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고교의 학생 선발 기준이 변하고 있다. ‘성적이 좋은 학생’이 아니라 ‘창의성과 잠재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려는 것. 대학은 수시 비중을 크게 늘려 우수한 학생을 뽑고 있고, 고교에서도 ‘자기주도적인 학습’이 돼 있는,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진 학생을 선호한다. 입학사정관제가 대학과 고교에 빠르게 연계되고 있는 것이다.
입학사정관 전형의 주요 평가요소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그리고 면접. 포트폴리오는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평가하기 위한 참고 자료다. 전국학부모지원단 최병기(영등포여고) 교사는 포트폴리오 작성법에 대해 “학생부에 기록된 내용의 증빙 자료와 기록되지 않은 내용의 소명 자료로 작성하면 무난하다. 이외의 스펙은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원칙에 맞게 자료를 모으는 것이 바람직한 포트폴리오 준비 방법이라는 뜻. 고입과 대입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포트폴리오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작성한 포트폴리오를 기억하라
올해 발표된 외고 입시전형을 보면, 지난해까지 학습능력을 중심으로 작성했던 학습계획서는 기존 자기주도학습 영역(1500자 내외)에 인성 영역(800자 내외)을 추가한 ‘자기개발계획서’로 명칭이 변경됐다. 자기주도학습 과정 및 진로계획과 독서활동으로 나뉘어 있던 것을 ‘자기주도학습 영역’으로 합쳤고, 봉사·체험활동 부분의 비중을 늘려 ‘인성 영역’으로 재편했다.
전국입학담당관협의회 정남환(안양외고 입학담당관) 회장은 “‘인성 영역’은 배려·나눔·협력 등에 대한 내용을 중학교 과정에서 경험한 봉사·체험활동 실적과 연관지어 작성하면 된다”고 말했다.
2단계는 면접. 수험생이 제출한 학습계획서의 점수 비중이 50%이고, 면접도 학습계획서에 기재된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중요성이 크다.
지난해 외고 입시에서 면접은 학생 한 명 당 면접관 3명이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대부분 학교에서 약 5분 동안 3~4가지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영통 페르마 박종섭 원장은 면접에 대비하는 자세로 “본인이 쓴 자기학습계획서(자기개발계획서)를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S외고에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학생이 떨어졌다. 나중에 들으니까 면접에서 문제가 있었다. 자기소개서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존경한다고 써놨는데, 실제 면접관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니까 자기가 일주일 전에 써놓은 내용을 까맣게 잊고서는 반기문이 아니라 엄마라고 대답한 거다. 면접관들은 학습계획서에서 ‘진실성’ ‘구체성’ ‘일관성’을 중요하게 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면접에서는 자기개발계획서 자기주도학습 영역의 내용과 관련한 질문이 주로 나온다. 자기개발계획서에서 자신이 설정한 진로계획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공부해 왔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목표에 도달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쓰는 게 중요하다.
포트폴리오는 다다익선? 취사선택!
앞서 말한 대로 포트폴리오는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등을 평가하기 위한 참고자료이다. 학생부에 적힌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빙자료, 학생부에 기록되지 않은 내용에 대한 소명자료 차원에서 준비하면 된다.
또 포트폴리오는 자기 자랑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어떤 일을 하는 과정상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또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도 소상히 밝히는 게 좋다.
그렇다면 포트폴리오는 무조건 많이 모아놓는 것이 최선일까? 학부모들 중에는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해 이것저것 모든 자료를 담아두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진로와 연계해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입시에서도 합격 가능성을 높이는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서울국제고등학교 조영혜 교사는 “학부모 입장에서 자기소개서를 이해하려면 자신이 먼저 써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아이가 써야 할 자기소개서를 대신 쓰라는 게 아니라 내 아이가 원하는 학교의 양식에 맞춰 엄마(아빠)인 나를 소개해보는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써보자! 그런 다음에야 뭘 써야 할지 막막해하는 아이를 섣부르게 야단치기보다 대화로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도움말 전국학부모지원단 최병기(영등포여고) 교사
서울국제고등학교 조영혜 교사
전국입학담당관협의회 정남환(안양외고 입학담당관) 회장
영통 페르마 박종섭 원장
[인터뷰] 영통 페르마 박종섭 원장
학생 맞춤형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이유
“영통 페르마 선생님들 덕분에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2012학년도 경기외고에 입학한 박정균 학생의 말이다.
