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영어 학원들이 즐비한 목동. 교육 특구라는 이름에 걸맞게 목동지역 학생들의 영어실력은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유학파나 해외거주 경험자가 많기도 하지만 과거 외고입시의 핵심지역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일주일에 3일은 영어, 2일은 수학에 투자하던 학생들의 공부 패턴이 수학 3일, 영어 2일로 바뀌었을 정도로 영어교육이 위축되고 있다. 이는 외고시장이 축소되고 대학입시의 영어 특기자 전형 의 변화가 그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국형 토플인 NEAT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영어교육의 방향 잡기에 혼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입시에서 영어의 비중이 낮아진 것은 결코 아니다. 영어교육은 하루 이틀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고민이 더욱 가중되고 있을 터. 이에 내일신문에서는 입시환경에 따른 영어교육의 현명한 로드맵과 학습방향을 4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입시를 읽어야 영어공부 방향이 보인다
초·중등 시기, 기본기 다지고 고등이후 입시에서 실력 발휘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목동에서 내로라하는 영어실력을 가진 학생들 10명 중 8~9명은 외고를 목표로 공부한다고 할 만큼 영어에 지나치게 치우친 학습을 했다. 하지만 교과부의 발표에 따라 외국어고등학교, 국제학교, 자립형사립고등학교 등 선발권을 가진 고등학교가 백분위에서 9등급으로 바뀐 내신(외고, 국제고는 영어내신)과 면접만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고 그동안 스펙으로 알려진 각종 비교과 활동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함으로 인해 분위기는 급반전 됐다. 우선 선발기준이 많지 않기에 외고를 지원할 수 있는 학생이 내신 1~2등급의 10% 이내로 지원 가능한 학생이 대폭 축소되었고 지금까지 입시대비 유형정리 및 반복훈련이나 기출문제 풀이, 인증시험이나 스펙을 목표로 공부했던 학생들이 내신만, 그것도 영어만 챙기면 되었다. 갑자기 상위권 학생들이 할 일이 없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영어공부가 예전에 비해 쉬워진 것은 결코 아니다. 이전까지 급하게 목표를 향해 빠른 질주를 했다면 지금부터는 영어다운 영어 통합영어 표현영어 시대로 천천히 변화하고 있는 과도기로 접어들었다.
입시영어, 말하고 쓰는 실용영어로 바뀐다
토플, 수능, 내신 등 어디에 목표를 두고 공부하는지에 따라 영어공부방법은 크게 달라진다.
지금까지 영어공부는 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공부였다. 하지만 이제는 입시 자체가 입학사정관전형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사고력을 바탕으로 한 통합영어 시대로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NEAT의 도입이다. NEAT의 시행으로 내신도 문법이나 독해중심에서 말하기와 쓰기 등 실용영어가 강화될 예정이다.
“최근 외고에 대한 선호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에요. 외고반을 모집해도 예전만큼 학생들이 모이지를 않아요.” 토피아어학원 정은화 원장의 설명이다. 대신 영어다운 영어, 자신이 필요한 영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젠 외고나 자사고를 목표에 두는 단기적인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대입 더 나아가 학생들에게 필요한 영어를 공부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청담어학원 이상원 원장은 “입시가 다양해지면서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에게 혼선을 가져온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외고입시의 변화로 이제는 외국어에 특기가 있는 학생, 언어쪽으로 재능이 있는 학생만이 외고에 소신 지원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고 설명한다.
선발방법이 달라지긴 했어도 최상위권을 중심으로 외고를 비롯해 민사고나 하나고 등을 선호하는 경향은 뚜렷해지고 있다. 경쟁력있는 학생들끼리 모여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점과 전형의 다양화로 특목고 자사고의 특성화된 교육과정이 입시에서 갖는 장점 때문이다.
언어 4대 영역 기본기 갖춰야
“우리나라에서 영어공부는 말하기 쓰기 읽기 듣기의 4대 영역에 내신영어라는 영역이 하나 더 합쳐져 ‘5대 영역’을 준비해야 한다”는 정은화 토피아 원장의 설명처럼 영어공부에 내신이라는 복병이 숨어있다. 특목고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내신 등급 평균으로 입시가 진행이 되다보니 특히 내신에 올인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학교내신도 변하고 있다. 단순지식을 묻는 문제부터 이해력, 응용력, 요약하는 문제까지 다양하게 출제되고 있는데다 서술형과 논술토론 수업, 수행평가 등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고는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그렇기에 이제 영어공부는 튼튼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응용력을 향상시키는 보다 큰 틀을 목표에 두어야 영어 실력을 쌓을 수 있다.
토피아어학원 정은화 원장 역시 입시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영어실력 쌓기를 강조한다. “작년 목동의 모 중학교 중간고사에서 교과서 지문이 아닌 ‘칠레광부사건’이라는 시사적인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이는 교과서를 달달 외우고 한국어로 번역하는 기존 방식의 공부법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는 유형입니다. 이제 내신도 어떤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고 듣고 쓰고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측적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것이 진짜 영어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어 표현능력 평가할 것
영어는 보통 초등부터 고등까지 가장 긴 시간 가장 많은 시간을 꾸준히 투자하게 되는 대표적인 과목이다. 적어도 중등까지 대입에 필요한 기본적인 실력을 갖추어 놓으려면 시기별 단계별 적절한 접근이 필요하다. 보통 초등 고학년부터 중등까지 만들어진 영어실력이 고등이후 대입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경향이 강한데 이는 언어능력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어공부에 장기적인 로드맵이 중요한 이유다.
“초등에서는 영어적인 감각을 키우기 위해 단계가 낮은 책부터 많이 읽고 폭넓은 지식을 쌓고 디베이트로 생각을 나누는 intensive reading이, 중등에서는 책읽기의 폭과 깊이를 넓혀 디베이트로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영어 학습이 필요합니다. 고등이 되면 본격적으로 비교과를 준비하기 위해 NEAT나 인증시험 및 각종 대회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체계적인 영어교육 로드맵으로 초등부터 중등까지 기본기를 쌓고 고등이후 어떤 형태의 평가 방식에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토피아 어학원 정은화 원장의 주장이다.
“입학사정관제, 주관식 면접, 토론 평가 도입, 서술형 내신 시험 등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입시 속에서 영어교육변화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어야 된다”고 전하는 청담어학원 이상원 원장은 “이러한 교육정책과 입시제도의 변화 속에 ''비전''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한다. 핵심은 자신의 적성을 조기에 파악하고 그에 맞는 진로를 설계하는 것 필요하다는 것. “영어는 궁극적으로 말하기와 쓰기 능력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것이 바로 비판적 사고력 비판적 글쓰기인데 이는 단순한 문제 풀이와 암기식 영어 교육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방법입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한 책읽기로 배경지식을 습득하고 비판적 글쓰기 말하기와 연계된 활동으로 표현력을 향상시키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영어 실력은 입시에서 학업우수성에 대한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는 필수 조건이 되는 것 뿐 아니라 입시 이후에서도 글로벌 인재로서 성장의 바탕이 된다. 그러기에 영어는 특목고나 대학 진학을 위한 단기적 목표의 공부가 아니라 창의성과 리더십, 외국어 능력을 고루 갖춘 글로벌 인재를 목표에 두고 접근해야한다.
도움말: 토피아어학원 정은화 원장
청담어학원 이상원 원장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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