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권해준 책을 읽고 있는 아이가 불안한 부모여!

지역내일 2012-05-25

“입시와 내신공부하기도 빠듯한데, 한가롭게 독서를 하라니요!”
“책읽기가 정말 대입에 도움이 되나요?”
''Library Class 설명회'' 때마다 받는 질문이다. 내 대답은 “예, 책 읽히세요. 그런데, ‘한가롭게’ 말고 ‘치열하게’ 읽히세요. 대입뿐만 아니라 취업, 교우관계, 사랑, 연애문제까지 해결해 줄 겁니다.”




영어시험이 변했다

 바쁠수록 돌아가란 말이 있다. 그런데도 우리 부모들은 “책 좀 그만보고 공부 좀 해!” 라는 무서운 말을 자주 던진다. 보편적인 이유로 독서를 권하는 것은 아니다. 이보다 훨씬 절박한 학습적인 이유가 숨어있다. 단편적인 지식을 묻던 시험이 지배하던 세상에서는 참고서도 독서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종합적이고 통합적이며 깊은 철학적 사유의 결과치를 묻는 테스트에서는 호흡이 긴, 그리고 요점을 저자가 친절하게 짚어주지 않는 그런 자료들을 많이 접해야만 한다. 이런 연습의 누적이 없다면, 긴 강의의 맥을 어찌 놓치지 않을 것이며, 길어지는 평가지문을 어찌 소화할 것이며, 이에 대한 요약과 비평을 어찌 수행할 것인가? 내신대비 족집게 과외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순진한 발상이다.




 강남지역 고등학교의 최근 영어내신 지문은 놀랄 만큼 긴 호흡을 요구한다. 난이도는 둘째 치고 지문의 길이가 길어져 주어진 시간 내에 Speed Reading을 수행해야만 한다. 달랑 한 문제 풀자고 한 페이지 가득한 또는 그 이상인 분량의 지문을 읽는 일도 고통이지만, 맥을 짚어내는 일과 행간의 의미를 새기는 일을 동시에 완벽히 수행하는 것은, 예전 부모세대인 우리가 하던 영어 학습법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 영역이다. 시험 문제 형식의 단락 읽기가 아니라 ''Authentic Material'' (한국어로 적당한 번역이 없으나, 교육용으로 가공된 자료가 아니라 실제 자료를 교육에 활용할 때 일컫는다)로 긴 호흡을 연습시켜야만 한다. 그러기엔 진짜 책이 가장 좋은 수단이 된다. 또한 Book Portfolio만한 좋은 스펙이 없다.



한가로운 책읽기 vs. 치열한 책읽기

 주지하듯, 사고의 폐활량을 확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독서다. 어떤 학습법이건 치열한 의지와 강도 높은 고도의 훈련이 없으면 ‘자율성’과 ‘창의성’이란 미명하에 단순 놀이로 전락한다. 학생들의 자율에 맡긴 토론수업이나 협동수업은 거의 대부분 실패한다. 학생들의 자율에 맡긴 독서 또한 실패할 확률이 높다. 어려운 책에 학생들은 스스로 도전하지 않을 것이며, 도전했다 하더라도 중간에 난해한 부분에 봉착하면 굳이 이해하려고 수고하지 않을 것이다. 특별한 동기부여 없이는 최선을 다해 읽지 않을 것이며, 읽은 내용을 누군가에게 과시할 기회가 약속되어 있지 않으면 열심을 다해 읽어야 할 이유가 없다. 부모나 교사가 독서의 즐거움을 초기에 불어넣어주는 노력을 부지런히 한다면, 학생은 스스로 책을 읽고 사유하는 체력이 길러지게 된다. 필자가 한가로운 책읽기와 치열한 책읽기의 선을 긋는 이유이다.



Target Language = Target Culture

책을 선정할 때에는 사용된 언어도 변수로 등장한다. 한국인의 문화와 사고체계를 잘 이해하고 한국어를 맛깔나게 사용하고 싶다면, 당연 한국어로 쓰인 책을 읽어야만 한다. 영미인의 마인드셋(mind set)을 이해하려면 영문으로 적힌 책을 읽어야만 한다. 양 문화의 논리전개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음의 예를 보면 이 차이는 명확하다. 한국인이 쓴 비즈니스 레터를 처음 받은 영미인은 한국인을 죄다 사기꾼이라 오해한다. “이제 완연한 봄입니다. 변덕스런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라는 말씀을 전합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대금 결제를 한 달만 미루어주시면...” 포인트를 뒤로 미루는 미괄식의 글을 즐겨 쓰는 한국인은 비즈니스 필드에서 이런 실수를 종종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실수가 아니다. 우린 이것이 예의바름이라고 늘 그렇게 배워왔으니까. 그러나 서양인들은 한국인들의 정이 넘치는 speech style을 쓸 데 없는 말로 정신을 혼미하게 한 다음 중요한 말을 뒤에 슬쩍 붙이는 사기행각이라 명명한다. 두괄식과 미괄식 중 더 옳은 것은 당연히 없다. 다만, 사용된 언어가 적당한 speech style을 정해줄 뿐이다. 영어로 국제사회에서 활동하려면 당연히 영어권 문화가 담뿍 들어있는 영어도서를 많이 읽어야만 한다. Target Language(배우고자 하는 언어)와 Target Culture를 동일하거나 밀접한 개념으로 간주하는 것은 언어사회학계의 오래된 전통이다.



독서는 취미가 아니다

 얼 쇼리스(Earl Shorris)는 노숙자, 죄수 등 최하층 빈민들과 소외계층에게 정규 대학 수준의 인문학을 가르치는 ‘희망의 수업’ 창시자다. 이 빈민들이 박탈당한 것이 단순히 경제적인 것이었을까? 직업훈련이나 시켜주는 것이 이들에겐 더 다급해 보일런지 모르나, 삶의 통찰과 철학이 부재한 그들을 인문학적으로 무장시키는 것이 더 이상 마약이나 범죄 등의 충동에 자신을 내몰지 않도록 도와준다고 그는 말한다. 사회적 약자가 힘을 얻는 수단에 대한 생각의 파격이다. 독서가 아직도 취미생활인가? 독서는 절대 선택이나 기호가 아니라 필수이다. 세계의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 책을 덜 읽던 민족들도 다시 독서를 하기 시작했다. 책을 멀리하는 우리의 아이들을 서고로 데려가는 것이 우리 부모와 교사들의 할 일이다. 학교시험과 입시가 독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주 반가운 일이다. 

 




조안나 원장


TOPIA어학원 강남캠퍼스 원장

영어교육학 & 언어학 석&박사 과정
미국 테솔 석&박사 과정
미국 뉴욕주 초&중등 교사
대원외고 합격생 1000명 이상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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