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방영되었던 드라마 ‘허준’에서 안면신경마비(구안와사)에 걸린 환자를 사흘만에 완치시킨 명의 허준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뇌리에 오래도록 남았다. 눈과 입이 비뚤어지는 안면신경마비는 한방에서는 구안와사, 와사풍이라고 불린다. 주로 찬 데서 자거나 찬바람을 많이 쐬면 입이 돌아간다는 속설이 있는데 실제 그런 경우는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의학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증세가 중풍과 비슷해 중풍을 의심하며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증세와 치료법은 다르다.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산본한방병원 김남권 진료부장의 도움말로 안면신경마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다.
Q. 구안와사라고 불리는 안면신경마비는 어떤 질환인가?
인구 10만 명당 매년 50∼60명에게서 발병할 만큼 흔한 질환이다.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이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다. 심지어 환자가운데 4살 된 어린아이도 있었다. 안면신경은 12가지 뇌신경 중 하나인 7번째로 뇌에서 빠져나와 내이도(內耳道)를 거쳐 귓바퀴 뒤쪽의 둥근 뼈에서 안면으로 분포되어 있는 신경이다. 안면신경마비는 바로 이러한 안면신경이 주행하고 있는 부분에 장애가 발생될 때 귀 뒤에 뻐근한 통증이 오면서 안면근육을 지배하는 안면신경이 마비되어 질환이 발생한다.
Q.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는지?
갑자기 입이 한 쪽으로 돌아가면서 마비된 쪽의 눈이 완전하게 감기지 않고 아프거나 이마의 주름살이 없어지게 되고 마비된 쪽의 코 주름이나 콧망울에서 입술 바깥쪽으로 깊게 파여진 주름이 없어지거나 얕아진다. 그리고 식사 시 씹은 음식물이 흘러내리거나 발음도 부정확하고 귀 뒤 유양돌기부에 통증을 느끼게 된다.
Q. 중풍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안면신경마비는 말초성 신경질환으로 혈압이나 연령에 상관없이 발생하는 것으로 중풍에 의한 중추성 신경질환과 구별해야 한다. 중풍과 같은 편마비는 한 쪽 대외피질만이 손상을 입었기 때문에 안면신경마비와 달리 환측의 이마에도 주름이 잡히고 가볍게 눈이 다 감기면서 눈썹도 올라가지만 안면신경마비는 환측의 이마에 주름이 잘 잡히지 않고 환측의 눈도 잘 감기지 않으면서 눈동자가 위를 향해 있게 된다. 중풍이 뇌자체의 병변으로 인해 12가지 뇌신경의 근원이 되는 부위가 상처를 받음으로써 발생되는것에 비해 안면신경마비는 뇌에서 안면부로 갈라져 나오는 안면신경의 주행로에 이상이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다.
Q. 어떤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가?
한방에서는 안면신경마비의 원인을 한랭이나 심신이 허약해진 상태에서 과로가 겹친 경우나 갑자기 심한 충격과 분노 등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한다. 양방적으로는 대개 특발성 벨씨마비, 바이러스감염, 중이염, 외상 등의 두개골 골절로 인한 안면신경압박, 유양돌기염, 대상포진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Q. 한방에서의 안면신경마비 치료법은?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조금씩 달라진다. 각각의 원인을 풍한성, 풍열성, 풍습성, 기혈허약, 스트레스 등으로 분류하고 그 원인에 따라 거풍, 거습담, 보기혈, 소간해울 시키는 약물을 사용하면서 얼굴 및 기타 부위에 전침자극술이나 약침 치료, 한약치료, 레이저 치료, 부항요법 등을 겸하여 치료하게 된다.
Q. 안면신경마비의 관리요령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안면신경마비 환자는 가정에서도 안면을 자주 문지르면서 계속 자극을 주는 것이 좋다. 또 안정과 끈기를 가지고 이마에 주름살을 만들기도 하고 눈을 꽉 감았다가 빨리 확 뜨기도 하며 ‘아에이오우’ 같은 소리를 될수록 입을 아주 크게 벌리고 자주 반복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밖에 휘파람을 불거나 껌을 씹어 자극을 주고 혀를 자주 놀리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마비된 안면 쪽에 핫팩(습포)를 대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Q. 안면신경마비 환자들에게 당부할 점은?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해야 완전마비로 진행되어 후유증을 남기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초기 2주의 치료는 아주 중요하며 이 시기만 잘 조절이 되면 대부분 8주 이내에 치료된다. 안면신경마비는 발병한지 3개월 이내에 완치되는 것이 가장 최적이다. 병증이 오래 진행되면 장해를 남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얼굴마비가 하루 이틀 사이에 급격하게 진행되거나 미각에 장애가 생기고 귀울림 증상이나 청각이 과민해지면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는 나쁜 증상임을 감지해 집중 치료를 해야한다. 또 잘못 알려진 민간요법 등을 하면서 치료 시기를 놓치고 얼굴에 흉터나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도 있으므로 반드시 한의원이나 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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