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 경주 보문단지 1박2일

여고 동창생들과 함께 떠난 ‘힐링 여행’

지역내일 2012-08-13 (수정 2012-08-13 오전 9:24:44)

“결혼 전에는 세월이 더디 가는 듯 하더니 결혼 후의 세월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가더라.” 맏며느리 역할을 하며 다섯 자식을 키워내신 친정어머니의 한탄 섞인 말씀이다. 그 말씀의 의미를 어렴풋이 깨달을 나이가 된 중년의 여고 동창생 7명이 모든 짐을 내려놓고 1박2일 여행을 떠났다. 부산 해운대에서 여름 바다 구경을 하고 경주 보문단지로 이동해 1박을 하는 일정이었다.


7명의 친구들, ‘일탈’을 감행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오랜 세월 변함없이 우정을 쌓아온 8명의 친구들. 결혼을 한 후 각자 한 집안의 며느리로, 엄마로, 아내로 ‘멀티플레이어’가 돼 정신없이 사느라 자주 만날 기회를 갖지 못했다. 게다가 한 친구는 미국에, 또 한 친구는 독일에 살고 있으니 모두 함께 모이기가 힘든 실정이었다. 그저 가끔씩 그 친구들이 귀국할 때마다 번개 모임을 갖는 정도였다.
그런데 독일에 사는 친구가 이번 여름방학 기간 동안 둘째 아이의 SAT 공부를 위해 귀국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러자 친구들 사이에 7명이라도 모여 밤새워 이야기할 시간을 한번쯤 가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실 고3 수험생을 둔 친구도 있고 초등학생 늦둥이가 있는 친구도 있어서 그런 자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들 이번만큼은 온전히 우리들만을 위한 시간을 갖자는데 뜻이 모아졌다.
일단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을 하고 나자 구체적인 계획을 잡는 건 카톡 그룹 채팅방을 통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바다가 보고 싶다는 친구들이 많아 우선 KTX를 타고 부산으로 가 해운대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 무렵에 경주로 이동해 보문단지 콘도에서 밤을 새우기로 했다. 미국에 있는 친구는 내년 가을쯤에 귀국할 계획을 밝히며 그때 꼭 다시 모이자는 말로 섭섭한 마음을 달랬다.


부산역이 반가운 만남의 장소로
1박2일 여행을 떠나면서도 아이들을 위한 먹을거리를 장만해놓고 나오느라 아침 일찍부터 부산을 떨어야만 했다. 하지만 폭염경보가 내려진 7월 말 한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역에 서둘러 모인 친구들의 얼굴에는 어느새 설렘이 가득했다. 오전 9시45분에 출발하는 KTX 열차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그제야 한숨이 나오며 여행에 대한 실감이 났다. 남편도 아이들도 없이 홀가분하게 떠나는 우리들만의 여행.
자리에 앉자마자 시작된 수다가 무정차로 2시간 13분이 걸려 부산역에 도착할 때까지 끝없이 이어졌다. 부산역에서는 지방에 사는 친구가 합류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가 반가운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서로 기쁨의 인사를 나누느라 역 대합실이 떠들썩했음은 물론이다.
저녁 시간에 경주까지 다시 KTX를 탈 예정이었기 때문에 무거운 가방은 역 사물함에 보관을 했다. 해운대는 휴가철 교통 상황을 고려해 지하철로 이동했는데 첫 목적지인 동백역까지 약 45분이 걸렸다.

스카이라운지에서 누린 눈과 입의 호사
맛있는 점심과 해운대 전망을 동시에 즐기기 위해 고민 끝에 선택한 식사 장소는 한화리조트 32층에 있는 레스토랑 ‘cloud 32’. 탁 트인 창 너머로 해운대 바다가 펼쳐지고 동백섬과 광안대교까지 한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자리에 앉으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게다가 왕새우 구이와 안심 구이를 맛볼 수 있는 런치코스 요리(3만원, 10% 부가세 별도)로 눈과 입이 동시에 호사를 누리기까지 했다. 이곳은 낮 시간대의 전망도 좋지만 밤이면 광안대교의 근사한 야경까지 더해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오랜 친구, 바다, 맛난 음식의 조화가 일상에 지친 아줌마들의 시름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식구들 밥 챙길 걱정 없이 여유 있게 여름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좋았다.
1박2일 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싶은 욕심에 스카이라운지를 나와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바다를 끼고 있는 도로를 따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다보니 주상복합 건물 1층에 있는 이국적인 분위기의 카페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독일에서 온 친구는 2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해운대 주변의 엄청난 변화에 놀라 스마트폰 카메라에 이곳저곳을 담기 바빴다. 해수욕장까지 가는 길에 해운대에서 유명하다는 제과점 ‘옵스(OPS)’에 들러 다음날 아침에 먹을 빵과 고3 수험생을 위한 쿠키, ‘영화의전당’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의 딸에게 줄 빵을 한 아름 샀다.


