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라는 단어만큼 따뜻하고 애틋한 말이 있을까. 결혼해서 자식 낳고 살다 보면 더욱 크게 느껴지는 존재다. 또 50대 여자에게 꼭 필요한 것은 돈, 친구, 딸 이라고 할 만큼 친정엄마에게 딸은 귀한 존재다. 그러나 그런 관계가 육아전쟁으로 들어오면 ‘적 아닌 적’이 된다. 육아갈등은 가장 가까운 사이인 친정엄마라 하더라고 피할 수 없다. 오히려 좋았던 모녀관계가 틀어지면서 겪는 상처는 다른 인간관계보다 훨씬 크다.
친정엄마라 더 서운해요.
셋째를 낳고 다시 일을 시작한 오현미씨(40·여)는 최근 엄마와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서운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남편 혼자 벌어서는 다섯 식구 먹고 살기 힘들다며 적극 일을 권한 친청엄마가 정작 아이들 육아 문제를 의논하자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오씨는 일자리를 알아보면서도 육아 걱정은 하지 않았다. 오씨의 어려운 사정을 뻔히 아는 엄마가 도와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엄마의 반응을 보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겨우 사정을 해 몇 달만은 맡아주기로 했지만 아직도 그때의 기억은 씁쓸하다.
경제적 문제도 껄끄러워요
육아 문제에 있어 경제적인 부분도 갈등을 유발하기 일쑤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친정엄마에게 아이들을 맡겼다는 워킹맘 이정희씨(35·여). 하지만 비용 절감은커녕 오히려 새는 돈이 많다. 한 달에 팔십 만원을 고정적으로 드리지만 그것 외에 생활비까지 일부 감당하고 있다. 거기에다 이런저런 눈치까지 보니 차라리 보육시설에 맡기는 편이 낫지 않을까 고민 중이다. 이씨는 친정엄마가 친구들 자식들과 비교해가며 돈타령 할 때면 정말 화가 난다. 남보다 더 못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나이에 손주까지~
딸의 육아휴직이 끝나면서 이경숙(56·여)씨는 백일이 갓 지난 손주를 떠안게 됐다. 아이가 너무 어려 맡길 곳도 마땅치 않고 딸도 직장을 나가야하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이를 맡으면서 하루가 고단하다. 거기에다 회식이다, 맛사지다, 제 할 일 다하고 집에 들어오는 딸을 보면 울화병이 난다.
“지들 키웠으면 됐지, 이 나이에 손주까지 보려니까 힘드네요. 친구들은 수영이다, 헬스다, 운동도 다니고 놀러 다니는데 더운 날 아기랑 씨름하려니까 힘들어요.”
눈치만 보지 말고 대화를 해야
보건복지부가 5년마다 조사, 발표하는 아동보육실태 조사 보고서(2009년)을 보면 우리나라 0~3세 영·유아의 70%, 미취학 아동의 35%는 최소 낮 동안 조부모나 외조부모가 돌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에 비해 보육환경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아이를 시댁이나 친정 부모에게 맡기는 편을 선호한다. 특히 친정 엄마는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워낙 격의가 없는 사이이다 보니 서로 뜻이 맞지 않을 때 쉽게 큰소리를 내면서 갈등은 더 커진다.
이때 어느 한 쪽을 탓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문제로 받아들이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해결하려고 하느냐가 중요하다. 친정엄마가 육아에 투정을 부리고 하소연 한다면 일단 경청한다. 그리고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또 갈등이 생겼을 때는 회피하는 것보다 대화하는 방법을 함께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육아의 주체는 ‘부부’라는 생각 가져야
친정엄마가 육아를 도와주는 경우라도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도록 한다. 형편이 어려워도 경제적인 지불은 반드시 필요하다. 일단 아이를 맡겼으면 친정엄마 육아방식을 존중한다. 그리고 필요하다고 느낄 경우 자신의 육아방식을 제안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아이니 만큼 ‘부부’가 육아 주체가 되어야 한다. 육아에 관련된 모든 일을 친정엄마에게 맡겨서는 곤란하다. 유치원 행사, 예방 접종 등은 직접 챙기도록 한다. 또한 늦은 시간까지 회식에 참가한다거나 취미활동 등으로 퇴근 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한다. 육아의 갈등은 작은 것에서 생긴다. 서로가 예의를 지키고 이해를 한다면 육아에 있어서 친정보다 좋은 곳은 없다. 친정엄마는 따뜻한 안식처다. 그곳에서 아이가 크고 있다면 한 걱정 던 셈이다. 육아를 맡아주는 친정엄마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고 육아에 관한 한 자신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한다면 친정엄마와의 갈등은 사라질 것이다.
김미용 리포터samgi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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