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전시] <침묵의 이미지>
‘침묵’의 의미를 사진으로 감상하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본관에서는 오는 10월 31일까지 소장품 특별기획전인 <침묵의 이미지> 전시가 열린다. 영어의 ‘silence’는 침묵, 고요, 정적, 적막 등으로 번역되는데, 이번 전시는 이러한 키워드들에 초점을 맞춰 ‘silence’의 여러 의미가 이미지화되는 작품들을 아우르고 있다. 4개의 키워드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사진을 감상하는 새로운 시점을 제시하고 있다. 구본창, 배병우, 황규태, 이명호, 토마스 스트루스, 칸디다 회퍼 등의 작품 50여 점이 전시된다.
눈, 바다, 나무, 산, 안개, 바위 등 자연물의 이미지들은 오랜 시간의 흐름과 축적을 암시하며, ‘적막한 풍경’에서는 고요하고 명상적인 화면을 만들어낸다. 또 의자가 가득한 예식장, 도시 근교의 놀이동산 같이 많은 사람을 수용하는 것이 목적인 공간들은 사람들이 북적대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이러한 곳에서 사람을 배제시키면 그 부재(不在)가 부각되면 서 다양한 효과가 발생한다. ‘부재의 공간·정적이 흐르는 방’에서는 시간을 초월한 듯 공간 자체의 영원성을 느낄 수 있다.
침묵은 그 자체로 의사소통의 중요한 표현이다. 동조나 망설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무관심이나 불편함, 다툼, 분노 등의 부정적인 뉘앙스를 내포하는 경우도 많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사이의 소통의 단절, ‘소통의 부재’는 고독한 군중, 가족의 해체, 특정 계층의 소외 등의 현상을 통해 드러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술에서 죽음은 가장 오래된 주제 중 하나이다. ‘영원한 침묵, 죽음’에서 죽음은 고통스러운 이별의 경험으로 이야기되거나 내면의 근본적인 두려움을 상징하기도 하고, 시간과 공간의 단절을 의미하는 박제라는 장치를 통해 새롭게 상기되기도 한다.
박혜준 리포터 jenna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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