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그 아름다운 세상 (1)

지역내일 2012-03-27

논술은 토론식 수업을 지향해야 한다. 왜냐하면 주입식으로 논술 강의를 하면 학생들의 사고력을 증진시킬 수가 없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어야 논제 분석을 제대로 해 낸다. 즉, 체득화(體得化)가 무척 중요한 학습이다. 비유컨대 자전거 타는 방법을 암기한 사람과 타는 원리를 이해한 사람과 실제 타본 사람이 있다면, 누가 자전거 타는 방법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고 자전거 탈 때의 기분이나 운동 효과를 설명하기가 쉬울까, 당연히 타본 사람이다. 그래서 실제 구체적인 상황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술을 가르치는 사람들 중에는 내용을 선생이 분석해 주고 이런 내용이니 이렇게 저렇게 써야 한다고 주입하는 선생이 많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방식이다. 그리고 교수들조차 외워서 쓴 답안이 있다고 한다. 참 어이없는 일이다. 논술 주제가 수천 가지고 유형이 그렇게 다양한데 외워서 쓰다니. 설령 외워서 썼다면 역설적으로 그 학생은 천재가 분명하다.  


인터넷과 TV, 주입식 교육이 빚은 비극
 모든 문화가 수준이 낮을 단계에서는 제공자 중심이지만 수준이 높아지면 수용자 중심이 된다. 그림도 중세의 그림은 신 중심의 그림이고 근대의 그림은 인간의 이상적 미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현대의 발달된 미술은 작가가 의도한 것을 관람하는 사람의 심리에 맡겨 두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현대 미술에는 ‘무제(無題)’라는 제목도 있다. 그만큼 소비자 중심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의 모든 수업은 다 주입식인 경우가 허다하다. 1994년 수학 능력 고사가 시행되면서 모든 교과서에는 학습활동이 토론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 학교에서 토론식 수업을 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여전히 주입식 교육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우리 교육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터다.
 이렇게 주입식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특히 논술 고사에서 답안 작성에 엄청난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요즘 너무 어릴 적부터 학원이나 과외를 받아서 스스로 생각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많이 저하되어 있다. 스스로 생각해 내고 답안을 작성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어야 하는데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불안한 심리를 가진 학부형들은 당장의 점수를 올려야 안심이 된다. 그래서 스스로 분석하고 표현하기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선생들은 급하게 알려 주고 만다. 이러한 양상이 반복되다 보니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기회를 다 앗겨 버렸다.  게다가 인터넷과 텔레비전의 힘이 너무 비대해 져서 모든 진리를 인터넷과 텔레비전에서 얻는 게 지금 청소년들의 문화다. 누구나 읽었던 ‘데미안’을 요즘은 누구도 읽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논술은 스스로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
 논술은 당장 대입시에만 좋은 결과를 갖게 하는 것만은 아니다. 통념을 깨고 자신의 생각으로 지문을 대하고 그 지문에서 어떤 논의가 중심인지 찾아내어 자신의 생각으로 표현한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지기 시작한다. 제법 오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주변보기, 뒤집기, 상위 개념 보기, 하위 개념 보기를 시도하면서 깊이 있는 사고를 해 내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면 ‘참으로 논술은 아름다운 학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따금 아주 모범생인 학생이 다른 학생들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발표하는 것을 보고 무척 놀라는 경우가 있다. 특히 내신 위주로 암기 위주에 능통한 학생일수록 그 증상은 심각하다. 배운 것만 알지 배운 것을 토대로 내용을 제대로 분석한 뒤 자신의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표현하는데 아주 어려움을 겪는다. 정말 생각해 보면 학교에서 배운 내용들이 이 사회에 나와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는 무척 많다. 그래서 어떤 학교에서는 고 3들이 수능이 끝나고 나면 그동안 공부한 책을 운동장에서 불태우는 행사를 한다는 말을 듣고 무척 놀랐다. 그런데 논술 교재는 대부분 학생들이 버리지 않는다. 그 이유는 우선 대학에 가서도 배우는 내용들이 많이 있는 탓도 있지만 그만큼 관념이나 통념에 머무른 공부가 아니기 때문이리라.

 개념이 고정되면 고정 관념이 된다. 그러나 논술은 그런 고정 관념을 깰 수 있는 학습이기 때문에 수업 시간이 자유롭다.


 그래서 논술은 아름다운 과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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