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술을 끊으려 하는가?

지역내일 2012-05-10

사람마다 술을 끊으려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점은 음주로 부정적인 결과를 겪었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결과는 입장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고, 대응 방법도 같지 않다. 예를 들어 수 십 년 동안 과음하여 모든 것이 망가진 50대의 알코올중독자라면 죽지 않기 위해 단주해야 하는 수가 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는 임박한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고, 단주를 돕는 가족들이나 의료진에게 저항하고 뻗대는 수도 흔하다. 당신은 이제 와서 왜 술을 끊으려 하는가?
드물지만 알코올중독이나 알코올관련 질환에 대하여 공부하고, 인간과 인생의 본질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동안, 자신의 알코올과 관련한 취약성을 깊이 이해하여 자발적으로 끊기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너무나 바람직한 일이다.
과음한 다음날의 고통스럽고 불유쾌한 경험으로 술을 끊으려는 사람들도 있다. 만취한 다음날 기억이 나지 않아 무언가 큰 실수나 잘못을 저지른 것 같아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마음을 조인 경험을 하고 나면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돌이켜보면 음주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누리지도 못하고, 삼가야 할 일을 저지른 것이다. 몸도 편치 않고 성치 않다. 폭음한 다음날 너무나 떨려 업무 보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이런 경험을 기화로 술을 끊으려 했다면 그것도 퍽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미 몇 번씩 음주운전에 걸려 구속되기도 하였고, 인사 사고로 애를 먹기도 하였다. 싸우다가 다치기도 하고, 간이 부어 입원하기도 하였다. 사소한 의견 차이로 극도로 과격하게 반응하여 직장에서 문제덩어리 취급을 받았다. 술집 주인과 싸우다가 폭력, 강도, 성폭력으로 구속되었고, 변호사 비용과 합의금으로 큰돈을 지불하기도 했다. 직장을 사직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불화가 심했던 부인과도 헤어졌다. 암으로 수술한지 채 한 해도 안 되어 다시 술을 입에 댔다. 중풍으로 반신이 마비되었다가도 풀리자마자 다시 음주를 했다. 문제는 이런 지경에 이르러서도 음주가 그 근본 원인이라는 것을 모르고, 끊을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나친 음주는 느리지만 결국에는 삶의 모든 것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분명히 자기 파괴적이다. 그런 점에서 술을 끊으려는 것은 정말로 살아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끊기를 거부하고 버티려 하는 것은 정말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인 수도 있다는 것을 헤아려야 한다.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신정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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