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요리하는 사람-파비아 박종철 셰프

“요리는 정직하다 그리고 고객은 냉정하다”

지역내일 2012-03-21

요리에도 인생의 철학이 담겨있다. 세계 각 국의 요리를 보면 그 나라 사람들의 성향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기후와 풍습에 따라서도 음식은 여러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음식을 통해 문화가 반영되고 삶의 모습들이 투영되기도 한다. 무수히 많은 요리의 세계에서 그 이면에 나타나지 않는 요리사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최근 영국은 물론 세계의 식탁을 바꿔놓았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제이미 올리버나 우리나라의 에드워드 권 같은 사람은 자기개발을 위해 늘 노력하는 사람으로 비춰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을 진정한 프로라고 인정하는지도 모른다.
범계역에 위치한 레스토랑 파비아에서 자신만의 뚜렷한 철학을 가지고 요리를 하는 사람을 만났다. 바로 박종철 셰프가 그 주인공이다. 요리만큼 정직한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어렵고 힘든 요리사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그. 젊은 그가 추구하는 요리의 세계란 과연 어떤 것일까?


리츠칼튼호텔에서 일했던 뚝심과 우직함
취재를 위해 파비아에 도착했을 땐 브레이크 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손님들이 썰물처럼 밀려나간 뒤라 매장 안은 조용하고 차분했다. 캐주얼한 분위기의 파비아에 참 잘어울릴 것 같은 박종철 셰프의 하얀 까운, 그리고 친절한 미소가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히포크라테스는 이 세상에서 음식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은 그 어떤 약이나 수술로도 치유가 힘들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먹는 음식이 중요하고 그것을 만드는 사람은 더더욱 사명감을 가져야 하죠.”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했던 박 셰프. 아웃백과 마르쉐같은 외식업체 메뉴개발팀에서 일을 하다 요리사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그는 리츠칼튼호텔에서 일을 하며 요리에 대한 자기만의 편협한 고집을 버렸다고 한다. 요리에서 외적인 부분에 더 치중했던 그동안의 생각을 버리고, 음식을 맛 볼 사람을 위해 카멜레온처럼 스타일을 바꿔 음식을 만들어냈던 것. 누가 먹을 것인지에 따라 그 사람을 배려하고 가장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요리사의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대학원을 마치고 보다 전문적인 공부를 위해 영국 유학 길에 올랐다. 인종도 다르고 언어도 달랐던 외국에서 공부하며 그가 배운 것은 다름 아닌 음식을 하려면 그 나라의 문화부터 먼저 알아야 된다는 것. 또 한국인 셰프들도 성공하기 위해서 영어구사는 이젠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그는 느꼈다. 이런 모든 부분들은 그가 혜전대학교 호텔조리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강조했던 부분들이다.


계절음식 가득한 제대로 된 샐러드바
영국 유학을 마치고 그가 한국에 돌아와 선택한 곳은 바로 레스토랑 파비아였다. 제대로 된 샐러드바를 제공하는 곳이 많지 않았던 여건을 고려해 그는 과감하게 후레쉬한 샐러드바를 지향했다. 제철에 나는 과일과 신선한 재료를 기본으로 보약같은 음식을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램이자 꿈이다. 이곳에서 그는 우직함과 뚝심으로 대부분의 음식들을 수제로 만든다. 허브를 넣어 구운 빵과 봄이 제철인 표고버섯을 이용한 표고 스프는 단연 이곳의 대표 웰빙 메뉴다. 육수 맛을 내는 인공파우더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닭 뼈를 오랜 시간 우려 육수를 내고 식 재료로 이용하는 이곳만의 요리스타일은 감동 그 자체다. 피자 도우만 해도 냉동 도우를 쓰지 않고 직접 먹물 도우를 반죽해 사용하고, 피클하나도 직접 만들만큼 소홀히 하지 않는다. 고기만큼은 직접 장을 보러 가는 부지런을 떠는 박 셰프는 “음식이야말로 가장 정직하다”면서 “그래서 고객들의 평가는 신중하고 냉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인스턴트 일색인 샐러드바가 아니라 정말 제대로 된 샐러드를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원래 샐러드바는 호텔 조식 뷔페에서 샐러드 위주 식단에 뜨거운 음식 몇 가지가 곁들여진 형태였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세미 뷔페에 가깝게 가지 수만 많은 음식으로 채워져 그 형태가 변한거죠.”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피자와 파스타 그리고 다양한 샐러드까지 맛볼 수 있다면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늘 메뉴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박 셰프. 대다수의 음식은 미리 만들어 놓지 않고 바로바로 만들어 고객들에게 대접하고 특히 파스타 만큼은 고객이 선택하면 즉석에서 요리해 내놓는다. 이곳에서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바로 샐러드바 가격에 고르곤졸라 피자와 다른 일반피자 그리고 파스타를 무한으로 맛볼 수 있다는 것. 또 30여가지 신선한 샐러드도 입맛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파비아 031-424-1717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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