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 때 중독의학 분야에서는 중독적 인격이라고 하는 행동 특징을 알코올의존인 사람들의 일반적인 성격 특성으로 간주했었다. 그러나 오늘날 알코올중독의 분야 전문가들은 이 중독적 인격이란 개념을 따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에서 각종의 중독에 빠져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자신들이 겪는 어려움의 기저에는 자신의 중독적 성향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흔하다. 무엇이든 즐거움을 느끼는 활동이라면 이를 통제하기가 퍽 어렵다는 뜻이다. 아무리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려고 해도 번번이 실패하고, 새로이 다른 중독적 행동에 빠져들어 버리는 수가 많더라는 것이다. 중독까지는 아니더라도 삶이 늘 정상 범위 안의 균형에서 벗어나 언제나 극단의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다. 그리고 그 정도가 지나치면 중독으로 빠져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인격이란 한 개인에게서 예측되는 행동반응 방식의 특성으로, 일생 동안 스스로 변화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자신의 중독적 성향을 느껴서 삶을 절제하며 살아야 할 필요를 느낀다면, 스스로를 늘 체크하면서 행동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술을 끊고자 하는 많은 알코올의존자들이 음주를 포기하고 나면 자기도 모르게 새로이 무언가에 빠지는 수가 흔하다. 한 가지 중독을 포기하려고 하면 이내 다른 중독적 행동이 대신 자리 잡는다.
담배를 피운 이라면 단주 초기에 예외 없이 흡연량이 늘어 하루에 서너 곽 씩 피워대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평소에는 입에도 대지 않던 빵이나 떡, 과자나 청량음료 등을 달고 사는 이들도 흔하다. 특히 달고 전분이 많이 함유된 식품을 좋아한다.
술을 끊고 나서 일에 중독 된 듯 밤낮없이 몰두하는 것은 가장 흔히 목격하는 현상으로, 쉼 없이 일하려고 하여 본인도 지치고 주위 사람들까지도 힘들어하기 십상이다. 지나치게 공부에 몰두하기도 하고,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경우도 있고, 쇼핑중독도 있다. 도박 중독, 인터넷 중독이나 게임 중독과 같은 유형도 많아졌다. 대부분의 중독적 행동들이 비생산적이고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지만, 운동중독이나 치료 중독과 같은 경우에는 긍정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중독적 성향은 주어진 자극과 상황에 직면하여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내적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항상 알코올과 같은 물질이나 외부의 무엇이 있어야만 조절이 가능한 것이다. 단주하려면 무엇보다 습관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신정호 소장(원주연세기독병원 정신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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