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문제가 있는 사람의 경우 과음의 문제를 끝까지 완강하게 부정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과음으로 인한 피해의 증거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을 때는 남들의 잘못이나 여건의 탓으로 돌려버린다. 전형적으로 배우자가 자신에게 지나치게 간섭하고 화나게 하기 때문에 술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변명하기도 하고, 점점 처지가 나빠진 것도 다른 사람들과 환경의 탓이라며 비난한다. 이렇듯 현재의 상황에 대한 그들의 해석과 반응 방식은 명명백백한 현실을 부정하거나 아니면 남 탓하기이다.
그밖에 과음의 결과로 남들에게 끼친 부정적인 영향을 사소한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극소화의 경향도 비슷한 현상이다. 결국 자신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므로 단주라든가 치료는 전혀 가당치 않다는 것이고, 자신이 마음이 내켜 술을 끊을 결심만 하면 언제든지 끊을 수 있다고 큰소리친다.
그러니 치료를 위해 병원, 그것도 정신과 병원에 입원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신체적 후유증으로 어쩔 수 없이 내과에 입원하기는 하나, 단주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단지 얼마 동안 술을 접하지 않는 것으로 신체적 상태가 조금 나아지면 바로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이해할 뿐이다.
언제쯤 되어야 그들은 자신의 문제를 인정할 수 있을까? 끔찍한 사고를 내고 법적 조처를 받거나, 직장에서 쫓겨나거나, 파산과 함께 신용불량자 처지가 되거나, 암과 같이 생명이 위중한 질병을 앓게 되거나, 이혼을 당하고 가정이 해체되는 경우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문제를 인정할까?
사람에 따라 이중 어느 사안이라도 자신의 인생살이에서 바닥에 이르렀다는 자각이 있다면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일들이 수없이 반복하고 몇 가지씩 겹쳐서 닥쳐도, 여전히 자신이 의지할만한 조그마한 무어라도 있는 한 끝까지 결코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알코올의존이다.
부정이라는 기전은 매우 미숙한 유아적 정신방어 기제이다. 정신병적 상태에서 흔히 보는 망상은 바로 부정이라는 기전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모든 과대망상의 이면을 살펴보면, 너무나 왜소한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자신의 문제를 부정한다고 하여 그가 진실로 자신의 문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너무나 수치스러워서 혹은 너무나 두려워서 자신의 진실을 결코 받아들일 수가 없을 뿐이다.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신정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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