해변 도로를 따라 해운대 해수욕장까지
해변으로 가는 길옆에 있는 동백섬의 ‘누리마루 APEC 하우스’도 구경하고 싶었지만 너무 더운 한낮에 걷기에는 무리일 것 같아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성수기 해수욕장의 파라솔 숲을 뚫고 바다까지 내려가기도 쉽지 않아 웨스턴 조선호텔 앞에서 해변 경치만 구경했다. 매년 여름 기록적인 인파로 TV 뉴스를 장식하는 해운대 해수욕장을 그냥 바라보기만 하다니 다들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다시 부산역으로 돌아가기 전 인근에 있는 ‘영화의전당’으로 향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준비를 위해 이곳에서 지난 6월부터 일하고 있는 친구의 딸을 만나기 위해서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당당하게 해내고 있는 멋진 아이를 보니 그저 기특하고 흐뭇하기만 했다. 덕분에 레드카펫 행사가 열리는 장소도 직접 보면서 영화제의 열기를 상상해볼 수 있었다.
영화의전당 옆에는 세계 최대 백화점인 ‘신세계 센텀시티’가 있는데 백화점 지하 1층에서 지하철역이 바로 연결돼 부산역까지 되돌아가는 지하철을 탔다. 부산역에는 2차로 합류할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고 신경주역에 도착해서야 일을 마치고 온 친구까지 합류해 드디어 7명이 모두 모일 수 있었다.


보문단지 콘도에 모여 밤새 이야기꽃 피워
보문단지 내에 있는 콘도에서 마지막으로 합류한 친구의 남편이 챙겨준 생선회를 안주 삼아 와인을 마시며 회포를 풀기 시작했다. 결혼 후 우리들끼리만 떠난 여행은 처음이니 얼마나 할 이야기가 많던지 가는 시간이 아쉽기만 했다. 몸이 약해진 듯 보이는 친구의 건강을 걱정하기도 하고 여전히 금실이 좋은 친구 부부의 사연에 다함께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미국에 있는 친구와는 전화로 아쉬운 인사를 나눴다.
친구들 모두 그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치유 받는 시간이었다. 밤새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눠도 아쉽던 차에 내년 가을쯤 독일에 있는 친구 집을 방문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동안 누구보다도 열심히 아이들 키우고, 일하고, ‘내조의 여왕’으로 살아왔으니 이제 우리들만을 위한 시간을 갖자며. 새로운 희망이 생긴 셈이다.
경주에서의 첫 일정은 보문단지 내에 있는 아트선재미술관 관람이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부인인 정희자 관장이 설립한 이곳은 미국 유학 중 사망한 장남 김선재를 기리는 의미에서 선재미술관으로 명명했다가 아트선재미술관으로 변경했다. 1991년 개관 초기에 방문했을 때에는 전시실 입구에 김선재씨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는데 지금은 따로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1, 2층 전시실에서 ‘2012 현대미술의 시각’ 전을 관람한 후 경주에 사는 지인이 추천해준 채식 코스요리 전문점 ‘쑥부쟁이’에서 만족스러운 점심식사를 했다.


다음 여행에 대한 기대를 안고 행복한 마무리
점심 식사 후 힐튼 호텔 로비 라운지로 가서 옛 추억을 되새기며 커피를 마셨다. 20여 년 전 같은 자리에서 차를 마셨는데 그때는 이렇게 중년이 되어 다시 찾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비록 나이 듦이 서글프기는 했지만 친구들 모두 큰 근심 없이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으며 보문단지에서의 여유를 즐겼다.
경주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안압지 정문 옆길에 펼쳐진 연꽃 밭을 구경하는 것이었다. 택시기사의 말로는 이곳의 연꽃이 7월 초부터 피기 시작해 8월 중순까지 간다고 한다. 도로 바로 옆에 장관을 이루고 있는 연꽃 밭을 보자마자 모두들 스마트폰부터 꺼냈다. 아침에 와야 활짝 핀 연꽃을 볼 수 있다는 말에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크고 소담스러운 꽃봉오리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폭염 속에 꽃밭을 누비느라 지쳐 안압지는 기운이 남아 있는 친구들만 둘러보았다. 여행을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오자 내년에 떠나기로 한 독일 여행 계획을 떠올리며 모두들 희망을 얘기했다.
1박2일간의 ‘힐링 여행’에 독일 여행에 대한 기대까지 더해져 이틀 만에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변해버린 집으로 다시 돌아와도 전혀 짜증스럽지 않았다.



장은진 리포터
jkumeu@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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