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책 <이웃사람>

“오늘 이웃과 인사 나누셨나요?”

지역내일 2012-09-03

강풀 원작의 영화 <이웃사람>이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로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이기에 더욱 주목할 만한 결과다. 관객들의 감상은 서스펜스 넘치는 스릴러와 유쾌한 감동이 있다는 평이 대세.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관객들의 생각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오늘을 함께 사는 가족과 이웃을 둘러보는 쪽으로 시야를 확장하게 된다. 



평범하지만 평범치 않은 이웃사람들
강산맨션의 하루. 언뜻 보면 평온한 일상이다. 바자회와 재개발을 준비하고, 수돗물 고지서와 음식물 쓰레기 문제로 옥신각신한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이루는 이웃 사람들의 과거 혹은 오늘은 평범하지 않다. 한 번의 약속을 못 지켜 살인마에게 딸을 빼앗겨야 했던 엄마, 엽기적인 살인을 하는 날이면 반드시 피자를 시켜먹는 살인마, 악질 사채업자, 범행에 쓰인 가방을 알면서도 입을 다무는 가방가게 아저씨, 집값 걱정에 살인사건은 쉬쉬하려고만 하는 부녀회장, 오래된 망령에 시달리는 경비아저씨까지. 대문 밖 남의 집 이야기는 알 수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부둥켜안고 산다.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 그대로다.
그런데, 그랬던 이웃 사람들이 한 아이의 죽음을 막기 위해 서서히 모여든다. 회의를 한 것도 공모를 한 것도 아니지만 각자의 양심과 용서, 정의감, 필요에 의해서 모여든다. 생각해본다. 내 이웃의 소녀가 위험에 처해있다면 나는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을까? 그 소녀가 내 아이라면 난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마동석과 김성균의 맛깔스런 연기
스타 배우들이 대거 나오는 영화가 아님에도 관객들이 2시간 내내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건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악질 사채업자 역의 마동석과 엽기 살인마 역의 김성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관객들은 두 사람의 매력에 빠져든다. 나쁜 사채업자인데도 마동석의 등장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응원하게 되는 건 상대적으로 더 악랄하고 엽기적으로 나오는 김성균의 탁월한 연기 때문이다.
험상궂은 인상에 지저분한 의상, 꼬질꼬질한 손톱 밑 때까지(그는 피자를 먹은 뒤 손가락에 묻은 기름을 쪽쪽 빨아먹는다.) 김성균은 연쇄 살인마의 변태적이고 위협적인 느낌을 제대로 살렸다. 그런 그를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힘으로 제압하는 캐릭터는 마동석.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조연이 아쉬웠다는 듯 두 사람은 영화를 힘 있게 끌고 나간다. 악당인줄 알면서도 마동석을 자꾸 응원하게 되는 건 그가 살인마를 제압하는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깨알 같은 웃음을 주는 캐릭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임하룡과 더불어 극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마동석. 어느새 주연급으로 성장한 그의 존재감을 스크린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김윤진과 김새론이 전하는 감동의 메시지
그리고, 월드스타 김윤진과 아역 김새론의 연기는 그야말로 명품이다. 모성을 자극하는 김윤진의 깊이 있는 연기와 1인 2역 (살해당한 소녀와 살해 위협을 받는 발랄한 소녀)을 연기한 김새론은 영화 <이웃사람>의 정서 중심에 ‘가족 간의 정’이 있음을 묵직하게 각인시켜 준다.
죽은 딸 여선(김새론 분)이는 죽어서도 일주일째 집으로 찾아온다. 새엄마(김윤진)와 친해지고 싶었는데 그 기회를 잃은 것이 아쉬워 그렇게 매일 찾아오는 것일까?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일주일째 집으로 찾아오던 여선이는 김윤진의 마음에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살인마로부터 지켜주지 못했다는 새엄마의 자책이 자꾸만 딸을 집으로 돌아오게 했던 건 아닐까하는. 그러다 영화의 끝부분으로 가면 지금도 어디에선가 또 다른 여선이가 돌아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주일째 집으로 돌아가는 여선이를 목격하는 살인마.
살인의 규칙을 깨고, 살인의 흐름을 깨게 되는 건 이웃의 힘이 아니라 억울하게 죽은 여선이의 모습이 살인자를 괴롭혔기 때문은 아닐까. 이웃의 외면과 무관심 속에 억울하게 죽었던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연은 오늘도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