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살림만 하던 전업주부들이 아르바이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남편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데다 아이들 사교육은 결코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력이 단절됐던 시간이 긴 만큼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란 쉽지 않은 일. 더욱이 일을 한다고 해도 가사와 양육을 병행해야 하는 만큼 하루 종일 일하는 직장은 엄두내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일 만만한 파트타임 일자리 시장에 주부들이 몰리고 있다.
3040 주부는 판매직-초보자도 가능
세 아이의 엄마인 김수진 씨는 대형마트 의류매장 두 곳에서 판매직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주말을 제외한 주5일 근무로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5시간 동안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시급은 4700~5400원 내외.
“아이들 학교 보내고 출근하고 아이들 돌아오기 전에 퇴근하니 좋죠. 또 학교 총회나 학부모 공개수업처럼 꼭 가야할 일이 있으면 미리 얘기해서 시간을 낼 수도 있고요. 버는 돈은 적지만 아이 키우고 살림하는데 지장이 적은 편이죠.”
실제로 3, 40대 주부의 경우 대형 할인마트에서 판매직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마트 판매직의 장점은 나이제한만 걸리지 않으면 진입이 쉽다는 점이다. 특별한 조건이나 경력이 없어도 누구나 할 수 있다. 특히 직접 고용된 매장 내 판매직은 오후나 주말근무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지만 의류코너나 액세서리 등의 입점 매장에서는 파트타임 근무도 가능하며, 주말도 쉴 수 있다.
4050 주부는 서비스직-육아?가사와 연계한 도우미
대형 할인마트 연령 제한이 만 45세 미만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4, 50대 주부들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부분은 요식업이나 도우미 서비스 분야다. 도우미 일은 가사도우미, 산후도우미, 학교급식 배식도우미, 베이비시터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업무가 가사와 자녀양육 등 주부의 일과 관련된 것들이라 특별한 이력 없이도 도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실제로 소정의 교육을 이수하고 면접을 통과하면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올해부터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강현숙 씨는 “처음엔 가사도우미라니 자존심도 상하고 누가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 싶어 고민했지만 막상 일해 보니 만족한다”며 “색안경만 벗으면 할 만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동안은 그냥 살림해왔는데 체계적으로 교육받으니 좋았어요. 내 살림하는데도 도움이 됐고요. 특히 오전에만 가서 바짝 일하고 오면 되니까 오후 시간을 여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 좋아요.”
가사도우미는 월수, 화목으로 나눠 일주일에 2~3곳을 순회하며, 보통 오전 9~12시, 오후 1~4시 등 오전과 오후로 나눠 3~4시간 정도 일한다. 보수는 반일은 3~4만원, 종일은 8만원이다. 특히, 복지관이나 여성인력개발센터 같은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만큼 별도의 중개 수수료가 없는 것도 장점이다.
공공기관 통계청 조사요원
구청이나 시청, 통계청의 조사 아르바이트는 주부들이 손에 꼽는 요직이다.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보수가 좋은 편이기 때문이다. 다만, 경쟁이 치열하다.
통계청에서 조사요원으로 활동하는 유연주 씨는 “통계 아르바이트는 월 단위로 자신의 상황에 따라 시간과 일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매일 정해진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정해진 기간 동안 정해진 분량을 완수하면 되는 만큼 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보수는 조사 건수에 따라 다르지만 월 90~120만원 내외로 아르바이트치고는 센 편이다. 다만, 통계청 일은 기존에 해봤던 경력자를 우선적으로 뽑는 만큼 초보자가 새롭게 진입하기가 불리하다는 단점이 있다.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인터뷰 /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직업상담사 박효정 씨
“일단 몸으로 부딪쳐 보세요.”
직업상담사 박효정 씨는 주부 재취업을 막는 가장 큰 문제는 두려움과 망설임이라고 조언한다.
“상담을 해 보면 많은 주부들이 ‘이래서 안 된다, 저래서 못 한다’ 핑계거리 찾기 바빠요. 그런데 일을 하기로 결심했으면 일정 부분은 포기해야 해요. 내 입에 딱 맞는 일자리는 없거든요. 보수가 좋으면 일이 고되고, 일이 여유로우면 보수가 적고요. 당연한 이치죠.”
특히 오랜 동안 집에만 있었기 때문에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 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
“주부 재취업의 경우 지나치게 적성이나 흥미를 중요시하는 것도 문제에요.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알기란 어려운 일이거든요. 또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해보는 것은 전혀 다르고요. 시작하기도 전에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시간만 허비하게 돼요. 일단 여러 검사를 통해 적합한 직업군을 찾아본 후 일단 일을 시작해 보는 것이 좋아요. 머리가 아닌 몸으로 먼저 겪어 보는 거죠. 망설이다 결국 나이제한 때문에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거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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