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몽마르트가 있다면 부산엔 해운대 달맞이언덕이 있다.
주말이면 예술장터인 ‘달맞이 아트 프리마켓’이 열리고, 일년 내내 다양한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여러 갤러리들, 해안산책길 문텐로드, 이야기가 있는 카페들. 대학시절 배낭여행으로 머문 몽마르트보다 더욱 운치와 낭만이 느껴진다. 친구와 연인과 가족과 함께 한 추억들이 새록새록 살아난 까닭이리라. 하지만 그 시절 수많은 추억들을 남긴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어느덧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로 변신한 모습에서 사뭇 아쉬움이 남는다.
벚꽃 흩날리는 봄날, 달맞이언덕을 구석구석 걸으며 발길마다 따뜻한 쉼표를 다시 찍어본다.
문화를 소통하다···예술장터
주말마다 ‘달맞이 아트 프리마켓’ 활짝
해운대 달맞이언덕의 또 하나의 문화 즐길거리인 `달맞이 아트 프리마켓''. 지난해 3월 첫 개장한 달맞이 아트 프리마켓은 여러 창작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 전시·판매와 거리문화공연이 이루어지는 열린 문화 예술장터다.
2012 프리마켓은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은 오후 2시~9시, 일요일은 오전 11시~오후 9시까지 해월정 광장에서 열린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호응도가 좋아 토요일에만 열린 지난해와는 달리 일요일도 문을 열게 된 것. 도자기, 비즈, 가죽, 압화, 양초, 비누, 섬유공예, 천연화장품, 캐리커처 등 60여명의 ‘달프(달맞이아트프리마켓 애칭)’ 작가들의 작품을 자유롭게 감상하고 살 수도 있다. 아이들의 눈길을 끄는 귀여운 손뜨개인형과 리본 등, 여심을 사로잡는 악세서리와 패브릭소품 등, 남성에게도 인기있는 금속과 목공예 등 볼거리가 많아 눈이 바쁘다. 지갑 사정만 좋으면 모두 사고픈 마음이다.
도자기핸드페인팅, 팬시우드, 양초공예 등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존도 인기다. 소정의 체험비를 내면 누구나 작가가 되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 작가들이 기증한 작품들로 꾸려진 `달프 기부천사'''' 코너도 마련돼 좋은 작품도 사고 이웃돕기에도 동참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배영환(43·수영동) 씨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도자기 체험과 케리커처 등에 참여했는데 굳이 공방을 찾아가지 않아도 여러 작품을 구경할 수 있고 체험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작가이자 달프의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지원 씨는 “달맞이 아트 프리마켓은 창작 작가들의 작품을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전시장임과 동시에 작가와 시민이 소통할 수 있는 만남의 장으로 그 의미가 깊다”며 “앞으로도 공예 외 새로운 예술분야의 창작 작가 발굴과 함께 독특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은 예술장터가 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말한다.
달맞이 아트 프리마켓은 주말마다 버블 마술쇼, 댄스공연 등 다양한 행사로 관광객을 즐겁게 할 예정이다. 문화소통의 공간 프리마켓이 있어 달맞이언덕 길이 더욱 신선하다.
김영희 리포터 lagoon02@hanmail.net
풍경을 즐기다···바다 배경으로
달빛과 함께 걷다, 문탠로드
달맞이언덕 입구에서 시작되는 문탠로드는 달빛을 받으며 달맞이언덕의 뛰어난 월출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산책길이다. 허나 낮에 걸어도 은은한 솔향과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할 수 있어 가벼운 산책을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미포 - 달맞이 - 문탠로드 - 청사포 - 구덕포 - 송정해수욕장에 이르는 코스를 잡아 바다의 절경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십오굽이 달맞이길’ 중 오는 9월에 완공 예정인 해마루 앞에서 송정 입구로 이어지는 목재데크가 완성되면 미포에서 달맞이 해월정, 청사포 고갯길의 해송교, 해마루 정자를 거쳐 송정 입구까지 이어지는 7.8㎞ 해안 테마산책로가 새롭게 조성되는 것이다.
