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생생체험노둣돌 서병선 원장
겨울옷을 갈무리해 옷장 안에 넣어두기도 전에 이미 계절은 봄을 건너뛰고 여름으로 가고 있다. 본격적인 나들이의 계절이다. 여기에 전면 주5일제 수업의 실시로 인해 주말마다 가족과 또는 친구들과 다양한 체험학습에 참가하는 어린이들도 보태져 주말이면 도로가 정체되고 체험학습을 운영하는 업체에서는 버스를 구하기가 어려운 요즈음이다.
각 학교마다 중간고사도 끝나가는 요즘, 얼마 있으면 맞게 될 부처님탄신일을 위해 온 도시가 알록달록 예쁜 연등으로 수놓아져 있을 경주로의 여행을 권하고 싶다. 신라 천년 고도 경주가 지금쯤이면 연두 빛으로 온 사방이 물들어 있고 한낮의 햇살은 모자 정도 눌러쓰고 다니면 충분하기에 우리 아이들과 여유롭게 한껏 아름다운 초록과 찬란한 문화의 향연을 함께 즐기며 경주시내를 어슬렁거리기에는 딱인 날씨이기 때문이다.
가르치려 하지 말고 아이 스스로 느끼게 하려면
경주는 신라 천 년의 도읍지였던 만큼 발길 닿는 곳곳이 신라의 역사와 전설이 깃들어 있다. 그 중에서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경주역사유적지구’는 유적의 성격에 따라 다섯 개의 지구로 나누어져 있다. 천년 왕조의 궁궐터인 월성지구, 신라왕을 비롯한 고분군 분포지역인 대능원지구, 신라불교의 정수인 황룡사지구, 왕경 방어 시설의 핵심인 산성지구 그리고 불교미술의 보물창고인 남산지구로. ‘불국사와 석굴암’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세계문화유산’이다.
경주는 친숙한 여행지이다. 많은 학교가 수학여행 필수 코스로 또는 역사공부를 위한 체험학습 코스로 아니면 가족여행코스로라도 경주는 많이 찾는 여행지임은 분명하다. 아이들을 데리고 경주여행을 다니는 경우엔 특히 유적지마다 문화해설사의 해설이나 설명을 들으며 다니는 것이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역사공부의 일환이라고 학부모들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정설로 여겨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색다른 체험이 함께하면 재미와 효과도 커진다
그렇다면 책이나 TV에서만 보았던 사진으로서의 첨성대가 아닌 실물로서의 첨성대는 아이들에게 어떤 감흥으로 다가갈까? 주춧돌 몇 개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황량한 황룡사 터에선 아이들이 과연 몽골의 침입으로 불탔다는 25층 건물높이의 황룡사 목탑의 위용을 알아챌 수 있을까?
해설사의 말과 설명만으로 첨성대의 돌 개수와 층수를 전해 듣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월성을 돌아 첨성대까지 연등에 불을 밝히고 밤길을 걷다보면 왜 경주시내 한복판이었을 바로 이곳에 첨성대가 세워졌을지 몸이 깨닫게 된다. 역시 천년도 훨씬 전 김유신 장군처럼 바람 쌩쌩 가오리연을 하늘로 높이 띄어 날리며 드넓은 황룡사 터를 달려보는 아이들은 저절로 25층 높이 황룡사목탑을 품을 정도의 황룡사의 위용을 감각적으로 느끼게 된다.
우리 아이들에게 책으로, 글자로, 말로 경주를 가르치려 하지 말고 아이들의 눈으로 몸으로 직접 경주를 느끼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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