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가 바라본 세상> 영풍문고 강남점 폐점을 아쉬워하며

지역내일 2012-06-11

 지난 2000년 7월에 개점해 10년 이상 지역 문화공간으로 사랑을 받아 온 영풍문고 강남점(반포 센트럴시티 내)이 오는 6월 10일자로 문을 닫는다.


 사실 영풍문고 강남점이 4월 중으로 폐점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어떻게든 협상이 타결돼서 정든 문화공간을 지킬 수 있기만을 바랐다. 이런 마음은 주변 학부모들이나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4월 말경에 혹시나 철수가 시작되고 있는 건 아닌지 염려스러운 마음으로 매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까지는 아무 움직임 없이 정상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기에 너무 반가운 나머지 책을 한 권 샀다. 

조심스럽게 안내 데스크로 가서 어찌된 영문인지 알아봤더니 ‘협상 중’이라는 긍정적인 대답이 나왔다. “그러면 그렇지, 이런 초대형 서점이 그리 쉽게 문을 닫을 리가 있나”라며 내심 좋은 결과를 기대했었다. 그런데 최근 고등학생인 아들과 함께 매장을 찾았다가 “임대 계약 기간이 만료돼 연장에 대한 협상을 계속했지만 결국 폐점하기로 결정했다”라는 안내문을 보게 됐다. 그날 방문이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아쉬운 마음에 서점 안을 구석구석 한참동안 둘러보았다.


 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이곳이 가족 나들이 장소가 되기도 했다. 주말이면 온가족이 함께 가서 각자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여유 있게 펼쳐보다가 꼭 사고 싶은 책을 한 권씩 고르곤 했다. 우리 집 거실에 TV 대신 자리 잡고 있는 책장에는 지금도 그때의 추억이 담긴 책들이 꽂혀있다. 

 영풍문고 강남점은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있다 보니 가족단위 고객들이 특히 많았다. 방학 때면 아이들이 몰려들었고, 주말이면 집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자리를 내준 아빠들의 정신적인 휴식처가 되기도 했다. 서점 2층 한쪽에는 북카페가 있어서 차를 마시면서 구입한 책을 읽는 여유를 즐기기도 했다.

 이곳은 지역주민들뿐만 아니라 지하철 3, 7, 9호선 고속터미널역과 연결되는 위치에 있어서 어디서나 쉽게 찾아올 수 있고 경부선, 호남선 고속터미널을 이용하는 승객들까지 찾는 공간이었다.


 동네에 아이들 학습과 관련된 교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서점이 있다. 그곳은 인근 학교나 학원에서 사용하는 교재 위주로 구비하고 있고 영풍문고보다 포인트 적립도 더 많이 해준다. 하지만 단지 필요한 책을 구입하기만 하는 공간일 뿐이다. 

 그에 반해 영풍문고에서는 책을 찾는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원하는 책을 검색해 위치 안내도를 출력한 후 책꽂이에서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듯 ‘내 책’을 찾아냈다. 물론 직원에게 부탁하면 쉽게 찾아주지만 느리게 내 힘으로 내가 읽을 책을 찾는 것 자체를 즐겼다.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하면 할인율도 높고 당일배송까지 가능하다는 걸 잘 알지만 책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맛보는 그런 즐거움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영풍문고 강남점 자리에는 해외 패스트패션 업체인 SPA 브랜드 매장이 들어선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 반포지역은 교통의 요지이면서 신세계 강남점, 뉴코아 아울렛, 터미널 지하상가 등이 몰려있어 쇼핑하기 좋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 세 곳만 잘 활용하면 고가에서부터 중저가 의류까지 원하는 대로 구입할 수 있으니까. 이렇게 이미 쇼핑타운이 충분히 형성돼있는 가운데 지역 문화 공간 역할을 톡톡히 하던 영풍문고가 SPA 브랜드에 자리를 내준다는 게 못내 섭섭하다.

 물론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게다가 독서 인구가 갈수록 감소하고 저가 전략을 내세우는 온라인 서점이 확장되면서 서점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는 점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리모델링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터미널 지하상가를 지나면서 새로운 쇼핑 공간 오픈을 앞둔 시점에 영풍문고가 철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더 아쉽게 다가왔다.

장은진 리포터 jkumeu@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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