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과 두 번 사랑에 빠지다

<영화 산책> ‘서약’

지역내일 2012-03-26

<영화 산책> ‘서약’

화이트데이인 지난 3월 14일 개봉한 영화 ‘서약’은 봄바람처럼 따뜻하고 잔잔한 로맨스 영화였다. 사고로 기억을 잃은 아내와 다시 사랑에 빠지기 위한 남편의 애틋한 노력과 로맨틱한 장면들이 정신적 정화 효과를 톡톡히 냈음인지 한동안 기분 좋은 설렘을 안겨줬다.


감동 실화를 바탕으로 한 러브스토리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 레오(채닝 테이텀)와 페이지(레이첼 맥아담스)는 자신들만의 서약으로 친구들과 함께 조촐한 결혼식을 올린다. 사랑 넘치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이들에게 다가온 시련은 교통사고로 아내인 페이지가 최근 5년간의 기억만 잃어버린 것.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그녀가 자신에 대해 기억하는 것은 결혼 전 부자 부모와 함께 상류사회를 만끽하며 살아가는 법대생의 모습일 뿐, 사랑하던 남편 레오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다.
더구나 5년 전 그녀에게는 멋진 약혼자도 있었으니 갑자기 남편으로 등장한 초라한 레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그녀는 결국 남편과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의 곁을 떠나 부모의 집으로 돌아간다. 아내의 기억과 사랑을 되찾기 위해 레오는 갖은 노력을 다하지만 그녀의 기억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레오는 아내의 기억을 되찾기보다 그녀와 처음처럼 다시 사랑에 빠지기를 소망한다. 결국 페이지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과 접하면서 자신이 왜 부모 집을 떠났는지 알게 되고, 서서히 레오와 함께한 삶의 흔적들을 만나면서 다시 레오와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더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로 다가온다. 실화 속의 아내는 현재 여전히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지만 남편과 함께 두 아이의 부모가 되어 18년째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보다 성숙하게 시작하는 두 번째 사랑
영화 ‘서약’ 속의 첫 번째 사랑이 청춘 남녀의 뜨겁고 빠르고 경쾌한 사랑이었다면 시련을 딛고 다시 시작하는 그들의 두 번째 사랑은 느리지만 깊이 있고 성숙돼 있다. 결혼 당시 평생 아내만을 사랑하겠다고 맹세한 레오는 아내가 자신의 존재조차 기억하지 못하자, “당신이 나의 마지막 사랑임을 결코 잊지 않고 내 영혼 깊은 곳에 새겨 놓겠습니다. 그 어떤 장애물이 우릴 갈라놓는다 해도 당신에게 돌아갈 길을 찾겠습니다”라는 서약을 저버리지 않고 그녀에게 다가가는 길을 찾는다.
아내를 만지고 싶고 안고 싶지만 서로의 사랑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를 배려하며 절제된 사랑을 보여주는 레오의 모습과 이전의 약혼자에게 사랑의 눈길을 주는 그녀를 바라보며 인내하는 레오의 모습은 안타까운 동시에 사랑의 깊이가 느껴져 아름답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그들의 사랑은 시련이 있었기 때문에 더 간절하고 성숙한 사랑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가벼워진 혼인 ‘서약’을 되돌아보는 시간
만약 당신의 기억이 남편과 만나기 이전의 시점으로 돌아간 상태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난다면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남편 또한 사랑을 되찾기 위해 레오와 같은 사랑을 보여줄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면 그 이유는 그동안 최선을 다해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는 결혼할 때 어떤 식으로든 서로에 대한 신의와 사랑을 맹세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전부였던 사랑이 잔잔한 일상이 되고 보면 그 맹세는 잊고 살아가기 쉽다. 경우에 따라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혼인 서약은 종잇장처럼 가벼워져 배신과 위기의 시간이 다가오기도 할 것이다. 살아가면서 위기의 순간마다 혼인 서약을 떠올리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게를 실어보자. 갈등의 원인들은 순간 사소해지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진정한 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선이 리포터 sunnyy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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