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마다 곳곳에 미용실은 많다. 하지만 이발소는 찾기 쉽지 않다. 남자들도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파마를 하다 보니 이발소가 사라지고 있는 것. 전국을 통틀어 이용기능장 자격을 가진 이는 250여명 뿐.
구미에도 지난 6월, 이용기능장이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서울특수가발박사 황남연 원장(56세). 1976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36여 년 동안 이발을 하고 있는 이용기능장 황남연 원장을 만났다.
중학교 때부터 이발에 관심
“젊은 사람들이 이용을 배우려고 하지 않으니까 점점 사라질 수 밖에 없죠.”
“이용이 전문 기술임에도 미용실에 밀려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하는 황 원장은 “30년 후면 이발사란 직업이 없어지지 않을까”라며 반문했다.
황 원장이 이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중학교 때.
“이발사인 외삼촌 댁 놀러갔다가 커트하는 외삼촌의 모습을 보고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7남매의 다섯째인 그는 ‘앞으로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어머니의 권유에 따라 졸업 후 외삼촌댁에 가서 본격적으로 이발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년을 배우다보니 어느새 이용기술은 남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1980년대 초 구미시 인동에 이발소를 열자 적잖은 외부 손님들이 이발관을 찾아왔다.
황 원장은 “손님들이 이발을 하고 만족스러워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이발소에 와서 꼭 이발을 해야 한다며 멀리서도 찾아오는 손님들을 볼 때면 정말 고맙다”고 말한다.
맞춤가발제작으로 전환
이발소를 운영하던 황 원장이 가발을 연구하게 된 것은 10년 전. 많던 머리숱이 2년 사이 갑자기 빠지기 시작해 가발을 직접 착용하면서부터다.
“내가 머리카락이 없어 보니까 고객들의 심정을 알겠더군요. 어떻게 가발을 착용하면 편리한지, 감쪽같이 착용할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지요.”
황 원장은 가발을 제작할 때는 먼저 고객의 인상과 개성, 심리를 종합해서 고객에게 맞는 가발의 종류를 선택하고 두상의 크기와 모양을 정확히 측정해서 제작한다. 그러고 나서 자연스러운 연출을 위해서 반드시 커트작업을 한다.
그는 “커트작업은 섬세한 손길과 오랜 경험이 필요한 과정으로 이발 기술이 뛰어나지 않으면 고객이 만족하는 가발을 만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타사제품의 가발을 사용하는 고객들도 부자연스러움을 호소하며 황 원장에게 커트를 맡기기도 한다.
“건강만 따라 준다면 계속 맞춤가발제작과 이발을 하고 싶다”는 황 원장은 “최고의 기술을 습득했으니까 앞으로 후진양성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취재 안정분 리포터 buni@hanmail.net
사진 전득렬 팀장 papercu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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