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1학기 내내 일제고사 준비 중

“6학년 규원이는 여섯 시에 수업이 끝납니다”

26일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실시 … 0교시 수업·현금시상 등장

지역내일 2012-06-22 (수정 2012-06-22 오후 4:33:17)

“3월부터 시험대비 문제풀이를 했어요. 그래서 1시간 정도 학교에 일찍 가요. 수업 후에도 문제풀이를 해서 여섯 시 정도 끝나요. 많이 틀린 아이들은 남아서 문제를 더 풀고 오답노트를 만들어서 검사받아요. 토요일에 학교에 가기도 해요.
수업 중에도 시험을 많이 봐요. 엄마는 어차피 학원에서 할 공부 학교가 시켜주니까 좋다고 하세요. 하지만 애들은 내내 문제만 푸니까 싫어해요.” 초등학교 6학년 규원(가명)이는 요즘 학교 가는 게 정말 싫다. 

6월 26일 전국적으로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일명 일제고사가 실시된다. 이에 교육청과 학교가 도를 넘어선 준비를 강행하고 있어 학부모와 학생들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 “일제교사를 반대합니다” 
‘일제고사반대 아산지역공동대책위원회’가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일제고사반대 아산지역공동대책위원회>

‘일제고사반대 아산지역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5월 일제고사와 관련, 아산지역 42개 학교를 바탕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초등학교에서 3월부터 일제고사 준비를 시작해 7~8교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심한 경우 9시까지 문제풀이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1교시 전 0교시 수업, 정규수업시간에 진행하는 문제풀이, 해넘이수업 등의 사례도 조사되었다. 성적상승 학생에게 놀이동산 자유이용권을 지급하거나 기초학력에 도달하지 못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급에 현금 20만원 시상 등의 내용도 있었다.
대책위 박준영 집행위원장은 “실태조사 내용에 대해 아산시교육청에 항의, 아산교육장과의 면담에서 ‘시정시키겠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이후 학교들이 다른 방식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초등 6학년의 경우 4~6학년 과정이 시험범위인데 4학년 과정을 진행할 때는 각 담당 선생님이 와서 수업을 한다는 것이다. 학교 전체가 일제고사 위주로 학사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전교조천안지부 고충환 중등지회장은 “초등학교 0교시·방과후수업 물론, 중학교는 모의고사실시, 일제고사 성적에 따라 현금 지급 등의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 학력 높이는 게 좋은 거 아닙니까?” =
이에 대해 충남교육청은 “학력신장을 위해 전국에서 아이들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아는 것이 필요한 것 아니냐”며 “일제고사는 아이들의 현재 학력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할 뿐 결과를 가지고 학교의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과부에서도 결과를 토대로 등수를 발표한 적이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교사와 학부모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한 학부모는 “2010년 충북교육청이 관내 학교의 순위를 매긴 자료를 학교장들에게 전달해 물의를 빚었다고 알고 있다.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면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냐”며 “학부모 사이에서는 몇 년 전 충남이 일제고사에서 하위를 차지해 충남권 학교들이 일제고사 준비에 열을 올린다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퍼져 있다”고 말했다.
학력신장에 관한 부분도 지적했다. 전교조 천안지부 김동길 정책실장은 “아이들의 학력을 높이는 것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학교는 아이들 전인교육을 담당하는 곳이고, 학력을 높이는 것도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문제풀이를 반복해서 좋은 성적 내는 법을 주입하는 게 과연 학력을 높이는 것이냐. 점수 잘 받게 하는 것과 실력을 올리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대책위 박준영 위원장은 “아이들은 단계마다 발달과정이 있다. 그것을 무시하고 1학기 내내 일제고사 준비를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학력신장의 길이냐”고 반문했다.
일제고사 준비가 학교평가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김동길 정책실장은 “학교평가 항목 중 ‘학업성취도향상도’라는 게 있는데 여기에 일제고사 결과가 반영되고 평가에 따라 학교에 성과급이 지급된다”며 “학교평가와 함께 교장과 교사평가도 있어 일제고사 결과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김 정책실장은 “교과부는 교육청을, 교육청은 각 학교를, 학교는 아이들을 일제고사 결과에 따라 평가하는 것”이라며 “단지 성적만을 가지고 아이들을 평가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 일제고사란 … 정식명칭은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로, 전국 모든 학생들이 일제히 치른다는 의미에서 흔히 일제고사로 불린다. 1998년 사라졌다가 2008년 다시 등장했다. 
초등6학년 중등3학년 고등2학년이 대상으로 초등과 고등은 국어 영어 수학만, 중학생은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를 본다. 평가결과는 9월 공개한다. 

김나영 리포터 naym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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