영통 페르마는 특목고 입시를 대비하여 1:1 관리 담임을 지정해서 내신은 물론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를 학생 스스로 쓸 수 있게끔 지도하고 있다. 매월 아이들에게 목표를 주고, 생활기록부에 기록될 내용과 기타 필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통 페르마에 특목고 합격생이 많은 이유?
영통 페르마 박종섭 원장은 특목고 입시에서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몇 년 전부터 학생 개개인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오고 있었다.
“영통 페르마는 2012학년도 특목고 지원생 89명 중 79명이 합격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제가 영통에서 학원을 시작한 지 8년 됐는데요, 매년 영통 지역 중학생 50~70명을 특목고에 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포트폴리오’라고 생각합니다.”
박 원장은 현재의 입시제도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를 개척해 나가게 하는 힘을 키워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학생과 학부모들을 만나면 “특목고에 도전해보라”는 말을 꼭 한다.
“특목고는 특별한 아이들이 가는 학교가 아닙니다. 넘을 수 없는 산이 아니라 준비만 착실히 하면 얼마든지 실현가능한 목표치라는 것이죠. 수능이 쉽게 출제되면 대학은 우수한 학생을 뽑기 위해 수시 인원을 지금보다 더 늘려갈 것입니다. 2012학년도 ‘쉬운 수능’에서 외고 졸업생들의진학 실적이 높게 나타나면서 외고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어요.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한다면 특목고를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중학교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배정 받았지만 생애 첫 번째 나의 선택, 고등학교는 남들과 다르게 한 번 생각해보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습니다. ”
무조건 공부? 동기 부여에 관심 가져라
영통 페르마에는 학생들에게 목표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멘토 프로그램’이 있다. 영통 페르마 출신으로 외고나 과고에 진학한 선배들을 초청해 그들의 합격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특목고 학교 탐방을 통해 동기부여도 하고 있다.
“한 학생이 상산고에 진학을 했어요. 중1때 상산고 학교 탐방 프로그램에 참석하고 목표를 상산고 진학으로 잡았다고 해요. 영통 페르마에서 특목고 합격생을 많이 배출하는 것도 이러한 동기부여 프로그램을 통해 ‘도전해 보고 싶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기 때문이라고 자부합니다.”
사실 부모 입장에서는 대입이라는 큰 산을 앞두고 있는 아이에게 특목고 입시부터 힘을 빼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 박 원장은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자녀를 위기관리 능력이 없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라며 “특목고 진학은 뚜렷한 목표의식만 갖고 하면 트레이닝 과정 속에서 얼마든지 도전해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도전하는 것과 아예 해보지도 않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요즘 대입이나 고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자기주도학습입니다. 성적이 떨어졌을 때 나는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아갔는가, 자기주도학습은 바로 위기관리능력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게 하는 나만의 인생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 것은 그래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설사 특목고를 떨어진다 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연습을 해본 아이는 이미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게 된다고 확신합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해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 그것을 찾게 해주고 싶은 것이 영통 페르마의 교육 방향입니다.”
신민경 기자 mkshin@naeil.com
<Tip 포트폴리오, 이것이 궁금해요!>
Q 외고 준비생입니다. 자기소개서에 한 줄이라도 더 쓰려면 자료가 많을수록 좋다는데 어떻게 준비하면 되나요?
외고 입시에 필요한 자기소개서는 써야 할 항목이 따로 있습니다. 자기주도학습 전형과 관련해서 스스로 공부한 과정과 봉사 활동, 독서 경험, 지원 동기 등을 작성하면 됩니다.
Q 포트폴리오는 특별한 형식이 있나요?
생활기록부는 교과와 비교과 내용으로 구성되는데, 포트폴리오는 비교과에 포함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하는 것입니다. 포트폴리오에 일정한 형식은 없고 내용이 더 중요해요.
Q 독서록은 어떻게 작성하나요?
독서록은 제목만 쓰는 것이 아니라 왜 그 책을 선택했고, 읽고 나서 무엇을 느꼈으며,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Q 봉사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을 기재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봉사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은 학과에 대한 연계성, 지속성, 활동의 축이 되어서 하는 자발성이 중요합니다. 자기소개서나 포트폴리오에 봉사하게 된 동기와 활동을 하면서 뭘 배웠는지 기록하면 됩니다. 동아리 활동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하며, 인생의 교감이 된 것을 기록하는 것이 좋습니다.
영통 페르마에서는 중학생들을 위한 포트폴리오 수업(6~8월)과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한 구술면접 수업(9~11월)을 진행합니다. 이 수업을 통해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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