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나이 드신 사촌 형수님이 돈을 빌려주었는데 아직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하소연을 하는 것을 듣고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사촌 형수님이 몇 년 전에 빌려주고 못 받은 돈은 원금이 4천만 원이고 이자도 몇천만 원이나 되었다. 도련님으로서의 체면도 있고 명색이 변호사인데 돈을 받아주는 것이 별거냐는 듯이 자신만만하게 자료를 주시면 해결해 드리겠다고 하였다.
돈을 빌려간 분은 사찰을 운영하는 여자 스님이었다. 소장을 제출하자 신도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자신이 해결해 보겠다고 했다. 빌려준 돈의 5분의 1을 마련했으니 그것이라도 받을 것인지 물어보았다. 자존심이 있으니 안된다고 하였다. 결국 판사님의 조정기일이 잡혔지만 그 쪽에서는 나오지도 않았다.
판결을 받고 경매신청을 했다. 그런데 얼마 후 법원에서 연락이 왔다. 감정가격이 낮고 1순위 근저당권이 너무 높아서 경매를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경매제도는 경매신청인에게 배당할 금액이 없으면 경매를 진행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미리 근저당권을 높게 설정해 놓았기 때문에 대책이 없었다. 결국 경매가 취소되었다. 경매비용만 날린 셈이 되었다.
차선책으로 강제관리 신청을 하였다. 시골에 있는 땅이고 건물에 부처님을 모시고 있으니 우리가 점유를 넘겨받아 임대를 하여 수익금으로 채권을 변제받으려는 것이었다. 강제관리 제도는 매각을 하지 않고 임대수입을 받아서 채무변제에 충당하는 것이니 선순위 근저당권이 있어도 가능한 것이다. 법원의 판사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강제관리 신청을 취하하라고 하였다. 강제관리는 거주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가옥이나 농사를 짓는 토지는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 강제관리도 포기하였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채무자가 가지고 있는 유체동산을 압류하기로 했다. 얼마 후 집행관이 그 집에 가서 냉장고, TV, 김치냉장고 5개를 압류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제일 비싼 불상은 압류하지 못해서 아쉬었지만 김치냉장고가 5개나 되는 이유가 궁금했다. 집행에 참여했던 분의 설명에 의하면 절에서 신도들을 위하여 김치를 많이 담가야 하기 때문에 김치냉장고가 많아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돈을 빌려준 사람은 무릎관절에 물이 차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수술을 못하고 고통을 받고 있는데 돈을 빌려간 채무자는 신도들을 위해 김치를 담가 신선하게 보관하려고 비싼 김치냉장고를 5개나 구입하여 김치를 가득 채워놓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욱 씁쓸해졌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이재구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