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아줌마는 억척스럽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스러움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그 아줌마의 이면에는 강한 생활력, 가족을 향한 지칠 줄 모르는 희생정신이 있었다. 산업시대의 아줌마는 우리나라 발전에 초석이 되었다.
현재 아줌마는 과거와는 다르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며 자신을 위한 투자도 가능하다. 운동을 해서 몸을 만들고 쇼핑으로 자신을 가꾼다. 또한 자녀의 학원과 진로를 결정하는 등 가정 내 영향력도 커졌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과 사회변화에 대한 이해는 제자리다. 이제 ‘아줌마’는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폭넓은 시야로 사회에 참여할 때다. 좁고 폐쇄적인 시야를 극복하고 자기 가정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성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거의 산업역군, 현재의 소비역군의 역할이 앞으로는 사회참여 역군으로 바뀌어야 한다.
아줌마 패러다임 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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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는 돈 십 원도 헛으로 쓰지 않았어요. 아끼고 아껴야 입에 풀칠하고 아이들 가르치던 시대잖아요. 버스비도 아까워서 웬만한 거리는 다 걸어 다녔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고생만 한 세대 같아요. 젊어서 고생을 해서 그런가, 몸이 여기 저기 아프지 않은 데가 없어요.
이제 곧 예순을 바라보는 유종숙(58▪여)씨는 절약정신 하나만은 누구도 자신을 따라오지 못할 거라고 자신한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안 먹고, 못 입고 무조건 아껴 살았던 기억 뿐이다. 장성한 아들, 딸은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다. 고생 탓에 몸은 여기저기 아프지만 자리를 잘 잡고 살고 있는 자식들을 보면 대견스럽다.
억척스럽고 수다스러운, 그리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스러움의 대명사 ‘아줌마’. 그러나 세계가 무서워한다는 ‘대한민국 아줌마’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 아줌마의 저력이다.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자기희생’을 불사하던 아줌마. 과거의 아줌마는 콩나물 값 100원을 깎느라 실랑이를 하고 구멍 난 양말과 헤진 옷가지들을 다시 꿰매서 입었고 무엇이든 아껴 쓰는 생활을 했다. 억척스러움과 강한 생명력은 산업시대의 역군으로 역사를 이끌어온 원동력이 되었다. 농사일과 집안일로 허리가 휠 정도로 고생스러운 삶을 살았지만 자식에게 가난은 물려주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자식을 가르쳤다. 그 힘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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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학교에 가고 집에 있으면 심심하잖아요. 학부모들과 만나 정보도 공유하고 점심도 같이 먹지요. 백화점 세일 기간은 놓치지 않고 쇼핑을 해요. 스트레스도 날리고 스타일리쉬하다는 소리도 들으니 기분 좋죠. 쇼핑도 잘 하면 돈 버는 것 아닌가요? 김미진(45▪여)씨의 말이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서 ‘아줌마’란 단어를 집에서 살림하는 40대 이상의 여자들로 자녀를 다 키운 뒤 시간과 경제력 여유가 있어 높은 구매력을 가진 한국 특유의 집단으로 설명하고 있다. 오죽하면 대한민국에 세 가지 부류의 인간이 있는데 남자, 여자, 아줌마라는 말이 있을까. 과거 산업역군의 일원으로 억척의 표상이 되었던 아줌마가 소비의 역군으로 자리이동하고 있다. ‘줌마렐라’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미용과 패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아줌마들이 늘고 있다. 기존 ''아줌마''들의 싸고 양 많은 제품 구매 패턴과는 달리 유기농 채소와 천연주스를 먹고, 요가와 반신욕을 하고 자신에게 맞는 천연화장품과 건강식품을 고집한다. 궁색한 차림의 ‘아줌마’는 사라지고 스스로를 가꾸는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도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과거의 ‘아줌마’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아이의 학원을 결정하고 쇼핑을 하고 정보에 대한 욕구도 있다. 하지만 사회 현상이나 사회 변화에 관심은 없고 여전히 내 가정, 내자식에게만 시야가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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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최연정(43·여)씨는 최근 통장 일을 시작했다. 자신이 오랫동안 살았던 동네라 애착도 강하다.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지 궁리하다 동네 주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을 것 같아 결정했다. 통장은 이런 저런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당연히 나이 드신 분들보다 한 살이라도 젊은 사람이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섣불리 나서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나섰다. 작은 일이지만 봉사라 생각하니 기분도 좋다.
“주부들이 집에만 있지 말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바빠지니 자식에 대한 집착도 떨칠 수 있어 좋은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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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정(44·여)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자원봉사단을 모집한다는 기사를 보고 고민 중이다. 이씨는 ‘아줌마’ 라는 단어에서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물론 우리 시대의 ‘아줌마’는 자식과 가족을 향한 무한 애정, 이익을 위해서라면 이기적인 모습도 서슴지 않는 무적의 의미로도 통한다. 이씨는 미래의 ‘아줌마’는 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이고 희생적인 정신이 가족에서 더 나아가 사회에 기여된다면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 단언한다. 이씨는 “나보다 가족 더 나아가 지역사회에 힘이 될 수 있는 아줌마가 되고 싶어요. 과거의 희생적 아줌마, 현재의 이기적 아줌마를 넘어 이젠 현명한 아줌마가 등장할 때 아닌가요?”
이씨는 앞으로의 ‘아줌마’가 사회의 주춧돌로 우리가 살아가는 데 중요한 가치를 아우르는 긍정적 의미로 이해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아줌마의 이미지도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좀더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사회현상에 관심을 갖고 사회를 바꾸려는 적극적 자세도 필요하다. 아줌마는 어느 자리에 있던 사회와 국가의 중심이다. 이런 아줌마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발전한다. 가족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폭넓은 시야로 사회에 참여하는 ‘아줌마’의 등장이 절실한 때다.
김미용 리포터samgi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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