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끊고자 마음먹고서도 막상 술기운이 떨어지면 나타나는 금단 증상이 너무 심하면 어떡하나 하고 불안해서 단주를 주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아가서는 그 금단 증상으로 혹시 생명에 위험하지는 않을까 두려워하는 수도 있다.
과음한 다음날 나타나는 일반적인 금단 증상은 손발이 떨리고 심하면 혀나 몸통도 떨린다. 까닭 없이 불안하고 무서움증이 생기기도 한다.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조그마한 자극에도 쉽게 흥분하고 신경이 곤두선다. 울적해지고 피로해진다. 머리가 속이 복잡하여 매사를 깊게 잘 생각할 수 없다. 감정적 기복이 심하고 마음이 불안정하다. 두통이 심하다. 손발과 얼굴에 진땀이 많이 난다. 헛구역질이 나기도 하고 토하기도 한다. 잠들기가 어렵고, 잠이 들어도 금방 깨버리고 깊이 잠들기가 어렵다. 심장이 빨리 뛴다.
알코올의 금단 증상은 이것들만이 전부가 아니다. 만약 자주 폭음을 하고 과음으로 지낸 세월이 길면 알코올의존의 상태에 이르고, 이런 상태에서 갑자기 술을 끊으면 진전섬망이라고 불리는 매우 위험하고 심각한 금단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진전섬망은 정신의학적인 응급 상황으로 즉시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머뭇거리다가 끔직한 사고를 겪을 수도 있고 자신과 타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진전섬망의 경우 약 20%는 사망한다고 알려졌다.
오늘날에는 단주를 하고자 할 때, 평생토록 과음을 해왔다 해도 금단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치료적 도움으로 금단 증상을 퍽 완화시킬 수 있고 때로는 금단 증상을 전혀 겪지 않고 지나가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치료적 도움을 받으며 단주를 시도하는 것이 안전하고 덜 고통스럽다.
아직까지도 정신과적인 도움을 받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수가 흔하다. 도움을 받는다는 것만으로 마치 자신이 의지력이 없는 나약한 사람으로 치부되리라고 단정하기도 하고, 정신과적인 도움을 받는다는 것을 바로 자신을 정신병자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과민하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미국의 유명한 연예인들이나 유명 인사들이 알코올과 약물 문제로 정신과적 치료를 받는다는 소식은 일상적인 뉴스이다.
정말 술을 끊고 싶은데, 금단이 두려워 단주에 착수하지 못하는 일이 생겨서는 곤란하다. 바로 금단을 없애거나 완화시키는 약물과 치료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정말 중요한 일은 어떻게든 빨리 단주를 시작하는 것이다.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신정호 소장(원주연세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