탁 트인 바다를, 해월정과 해마루
해월정은 달맞이고개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해월정에 올라 주변 경치를 감상하고, 주차장이 있어 해월정을 중심으로 많은 먹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하다.
해월정에서 송정 쪽으로 더 올라가다보면 나오는 해마루 정자는 해월정과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비교적 찾는 사람이 적어 경치를 감상하기에 좋고, 탁트인 바다를 보다보면 마음까지도 시원해지는 느낌이 든다. 해마루에 올라 보면 송정바다와 해운대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공연도 피크닉도, 달맞이 어울마당
다양한 문화공연이 수시로 열리는 달맞이 어울마당은 탁 트인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전망과 함께 달을 형상화 한 원형 야외무대와 넓은 계단식 잔디마당이 있다.
아이들이 뛰어 놀기에도 좋고 어른들은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경치를 즐기기에도 좋고 , 또 운이 좋아 공연을 한다면 공연도 즐길 수 있고, 날씨 좋은날 피크닉삼아 자리를 깔고 시간을 보내기에도 적당하다.
장정희 리포터 swtdream@naver.com
감각을 깨우다···갤러리 투어
부산에서 갤러리가 가장 많이 모여있는 달맞이언덕. 시원스레 펼쳐진 바다를 배경으로 우아한 작품 한 점 감상하기에 그만이다. 곳곳에 자리한 갤러리의 문을 열고 들어가 보자. 어려워 마시라. 찬찬히 응시하고 있노라면 어느새 작품과 교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해 연말 문을 연 색다른 갤러리 하나를 소개한다.
네덜란드 아트 갤러리
2011년 11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네덜란드 박물관 겸 갤러리인 ‘네덜란드 아트 갤러리’가 해월정 맞은편에 오픈했다. 이 갤러리에서는 네덜란드 출신 화가 Geert Jan Jansen과 그의 아내 Ellen Van Baren의 작품만을 전시하고 있다.
화가 부부는 한국 방문 후 부산의 아름다운 환경과 사람들의 따뜻함에 매료되어 일 년 중 몇 개월간을 부산에 상주하며 작업하길 원했고, 전반적인 조사와 계획을 통해 네덜란드 갤러리를 탄생시켰다.
갤러리에 들어서자 화려한 색감의 추상화와 아리따운 여인이 눈에 들어온다. 한 편에는 Geert Jan Jansen 작가의 여러 가지 작품 스타일 중 가장 애착을 가지는 코브라 기법이 쓰인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갤러리 곳곳에 피카소나 클림트 등 최고 작가의 모작이 있어 의아해 하는 일행에게 갤러리의 이리안 매니저는 “Geert Jan Jansen는 미술을 전공한 화가가 아니다. 유명 작가의 그림을 따라 그렸는데 진품과 구별이 힘들 정도로 뛰어나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했고 지금은 세계적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로 이름나 있다”라고 설명한다. 이어 “4월20일부터 30일까지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리는 ‘2012부산국제아트페어’에 두 부부 화가가 메인 작가로 전시에 참여할 예정이고, 6월부터 시작되는 신세계백화점 문화강좌에 갤러리 관장님이 ‘네덜란드의 유명한 화가’라는 주제로 강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인다. 친절한 해설에 향 좋은 커피까지 대접받으니 선뜻 들어서기 어려웠던 갤러리가 친근해진 느낌이다.
365일 다채로운 전시 열리는 달맞이 갤러리
지난 2011년 10월에는 화랑의 활성화를 위한 ‘제1회 해운대 달맞이 화랑축제’가 열렸다. 조현화랑, 최장호갤러리, 마린갤러리, 갤러리 몽마르트, 갤러리 이배, 맥화랑, K 갤러리 등 10곳이 넘는 곳에서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365일 훌륭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달맞이 갤러리. 문화 향기 흠뻑 취할 수 있는 그 곳에서 발랄한 봄을 즐겨보심이 어떨지.
갤러리 투어 tip.
갤러리 구석구석을 잘 둘러보고 싶다면 정확한 위치와 휴관일, 오픈 시간을 알고 가는 것이 좋다. 보통 두세 개의 화랑이 이웃하며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따로 떨어져 있는 갤러리도 있어 도보만으로는 힘에 부칠 수가 있으니 참고하자.
