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수업제 시행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

“주중 수업시간이 늘어나 힘들어요”

교사 학생 학부모, 주5일수업제 부담 … 다양한 학교 밖 활동 만들어야

지역내일 2012-08-28

올해 3월부터 대전시 학교(294개교 중 삼육중만 제외)에서 ‘주5일 수업제’를 전면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학교 밖 체험활동 증가, 충분한 휴식으로 학습효과 증대, 다양한 개성과 취미 계발, 가족 간 유대 강화 등에 목적을 두고 도입했다. 그러나 시행 이전부터 주5일수업제는 많은 우려를 낳았다.
내일신문은 주5일수업제 전면시행을 앞두고 3차례(2011.12.9 872~874호)에 걸쳐 교육현장의 과제들을 살펴봤다.
전면시행 1학기를 보낸 주5일수업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주중 수업시간 늘어 ‘힘들어요’ =
유성구 ㄱ중학교에 다니는 김 모양(3학년)은 “7교시 수업을 하는 요일이 화요일 하루였는데 주5일제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 7교시 수업을 해서 힘들어요”라며 “지난해 2학년때 담임선생님이 수업시간은 절대 안 늘어난다며 주5일수업제에 찬성하라고 했어요. 그래서 찬성했는데…. 7교시 수업을 한 다음날 아침엔 일어나기도 힘들고 수업시간에 졸려서 힘들어요”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늘어난 주중 수업시간 때문에 학부모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김 양의 어머니 조영희(42·유성구 신성동)씨는 “주5일 수업제가 되면 아이들이 좀 더 여유 있게 학교생활을 할 줄 알았는데 아침마다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는 게 안쓰럽다”며 “교육당국이 수업일수나 교과목을 꼼꼼하게 점검해서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학생들은 주5일 수업제를 어떻게 생각할까? 대전시 서구 ㄴ중학교에 다니는 김 모군(2학년)은 “토요일에 학교 안 가니까 좋기는 한데 여름방학이 줄어서 별로”라고 말했다.
대전시 관내 초·중학교 여름방학 일수는 전년에 비해 3~5일 가량 줄었다.
대부분 학생들은 토요일에 등교하지 않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평일 수업 증가와 방학 기간 단축, 학교행사 축소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유성구 ㄷ중학교 강 모양(3학년)은 “옛날처럼 한 달에 둘째 넷째 토요일 쉬던 때가 좋아요”라며 “그 때는 학교에서 해양수련회나 졸업여행 등 행사를 다 했었는데 올해는 모든 행사가 취소 돼서 속상해요. 친구들이랑 좋은 추억을 만들 시간이 사라져 싫어요”라고 말했다.


교사 희생 없이는 토요 프로그램 불가능해 =
그렇다면 교사들은 주5일 수업제를 어떻게 생각할까? 주5일 수업제는 교사에게도 부담이다. 대전시 서구 ㄹ초등학교 김 모 교사는 “수업시수는 그대로인데 수업일수를 맞추려다 보니 방학이 줄어들었다”며 “주중에 수업을 더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조는 경우가 늘고 아침부터 힘들어 하는 것이 눈에 띈다. 그러니 교사도 가르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주5일수업제를 하면서 만든 토요학교 프로그램 진행과 관리를 위해 교사들이 지원해야 했는데, 자녀가 어린 교사들은 곤란해 한다”고 말했다.
대전시 관내 초등학교 토요학교 참여율이 37~40%다. 시행초기 8~10% 수준이었던 것이 토요일 오전, 학교 방과후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학부모가 늘면서 참여율도 높아졌다. 그러나 실질적인 참여는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초등학교 3학년 학부모인 김민아(37·유성구 노은동)씨는 “토요일마다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이 많다”며 “아이가 아직 어려서 체험학습 위주로 여행이나 과학관 등을 찾아간다. 남편이 쉬지 못하는 토요일엔 혼자서 두 아이를 돌보는 게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한 김 씨는 “경제적인 부담도 크다. 큰아이는 처음에 학교에서 하는 무료 토요 프로그램을 이용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재미없다고 안 가려고 해서 그냥 집에서 데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주5일수업제 전면 시행에 따른 문제점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그러나 교과부가 교육과정을 그대로 둔 채 수업일수만 줄임으로써 학교 현장에서는 오히려 학생·교사·학부모 모두에게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교과부는 주5일수업제 도입에 따른 문제점을 파악해 현실에 맞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까닭이다.
박종근 전교조 대전지부 사무처장은 “수업시수와 교육과정을 조정하지 않고 주5일수업제로 수업일수만 줄어들었다”며 “학교 안에선 교육과정의 변화가 있어야 하고, 학교 밖에서 다양한 체험활동이 가능하도록 사회적인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물론 지자체의 인적·물적자원 지원도 이뤄져서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정책을 펼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생들의 학교밖 다양한 체험활동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학교 수업은 수업대로 받으면서 토요일까지 학습노동에 시달리고 있고, 학부모와 교사 또한 이러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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