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자원봉사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원봉사가 국가 발전의 원동력과 선진국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넉넉히 가지지 않았어도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봉사를 통해 사람들은 존재 가치와 더불어 더 큰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학생들 봉사활동에 주목하는 요즈음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나눔과 섬김의 기쁨을 느끼며 봉사활동을 하는 훌륭한 이웃들이 많이 있다. 봉사를 통해 사랑을 나누는 사연들을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미국 사회가 가장 두려워하는 파업이 철도파업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자원봉사자들의 파업이라고 하는데. 국가와 사회발전에 자원봉사의 기여도가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잘 말해준다. 우리나라도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세상 곳곳을 채워주는 봉사자들이 있어 삶이 더 풍요로워졌다. 한 달에 한 번씩 이렇게 우리들 주변을 밝혀주는 자원봉사자들을 만나 그들이 봉사를 하게 된 계기와 그들을 통해 달라진 세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달에 만난 아름다운 사람은 양천구 목2동 자원봉사 캠프장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영옥(56)씨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 나눔과 섬김의 정신
유난히도 무덥고 변덕스러운 날씨를 보였던 여름 끝자락, 목2동 주민센터 3층에서 이영옥씨를 만났다. 현재 이영옥씨는 양천구 자원봉사캠프 목2동 캠프장의 직함으로 동에서 주관하는 봉사활동을 이끄는 일을 하고 있다. 이날 그녀가 맡은 임무는 목2동 자원봉사 캠프를 통해 일촌을 맺은 독거노인들에게 주먹밥 도시락을 만들어 전달하는 청소년들을 지도하는 일이었다. 인터뷰를 한 이틀 후에도 저소득 아동을 위한 철도여행 인솔 봉사가 계획되어 있다고 했다. 봉사활동으로 하루하루가 바쁜 그녀가 캠프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게 된 것은 드러내지 않아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그녀의 투철한 봉사정신 덕분이다.
봉사의 개념조차 낯설었던 1984년. 이영옥 캠프장은 ‘남들에게 차마 알리지 못했던 아픔을 경험하고 그 기억을 떨치고 싶어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조심스럽게 봉사를 시작하게 된 사연을 이야기하였다. 벌써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도 잊고 싶기만 한 그 아픔이란 바로 8개월 된 뱃속의 첫째 아이를 유산했던 기억.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넝굴당’에서 김남주가 연기한 절절한 사연을 떠올린다면 이영옥 캠프장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기억을 꺼내고 싶지가 않네요. 당시 너무나 아프고 안타까워 무엇인가에 몰두하고 싶어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리포터의 눈치 없는 질문에 사연을 꺼내보였지만 잊고 싶은 마음의 상처를 드러내는 일이 쉽지는 않았으리라. “남편과 친정어머니께서 저를 많이 도와주었던 덕분에 주말도 없이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아픈 기억을 잊기 위해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 후 형석이와 준석이를 낳고는 온 가족이 봉사활동을 다니게 되었어요.” 아픔을 극복하려고 시작한 봉사활동을 통해 오히려 삶의 기쁨을 찾을 수 있었다는 이영옥 캠프장은 다시 그녀의 밝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강한 중독성을 갖고 있는 사랑의 인연, 봉사
“첫째를 잃고 남편과 친정어머니의 권유로 시작하게 된 봉사활동이었지만 봉사란 바로 사랑이더군요. 사랑의 인연은 강한 중독성이 있어 정해진 약속 시간이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꼭 봉사를 해야만 하였습니다.” 천사원 방문봉사를 시작으로 신목복지관 장애아동 미술수업과 종이접기지도, 이동차량목욕버스에서 치매어르신 목욕봉사, 반찬배달봉사 등 바쁘게 다닌 봉사 시간들 속에서 운명과도 같은 인연의 힘을 느꼈다고 이영옥씨는 이야기한다.
그녀가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한 것은 1984년부터였지만 처음 봉사를 접하게 된 계기는 83년 결혼 후 남편모임을 통해서였단다. 부부동반으로 일일찻집 등 불우이웃돕기 행사를 한 후, 천사원 방문봉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봉사의 매력을 발견하였다는 것이다. 그 후 힘든 일을 경험한 그녀에게 봉사를 통한 치유의 인연을 맺어준 사람이 바로 남편이었다고. 8년 만에 얻은 첫째아들 이형석(22)씨와 세 살 터울인 둘째아들 이준석(등촌고 3)군도 지금은 엄마 못지않게 봉사활동을 실천하고 있으니, 30여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이영옥씨 가정은 가족봉사단을 이루게 된 셈이다.
“세월이 흘러도 제가 종이접기를 지도했던 ‘해맑음 마음터(구 석암아동요양원)’ 아동들은 저를 색종이 엄마라고 부릅니다. 불편한 아이들이라 저를 잘 모르는줄 알았는데 아이들은 다 기억하고 있었어요. 저만 보면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쳐들면서 제가 최고라고 합니다. 인연으로 맺어진 사랑의 끈은 떼어 낼 수가 없나봐요.” 그윽한 눈빛으로 그동안 만났던 인연들을 이야기하는 내내 이영옥 캠프장의 얼굴에는 사랑이 뚝뚝 묻어난다.
가족의 사랑과 배려가 지닌 ‘긍정의 힘’
1984년부터 30년 남짓의 시간을 활동한 베테랑 자원봉사자임에도 이영옥 캠프장은 인터뷰 내내 그동안의 봉사활동 경력에 대한 말을 아꼈다. 하지만 주변에서 이야기해준 그녀의 활동은 화려하다 못해 경이로울 정도다. 장애아동 미술수업과 종이접기지도, 이동차량목욕버스에서 치매어르신 목욕봉사, 반찬배달봉사를 하여 2001년 신목종합복지관 감사장을 받았고, 신정복지관 독거어르신 세탁물배달, 도시락배달 등 양천노인복지관 점심 설거지봉사로 2003년 표창장을 수여했으며, 2004년 서울시장 표창장, 2005년 국무총리상, 2012년 양천구청장 표창장 등 소리 소식 없이 인정받은 그녀의 봉사활동이 이밖에도 다수라는 것이다.
석암아동요양원(현 해맑음마음터) 장애아동 종이접기 지도 및 놀아주기, 새터민에게 배달봉사, 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 교통봉사, 복지관 독거어르신 말벗봉사, 김장봉사, 자원봉사캠프 상담가 활동, 독거어르신과 지역아동센터 아동 체험학습 및 나들이 봉사 등 자원봉사자로서 지역사회 노인복지 발전과 미래를 이끌어 갈 아이들에게 이웃사랑을 실천하고자 노력하였다고 하는데. 월급받고 일하는 직장인도 그녀의 열정에는 따르지 못할 것 같다. 이렇게 열심히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이영옥씨 가정은 2008년 7월 ‘가족사랑봉사단’으로 선정되어 베트남 ‘한.베장애인센터’에서 형석씨와 준석군 두 아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남편만 혼자 집에 남아있게 해서 무척 미안했지만, 전쟁의 상처로 말미암아 더 많은 장애아를 돌봐야했던 베트남이라는 나라에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삶은 나눌 때 더욱 행복해 진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고 마음으로 느꼈던 귀중한 시간이었어요.” 그녀의 봉사활동은 가족의 이해 없이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봉사란 나눔과 섬김의 정신을 실천하는 고귀한 가치이다. 서로를 배려하며 작은 섬김부터 실천하는 이영옥씨 가족의 따뜻한 마음이 지금의 ‘봉사왕’을 있게 한 것이다.
석주혜 리포터 vietnam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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