이수정 리포터 cccc0900@hanmail.net
마음에게 말을 걸다···카페 투어
갤러리 같은 카페 ‘반(Van)’
마음이 건조하게 날리는 날이면 어디론가 훌쩍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게 현실. 하루하루가 너무 팍팍하다. 그럴수록 자신에게 향기로운 커피 한 잔과 아름다운 풍경 한 조각 선사하자. 갤러리 같은 달맞이언덕 카페 ‘반(Van)’! 그곳에 가면 잠시 일상을 잊는다.
울퉁불퉁한 돌계단을 올라 입구에 들어서면 여기저기 걸린 그림 탓에 갤러리 같다. 넓은 공간도 일단 맘에 든다. 창밖으로 펼쳐진 하늘과 나무들도 카페의 일부다. 커피 맛은 어떨까? 부드러운 듯 깊다. 화이트치즈케잌 한 조각을 곁들이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커피도 좋지만 카페 반에서 직접 레드와인과 오렌지, 키위, 레몬, 계피 등으로 숙성시킨 따뜻한 글루바인 한 잔도 강추! 감기 예방에 좋다니 요즘 같은 환절기에 그만이다. 달맞이언덕의 매력 속에 또 다른 매력을 담은 카페다.
동화 속 시골집 같은 ‘해오라비’
심심한 날은 친구랑 함께 카페 ‘해오라비’에 가고 싶다. 동화 속 시골집의 아기자기함이 그대로 담겨있다. 카페 ‘반’에서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만난다.
재미있는 다양한 의자, 앙증맞은 화분들, 꼭 껴안아주고 싶은 인형들까지 소품들에 눈을 뗄 수가 없다. 아무렇게나 걸린 사진들은 누군가의 추억을 연상시킨다. 손님들을 위한 방명록에 글 한 줄 남겼다. 전화번호까지 남기면 관련소식이나 행사를 알려준다니 꼭 활용해 보자.
‘해오라비’ 커피 맛이 좋다는데 무얼 시켜볼까? 꽃모양의 화이트카푸치노 너무 예쁘다. 커피아카데미도 여는 핸드드립 커피전문점답다. 이국의 낯선 시골집 같은 조용하고 따뜻한 공간. 커피는 맛이 다가 아닌 것 같다. 운치까지 함께 마셔야 그게 커피다.
책과 커피가 있는 ‘추리 문학관’
달맞이언덕에서 ‘추리문학관’을 빼놓을 수 없다. 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공간인 추리문학관은 추리작가 김성종 씨의 사비로 세운 부산 첫 문학관으로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았다.
각종 국내외 신문, 잡지 등 정기간행물과 국내외 추리소설, 일반문학이 비치되어 있다. 1층은 책이 있는 카페다. 입장료 5천원만 내면 책은 물론 커피까지 즐길 수 있다. 벽돌로 쌓아올린 책장과 돌벽, 오래된 테이블이 색다른 공간을 연출한다.
2층은 강연, 세미나, 독서실로 이용되고 있다. 유명한 문호들의 사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3층 열람실에는 1, 2층에 비해 책이 많다. 역시 도서관이다. 총 47,600권의 책이 있다고 한다.
정기행사로 추리소설창작교실이 매주 목요일 3시에 열린다. 독서마당, 영화살롱까지 다양한 행사가 있다. 그 존재만으로도 상징적인 해운대 달맞이 추리문학관! 역시 이색적이다.
김부경 리포터 thebluemail@hanmail.net
Tip. 달맞이언덕 주변의 먹거리
풍경이 예뻐 더욱 알려진 언덕위의집, 오페라, 전망좋은방 등의 레스토랑들이 자리잡고 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매콤한 음식을 원한다면 달맞이 마산아구찜, 특별한 음식을 원한다면 수제벤또전문점 무겐, 전망이 좋은 한정식집 뜰아래채, 테이블수가 4개밖에 되지 않아 예약필수인 이탈리안레스토랑 Table4, 넓은 테라스가 특징인 엘레아(ELEA) 등 다양한 먹거리 집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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