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가 만난 사람들 - 엄마들의 유쾌한 반란
주부33명, 연극무대에 빠지다!
안양문화예술재단 연극 프로그램 … 박정자, 송승환 등 유명인 강사로 참여
“정말 외도를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애들 생각은 접고, 이른 새벽 용산역으로 향해 KTX에 몸을 실었습니다. 티켓박스에서 살며시 미소 짓던 젊은 남자직원의 표정에 약간의 설레임도 느끼며 오늘을 즐기리라 마음먹었죠. 텅 빈 객석에서 혼자 찍는 셀카 놀이를 즐기며 도착한 광주역. 한적한 아침, 플랫폼에서 나를 기다리는 한 남자가 있었죠. 나는 달려가 힘껏 안겼고, 우리는 찐한 키스를 했답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나를 기다리던 그 남자는 바로 ‘남편’ 이었답니다.”
무더위가 기승인 올 여름, 그것도 한창 더울 때인 낮 2시. 평촌아트홀 지하 강의실에 주부 30여명이 열정 가득한 눈망울로 모여 있다. 오늘의 주제는 ‘외도, 그리고 바캉스’. 한명씩 나와 이야기를 펼친다. 유쾌한 웃음소리가 섞이기도 하고, 울컥한 마음에 눈물을 쏟아내기도 하는 이들은 바로 지난 5월 안양문화예술재단(대표 노재천)이 육아와 가사노동으로 지친 엄마들의 일탈을 돕고자 모집한 ‘엄마들의 유쾌한 반란’ 1기 단원들이다.
주부들로만 구성된 총 33명의 엄마들의 유쾌한 반란 1기 단원들은 첫째 주를 제외한 매주 금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평촌아트홀에서 연극의 모든 것을 익히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이른바 ‘과정중심의 연극놀이’ 방식으로 진행하는 참가자 중심의 연극 교육프로그램이다. 12월 마지막 주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24회의 정기 연습과 보충 연습을 함께 한다. 연출, 작가, 배우, 무대의 모든 과정을 역할별로 나눠 참여하고, A, B 팀으로 나누어 무대에 올린다.
단원들의 연령대는 3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지만 주부라는 공통점이 있다. 결혼 전 연극배우 생활을 경험해 본 사람도 있지만 오직 육아에만 매달리던 주부에서부터, 현직교사로 안식년을 맞아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신청한 사람, 연극이 좋아 찾아 온 사람 등 일상을 탈출하고 새로운 꿈과 도전을 하기위해 온 목적은 모두가 같았다. 그래서 더욱 공감하고 솔직해 질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강사진 또한 화려하다. 연출, 연기, 극작뿐 아니라 무대미술, 조명, 무대의상, 음악 등 연극계를 이끌어 가는 최강의 강사진으로 구성되었다. 한국종합예술학교 연기학과를 졸업하고 진아트컴퍼니 대표로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김경진, 한국콘서바토리대학 교수인 손상희, 한국종합예술학교 연극학과 교수인 최준호 씨가 주 강사로 참여한다. 또한 배우이자 ‘난타’로 더욱 유명해진 PMC 프로덕션 예술총감독 송승환, 한해도 빠지지 않고 50년 동안 무대에 선 연극배우 박정자, 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자 국립극장 예술감독인 오태석 씨 등이 특별 강사로 연극의 참맛을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외에도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연극계 최고의 강사진이 참여한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하게 생각하고 지원했다는 추성화(43·갈산동) 씨는 “강의 내용도 너무 좋고 같은 공감대를 가진 주부들이 모여 뭔가를 도모한다는데 설레임과 기대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수준 높은 강의와 강사진 등 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주부들은 커다란 혜택을 받는 셈이다. 처음 기획할 때는 주부들이 얼마나 참여할까 반신반의 했었다는 담당자 김정아 씨는 “연습시간이면 열정이 넘쳐 그 시간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 같다"며 "주부들의 호응이 높아 재단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1회성으로 마감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2017년까지 3단계 과정으로 중장기 사업으로 기획, 이후 2년 단위로 심화 과정을 더 해, 각 과정별 참가자 그룹과 튜터(tutor)그룹을 조직, 운영할 계획이다. 기회를 놓쳐 아쉬워하는 주부들은 내년을 기약하면 된다. 엄마들의 무모하고 불온해 보이는 반란이 감동과 희열로 마무리 되는 장면은 12월 29일 안양아트센터 수리홀에서 확인 가능하다. 엄마들의 반란은 이미 시작되었다!
신현주 리포터 nashu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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