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아들과 토종 아빠의 iBT 도전기

iBT 117, 기본에 충실하면 충분히 할 수 있어

지역내일 2012-05-01 (수정 2012-05-01 오후 10:35:14)

김운하군(목일중3)은 iBT 시험에서 120점 만점에 117점을 받았다. 단 한 번도 어학연수나 유학을 다녀온 적도 없다. 오로지 한국에서 배우고 익힌 100% 토종이다. 운하군이 iBT 117점을 받게 된 배경에는 100% 토종 아빠 김상권씨의 노력이 있었다. 엄마는 수학학원 원장이라 아빠와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던 차 자연스레 아들의 교육에 관심이 생겼고, 직접 담당하게 되었다. 게임중독의 위기까지 갔던 운하군이 iBT 117점에 이르기까지 좌충우돌 영어도전기를 들어본다.




영어, 공부가 아닌 언어로
운하군의 아버지 김상권씨는 조기교육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다. 그래서 운하군은 초등학교까지 실컷 놀았다. 컴퓨터 게임까지 여한이 없을 만큼 즐겼다.
그런 운하군이 처음 영어를 접한 것은 유치원에서 운영하는 특별활동 시간이었다. 거기서 영어를 너무 잘한다며 어디서 배웠냐는 질문을 받았다. 조기교육에 반대를 하던 아빠는 한 번도 영어를 접해보지 않은 운하가 ‘재능’이 있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렸음직도 하다. 그러나 ‘재능이 너무 아까우니 영어유치원을 보내라’는 유혹을 뒤로한 채 그때부터 아이의 교육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다.
아빠는 인터넷을 뒤지며 교육과 관련된 카페에 가입도 하고 책도 보고 여기저기서 정보를 얻어냈다. 그리고 아이의 교육에 대한 계획을 세워나갔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재미있게 접근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유치원에서 놀이로 영어를 접한 운하는 원장과 담임교사, 심지어 원어민 강사에게도 칭찬을 들었고 점점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커지며 실력도 하루가 다르게 좋아졌다.
그러던 중 초등 3학년 겨울 청담어학원에 등록했다. 레벨테스트 결과 ‘테라’였다. 생각보다 낮게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 즐겁게 어학원을 다녔다. 영어를 공부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언어 그 자체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레벨은 중요치 않았다. 그냥 원어민과 대화하는 것이 재미있고 토론수업이 좋아 열심히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마스터 레벨로 올라가면 운하가 좋아하는 다방면에서의 디베이트 수업이 이루어진다는 걸 알게 된다. 그때부터 운하에겐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오로지 토론수업을 하기 위해 레벨업이 필요했다. 운하군은 아빠와 함께 자신이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분석하기 시작했다. 마스터 단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토플 100점이 필요했다. 토플을 하기 위해 단어 암기는 필수. 영어를 언어 그 자체로 즐기는 운하군에게 단어를 외운다는 것은 곤욕이었다. 레벨업은 하고 싶지만 단어는 외우고 싶지 않았던 운하군. 아빠는 여기서 꾀를 하나 생각했다. “웬만큼 게임도 즐겨했던 운하에게 당근을 주기 위해 중독성 강한 게임을 찾아 권했는데 이것이 효력을 제대로 발휘하더군요”라는 김상권씨의 예상은 적중했던 것. 어느 정도 중독이 되니 운하는 게임을 하기 위해 단어를 외우기 시작했다. 정말 필사적으로 단어를 외우고 그것이 끝나면 게임을 했다.
단어도 웬만큼 수준에 까지 이르렀을 때 운하를 그대로 두었다가는 정말 게임중독이 될 것 같아 걱정이 된 아빠는 단호하게 게임을 끊을 것을 권했고 운하도 그대로 가다간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될 것 같아 과감하게 끊어버렸다.
마스터 레벨로 올라가 자신이 하고 싶은 토론 수업에 재미를 넘어 희열을 느끼게 되었고 학원에서 진행된 디베이트 대회에 나가 대상도 받고 보니 운하군은 민사고를 목표로 iBT에 도전할 계획을 세웠다.




약점 분석으로 ibt에 도전하다
“민사고에 가려면 iBT 117점이면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iBT 117점이라.. 운하군은 다시 아빠와 함께 약점분석에 들어갔다. 상대적으로 단어가 약했다. 해커스 voca로 겨울방학 내내 공부했다. 115점은 나와야되는데 110점이었다. 다시 약점을 체크했다. 스피킹에서 23~4점으로 예상치 못한 점수가 깎였다. 개인과외로 주 1회 방학 때는 2시간씩 스피킹에 매달렸다. 입에서 영어가 배도록 말하고 또 말했다. 2학년 겨울방학이 되니 27점으로 올랐다. 만점에 욕심이 생겼다. “조금만 더하면 만점도 받을 것 같았어요. 만점을 받으면 중앙일간지에도 나오고 민사고 가는데 도움도 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스피킹의 만점 도전은 쉽지 않았다. 영어로 15초간 생각하고 45초간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원어민조차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어를 공부라 생각하지 않았던 운하가 공부라는 것을 본격적으로 하려니 지겨웠다. 말하고 또 말하고 녹음해서 들어보고 또 녹음하고 반복 또 반복하니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iBT 117점을 받았다.
시작부터 문법이나 문제풀이로 배우지 않았기에 영어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지만 iBT 117점의 성과는 결코 쉬운 길만은 아니었다. “자신의 약점을 분석하고 부족한 부분을 메워 가는 것이 iBT 고득점의 비결”이라 소개하지만 “iBT 공부에는 지름길이란 없다”고 단호하게 강조하기도 한다.
운하 아빠 김상권씨는 “아이들은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공부도 하고 인생을 배워 가는데 부모들이 시행착오를 줄이려고 간섭하다보면 오히려 아이를 망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기본에 충실하면서 흔들리지 않고 충분히 기다려주면 아이는 스스로 공부하게 되어 있다”고 갈무리한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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