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사람들의 적어도 1/3은 알코올남용이나 알코올의존의 진단 기준에 맞는 사람들이다. 입원을 요할 정도로 의학적으로 매우 심각한 정도의 자살 시도의 경우 알코올 사용장애는 매우 강력한 위험 요인이고, 그들은 기분장애나 재정적 어려움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다.
알코올중독자의 7%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알코올 사용장애로 치료를 받는 사람들의 40%가 자살 시도의 과거력이 있고, 이는 일반인들보다 6-10배 더 높은 비율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자살 시도는 청소년이나 젊은 성인들에게서 더 흔하나, 실제로 죽음에 이른 자살 시도는 노령자들에서 가장 높다.
혼자 살거나 인격장애를 함께 앓는 알코올중독자는 일반인보다 약 10배 이상 자살을 시도한다. 알코올중독자에서 모든 종류의 인격장애가 자살 위험을 증가시키는데, 특히 자기애적 인격장애, 히스테리 인격장애, 경계형 인격장애,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경우 위험성이 더 크다. 여기에다 본디 자살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진 우울 등 기분장애, 결혼 상태, 공격성과 충동성 경향을 고려하면 독신 생활을 하는 경계형 인격장애가 가장 위험성이 높다.
경계형 인격장애는 불안정한 대인관계, 슬픔과 분노 같은 짙은 부정적 감정 경향, 부정적인 자기이미지, 초기 성인기부터 시작한 충동성 경향, 자신의 가치나 목표의 불확실성 등이 특징으로, 지속적인 자기파괴적 행동이 두드러진다. 독신 알코올 중독자의 경우 대부분 음주 문제로 가정이 해체된데다, 직장도 없거나 불안정하여 앞날의 전망이 밝지 않다. 그래서 더 음주하게 되고 다시 절망감, 우울, 사회적 고립에 빠진다. 이러한 어려운 사회경제적 여건에서 윗사람이나 이웃과의 가벼운 마찰도 자살 행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요인이 된다. 경계형 인격장애를 함께 앓는 알코올중독자는 정말로 죽으려는 의도가 크므로, 자살을 시사하는 아주 조그마한 신호에도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정신의학적으로 다른 진단을 함께 내릴 수 있는 공동이환 알코올의존자의 높은 자살 위험성에 대하여 잘 알고, 위험 요인에 대한 장기적인 자살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 대중들은 알코올의존이 단지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정신과 문제라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한다. 이 환자들이 자주 함께 앓는 인격장애는 자살 행동의 가장 큰 위험요인이다. 그밖에 우울증 같은 기분 장애, 경제적 어려움, 부부관계를 위시한 대인관계 곤란도 더 심각한 자살 시도의 요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대처해야 한다.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신정호 소장 (원주연세기독병원 정신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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