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이식 수술을 계획중인 이기용 씨는 지난 4월 방송된 MBC ‘불만제로’ 프로그램을 본 후 경악했다.
“일부 모발이식 전문병원의 불편한 진실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는데 보는 내내 정말 화가 많이 났어요. 저가의 비용을 미끼로 이렇게 비양심적으로 수술하는 곳이 있다니 충격 그 자체였죠. 임상경험이 거의 없는 초짜 의사가 수술하는 곳도 있었고 심지어 의사면허도 없는 모낭분리사가 불법으로 시술하는 병원도 있더군요. 또 수술을 집도할 전문의는 보지도 못한 채 상담실장만 만나보고 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상황도 모르고 아무 병원에서나 시술받았으면 어쩔 뻔했나 싶어 가슴이 철렁했죠.”
모발이식 전문병원? 옥석을 가려라
최근 몇 년 새 국내 탈모환자가 급증하고, 2, 30대 젊은 층의 탈모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모발이식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발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불만과 피해사례 역시 점점 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검증되지 않은 모발이식 전문병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저마다 모발이식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상황 속에서 환자들이 진짜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구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국내 모발이식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경북대학교 김정철 교수는 “현행법상 의사면허만 있으면 전공에 상관없이 누구나 모발이식 수술을 할 수 있다”며 “모발이식 분야로의 진입이 너무 쉬워 비전문가인 초보 의료진의 수술이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잘못된 모발이식의 책임은 고스란히 환자가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이식할 수 있는 모낭의 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수술을 받게 되면 나중에 재수술을 하고 싶어도 모낭이 부족해 불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모발이식 수술을 위한 전문병원의 선택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국내 모발이식 전문가들이 모여 대한모발이식학회를 결성했다. 구월동에 자리한 인천모식외과 김영준 원장은 대한모발이식학회 윤리이사로 활동하면서 어지러워진 모발이식 분야의 질서를 바로잡는데 힘을 쏟고 있다.
저가병원이 위험한 이유
모발이식 수술은 탈모의 최후의 치료법이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하지만 문제는 뒤늦게 모발이식 분야에 뛰어난 후발 의료진들이 저가를 미끼로 환자들을 현혹시킨다는 점이다. 모발이식 분야에서 이렇다 할 경력이 없기 때문에 가격 이외에는 환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경쟁력이 없는 탓이다.
김 교수는 모발이식 수술비용이 터무니없이 낮은 병원은 일단 의심해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모발이식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기계가 출시됐다거나 모발이식 수술 과정이 단축됐다면 비용이 줄어들 수 있지만 그런 게 아닌데 어떻게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저렴할 수가 있겠어요? 환자를 끌어 모으기 위한 미끼일 뿐이지요. 가격으로 환자를 유인하는 곳은 그만큼 자신이 없다는 증거입니다.”
특히 모발이식은 특성상 실습이 어려운 분야다. 실제로 김 교수 역시 자신의 머리카락과 자신의 다리를 이용해 연구를 했을 만큼 실습이 까다롭다.
“대한모발이식학회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제대로 된 실습과정을 거치지 않고 강의나 동영상 자료만 본 후 수술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발이식의 특성상 실습이 어렵기 때문이죠. 실제로 동물을 대상으로 실습한다고 해도 사람의 모발과 다르기 때문에 완성도 있게 숙련되기가 어렵습니다. 때문에 임상경험이 부족한 의료진이 가격을 미끼로 일단 환자들을 불러 모으고 그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습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지요. 가격이 싼 병원을 선택한다는 것은 자신이 초보 의료진의 실험용 마루타가 될 수 있다는 걸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제대로 된 모발이식 수술을 받고 싶다면 절대로 가격에 현혹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검증된 전문가에게 수술 받아야
성공적인 모발이식을 위해서는 모낭군이식술에 대한 임상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에게 수술을 받아야만 한다. 특히 10년 이상 모발이식 수술을 꾸준히 해 온 이미 어느 정도 검증과정을 거친 베테랑 전문의에게 시술을 받아야 한다.
김 원장은 “모발이식은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시술로 모발이식 수술의 성패는 의료진의 숙련도에 달려있다”며 특히 “모낭은 매우 예민해 조금이라도 손상되면 이식 후 생존율이 떨어지는 만큼 모낭분리사와 전문 의료진의 섬세하고 정교한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또한 수술 전후의 충분한 상담과 지속적인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모발이식은 탈모 환자의 마지막 선택이다. 그만큼 꼼꼼히 따져본 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가격을 미끼로 환자를 유인하는 병원의 과대광고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반드시 가격이 아닌 의료진의 전문성을 우위에 두고 병원을 선택해야만 후회하지 않는다.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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