발끝에서 전해지는 청량함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 살림하랴 일하랴 공사가 다망했던 워킹맘에게는 최고의 쉼터였다.
탁 트인 산 정상의 묘미 - 설악산 권금성
여정 내내 비가 와서 설악산 등반은 물 건너갔다며 남편이 울상을 지었다. 아쉬운 마음에 ‘설악산 케이블카’라도 타기로 했다. 탑승시간 고작 3분에 주위 풍광을 감상하기엔 턱없이 부족했지만, 케이블카에서 내려 조금만 올라가면 권금성 정상이 나온다기에 서둘러 발길을 재촉했다. 태극기 휘날리는 정상에 올라 대자연을 관망하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정상에서 만난 다람쥐를 포착하기 위해 연신 사진기를 들이대니, 대뜸 남편이 “마지막 여정지로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뜬금없이 결혼하길 잘했단다. 빈말이라도 듣기 좋아 배시시 웃었다.
테마2. 뼈 속까지 짜릿함, 익스트림 하라!
중학생이 되어 학업 스트레스가 많은 아들에게 힐링 여정은 꿀맛 같은 휴식이다. 미치도록 즐기고 싶어 하는 아들을 위해 극한의 쾌감을 만끽할 수 있는 익스트림 체험을 제안했다. 제일 먼저 선택한 곳은 도전의식을 고취시켜 줄 아이언웨이였다.
매바위 폭포 암벽 등반 - 아이언웨이
82미터에 달하는 인공폭포 암벽을 오르는 코스. 암벽등반과 유사하지만 정식 명칭은 아이언웨이다. 누구나 기본 훈련만 받으면 암벽에 박힌 철심을 딛고 오를 수 있어, ‘남자라면 꼭 해봐야 한다’는 전문가의 꼬임에 넘어가 남편도 아들과 함께 도전하기로 했다. 거대한 폭포 암벽을 오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40여 분. 정상 등반에 성공한 아들이 “아찔하고, 짜릿하고, 황홀했다”는 소감과 함께 다음에는 꼭 중급 코스에 도전하겠다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아찔한 고공낙하의 스릴 - 번지점프
보기만 해도 아찔한 높이. 엑스 게임 빅 번지를 보는 순간 아들이 탄성을 질렀다. ‘정말 국내 최대 높이냐, 막상 뛰면 별거 아닐 거다’ 등 뛰기 전부터 설레발을 쳤다. 63미터 높이의 크레인으로 올라가니 ‘떨어지진 않냐, 안전한 거냐’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귀엽다. 아들에게 용감함을 보여주겠다며 남편이 먼저 번지점프에 도전했다. 잠시 머뭇거리다 “내가 누구? 용감한 아버지!”를 외치며 뛰어내린 남편의 외마디 비명에 구경꾼들도 웃음보가 터졌다. 그래도 아빠에게서 용기를 얻었는지 오히려 아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내렸다.
내린천을 달리는 짜릿함 - ATV
번지점프의 여파로 다리가 후들거릴 만도 하건만 아들은 곧이어 ATV(사륜자동차) 앞에 섰다. 청소년부터는 단독 운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잔뜩 설렌 모습. 내린천 코스는 강변을 낀 구불구불한 흙길이 오르막 내리막을 따라 적절하게 펼쳐져 스릴을 더한다. 남편과 아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는 통에 강사에게 몇 번의 경고를 받았지만, 철부지 남편과 아들은 또다시 엑셀을 당기며 짜릿한 강변 질주를 즐겼다.
가상이 아닌 현실 체험 - 밀리터리 테마파크
아들의 흥분이 극에 달했던 곳은 인제 밀리터리 테마파크다. 평소 게임을 하진 않지만 막상 서든어택 세트가 눈앞에 펼쳐지자 거의 이성을 잃은 수준이다. 개별 체험은 불가능했지만 단체로 신청한 대학생들의 배려로 10분간 합류해 체험해볼 수 있었다. 온라인 게임이 현실로 재현돼 전쟁터의 긴장감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는 게 아들의 소감. 하지만 작년에 읽었던 『무기를 팔지 마세요』의 책 내용이 떠올라 앞으로는 전쟁을 게임처럼 가볍게 생각하지 않겠다며 제법 철든 말까지 한다. 옆에 있던 남편이 ‘그래도 군대 가면 사격으로 포상휴가는 따와야 한다’고 말하니, ‘걱정 말라, 아빠 아들 아니냐’며 능글맞게 맞받아 쳤다.
Tip. 인제 인스트림 체험 가이드---------------------------------
아이언웨이(인제군 북면 용대리 182)
초급자 코스(1시간 소요. 3만 5천 원)는 10살부터 가능하며, 중급자 코스(2시간 소요. 4만 5천 원)는 훈련 적응도에 따라 도전할 수 있다.
X게임 리조트(인제군 인제읍 합강리 221-12)
번지점프(4만 원), 슬링샷(2만 원), ATV(3만 원) 등을 즐길 수 있으며, 두 가지 이상 체험하면 패키지 할인율이 적용돼 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인제 밀리터리 테마파크(인제군 인제읍 비봉로 44번길 81)
모의 서바이벌 및 서든어택(30분에 1만 2천 원) 외에도 실내 사격장과 러닝슈팅 등 다양한 체험시설을 즐길 수 있다. ------------------------------------------------------------------
이번 여행은 여러 모로 얻은 것이 많다. 사춘기 아들에겐 무한 도전의 기회를, 업무 스트레스가 많은 남편에게는 일상 탈출의 기회를, 일에 찌든 워킹맘에게는 편안한 휴식을 선사해주었던 강원도 극과 극 체험. 알차게 즐긴 2박 3일 여정에 다들 들떴는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따라 불렀다.
“오~오~오빤 강남 스타일. 우~우~우린 강남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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