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으로 보는 비염 바로 알기

비염치료를 하려면 먼저 우리 몸의 비위를 맞춰라

지역내일 2012-04-08

우리 한의학을 집대성한 동의보감은 조선 선조의 당부로 쓰여 졌다고 한다. 선조는 허준에게 단순히 질병과 처방을 다루는 책이 아니라, 음식의 섭생과 수양을 다루는 양생서(‘양생’은 오래 살기 위해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하고, 병에 걸리지 않게 노력한다는 뜻)를 쓰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래서 동의보감에는 사람과 생활, 질병이 어떤 연결고리를 맺고 있는지 상세히 기록돼 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현상 위주의 치료가 아니라 건강한 삶을 위해 우리네 생활을 잘 들여다보고 노력할 수 있도록 조언해주고 있다. 현대인의 고질병으로 통하는 비염을 보더라도 한의학에서는 코에만 집중된 치료를 하지 않는다. 비염의 원인이 되는 우리 몸 안의 불균형을 살피고,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로 잡는 근본치료를 제시한다.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비염환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어떤 원리로 비염을 치료하고 있는지 ‘유용우 한의원’의 유용우 원장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비위를 맞춰라
스티브잡스가 남긴 것은 아이패드뿐이 아니다.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잡스 덕분에 사람들은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췌장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췌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장기다. 한의학에서는 췌장이 만병과 연관돼 있다고 전한다. 현대인의 고질병으로 통하는 비염 또한 이 췌장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자주 듣는 이야기 중 ‘비위가 약하다’, ‘비위가 상한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비위란 비장과 위장을 말하는데, 이 비장이 바로 췌장을 말한다. 한의학에서 보는 비장과 위장은 서로 뗄 내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우리 몸의 소화를 담당하는 핵심기관이다. 몸 안에 음식물이 들어가면 위는 비장(췌장)을 기준으로 음식물을 소화시킨다. 비장의 기능이 떨어지면 위에서 음식을 소화하는 능력도 떨어져 소화가 잘 안 된다. 즉 우리 몸은 비위가 잘 맞아야 소화도 잘 되고 건강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 비위의 균형이 깨지면 우리 몸의 다양한 이상 신호가 나타난다.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염, 당뇨, 과민성대장증상, 비염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비위의 불균형은 음식의 섭취와 관계가 있다. 비장이 원하는 것보다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했을 경우 소화액이 더 많이 분비돼야 하고, 이를 위해 소화를 담당하는 세포들은 더 많은 운동을 해야 한다. (1) 소화액을 많이 분비하는 만큼 췌장에 내분비 호르몬인 인슐린 분비량이 많아지면서 우리 몸의 대사량을 늘리게 되고, 늘어난 대사량은 우리 몸의 산소요구량을 늘리게 된다. 이처럼 더 많은 산소공급이 필요해지면서 호흡량이 늘어나고, 늘어난 호흡량을 감당하기 위해 코 또한 더 많은 일을 하며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또한 과부하가 걸린 만큼 체내에 열생산량도 많아져 호흡기 점막이 쉽게 건조해지게 된다. (2) 옛날과 달리 먹을 것이 풍부해진 현대인들은 비장의 균형을 깰 만큼 과식을 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비염 환자의 증가로 이어졌다.


혀의 진실한 기능을 되찾자
혀는 비장과 직결돼 있다. 혀의 뿌리가 비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혀가 원하는 음식이나 혀가 원할 때 먹는 것은 비장으로부터 음식을 먹어도 좋다고 ‘OK’ 신호를 받은 것과 같다. 비위가 맞지 않는 음식은 비장이 원치 않는 음식이다. 비장은 혀를 통해 먼저 자신이 원하는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에 대해 신호를 보낸다. 따라서 이 신호에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비위의 균형이 맞게 된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나 음식을 먹는 취향이 다른 것은 비위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유독 식사량이 적은 경우, 고기를 선호하는 경우, 야채와 과일을 좋아하는 경우, 식사량이 많은 경우 등 사람들은 저마다의 비위에 따라 음식을 먹게 된다. 아이들 중엔 밥을 잘 먹지 않아 부모를 애타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부모는 아이의 식사량을 인정해줘야 한다. 부모가 원하는 만큼 아이에게 음식을 먹이려고 하다가는 비위의 균형이 깨져 건강에 이상이 올 수도 있다. 비위에 맞는 음식이나 식사량은 혀를 통해 판단하면 되는데 요즘은 혀가 진실하게 자기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인스턴트 음식과 화학조미료 등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자연의 맛 대신 화학조미료의 맛을 느끼며 현대인의 혀는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비위를 맞추는 것은 만병치료의 근본이다. 우리의 혀가 제 기능을 하고, 혀의 느낌에 충실하게 생활한다면 비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자신의 혀만 믿고 음식을 먹으면 비위가 균형을 이루고 소화도 잘 시켜 건강해질 수 있다. 비염 치료를 위해 혀의 진실한 기능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비위를 맞추는 생활습관을 기르자
비위의 불균형으로 비염이나 다른 질병이 생겼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비위를 건강하게 하는 한약을 복용하고,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는 먼저 식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밀가루 음식이나 인스턴트 식품은 자극적인 맛을 갖고 있고, 위장의 소화, 흡수기능을 약하게 하므로 피해야 한다. 또한 입맛이 없거나 아이의 경우 밥을 잘 안 먹더라도 식사시간은 항상 규칙적으로 갖도록 한다.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심리적인 영향을 잘 받는 편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식욕부진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을 편안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을 먹을 때는 자신의 몸과 혀의 감각을 믿고 먹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맛이 없고 먹기 싫으면 수저를 바로 내려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한 식습관에 적절한 몸의 활동이 뒷받침된다면 비염 치료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도움말 ‘숨길을 열다’ 대표, 유용우 한의원 유용우 원장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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