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을 간지럽히는 바람과 화훼단지에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봄을 재촉하고 있다. 겨우내 움츠렸던 꽃들도 봄맞이 준비에 한창인 요즘. 따스한 햇살을 머금은 꽃망울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하고 막 꽃을 틔운 난은 그윽한 향기를 뿜어낸다. 그래서일까. 화초에 관심이 없던 주부들도 이맘때쯤이면 올망졸망 모여 있는 모종화분 하나, 사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싱그러운 잎과 화려한 꽃을 틔우기까지 그 과정은 지난하기만 하다. 키우기 힘든 화초보다는 관리하기 쉬운 식물로 봄맞이 준비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만원 한 장이면 집안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화초 두, 세 개는 살 수 있다. 게다가 가족의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
자라는 환경 까다롭지 않은 다육식물로 시작해
화초를 키워 본 주부라면 햇빛을 받지 못해 잎이 말라죽은 식물, 물을 너무 많이 줘서 썩어 버리거나 벌레가 생긴 식물, 밀폐된 공간에서 자라 꽃도 피워 보지 못하고 사라진 식물 등의 경험 한, 두 가지는 있을 터. 이런 왕초보자들은 식물을 구매하기 전에 의왕 청계동, 포일동, 학의동 주변에 밀집돼 있는 화훼 농가를 직접 찾아가 보는 게 좋다. 난과 분재를 중심으로 각종 화훼들을 전시하고 판매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직접 생산하는 농가도 있어 화초 키우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직거래로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단골 고객들이 많다고. 두 달에 한 번씩 이곳을 찾는 김혜연 주부는 “요즘에는 화초 구매하기 가장 좋은 시기로 500원부터 2~3000원까지 저렴한 화초들을 구매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면서 “묵혀 두었던 대바구니와 화분에 심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화훼매장 앞에 쭉 늘어선 다양한 모종화분들 중 어떤 걸 선택해야 할까. 대보조경식물원 양경희 대표는 “예전에는 행운목이나 벤자민 등을 많이 찾았는데 요즘에는 해피트리, 아레카야자, 뱅갈고무나무 등을 많이 선호한다”면서 “옷도 유행이 있듯이 그 해에 따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식물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 중 다육식물은 자라는 환경이 까다롭지 않아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아파트 베란다에서도 키울 수 있다. 선인장, 알로에, 산세베리아, 레티지아, 정야 등 종류도 많을 뿐만 아니라 잎꽂이나 꺾꽂이로 개체수를 늘릴 수 있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이런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선지식이 없는 주부들이 집안 분위기를 고려해 크고 고급스런 화분만을 고집하면 실패할 확률이 크다고 한다. 가격 면에서도 부담스럽고 화분이 무거우면 물을 흠뻑 주기가 쉽지 않아 말라죽기 때문에 처음에는 작은 식물을 선택해 화초가 자라는 기쁨을 조금씩 느낀 뒤, 조금 더 큰 화분에 도전하는 것이 좋다고.
햇빛, 통풍, 물, 영양 필요하고 정성으로 키워야
아무리 식물 키우기가 쉽다고 해도 저절로 자라는 게 아니다. 다른 종보다 손이 덜 간다는 뿐이지 식물에게 필요한 햇빛, 통풍, 물, 영양이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 특히, 분갈이도 신경 써야 할 부분으로 안락한 환경에서 뿌리가 성장할 수 있도록 자라는 상태에 따라 1∼2년에 한 번씩 분갈이를 해 주는 게 좋다.
이처럼 물만 주면 그냥 자랄 것 같은 화초라고 생각하면 오산. 화초 키우기는 아이를 키우듯 정성과 열정을 쏟아야 하기 때문에 몇 십 년 화초를 키워온 주부들이 아침에 일어나 말을 건네고 닦고 물을 주면서 친구처럼 지낸다고 하는 게 거짓은 아닐 터. 화초와 대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일 바라봐 주고 관심을 주는 만큼 건강하게 자란다는 게 전문가의 얘기다.
한편 관상용이 아니더라도 집안 공기를 정화하기 위해 식물을 키우는 가정도 많다. 의왕시농업기술센터가 발표한 공기정화식물을 살펴보면 거실, 베란다, 화장실, 침실, 주방, 공부방 등에 어울리는 식물들이 있다. 거실에는 휘발성 유기화학물질(VOC)제거 기능에 효과적인 아레카야자, 피닉스야자, 고무나무, 보스턴고사리를 추천했고 베란다는 국화분화, 허브류, 꽃베고니아, 시클라멘을 암모니아 가스 제거에 도움 되는 화장실에는 관음죽, 스파트필럼, 테이블야자, 안스림움을 꼽았다. 또한 오염물질을 제거하해 주는 침실에는 선인장, 호접란이 도움이 되고 주방에는 스킨답서스, 산호수, 기억력 향상에 도움 되는 공부방에는 필로덴드론, 피카라, 로즈마리, 팔손이나무를 선정했다.
양 대표는 “공기정화식물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보면 공부방, 화장실과 같은 환경에서 잘 자란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식물들은 그 공간의 정화 기능에 효과적일 뿐”이라며 “다른 식물과 똑같이 햇빛, 통풍, 물, 영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경 리포터 mk4961@dreamwiz.com
부담 없이 키울 수 있는 베란다 화초
천냥금-빨간색의 열매를 맺는 천냥금은 6월경에 별모양의 흰 꽃이 피고 가을에 붉게 익어 봄까지 붉은 열매를 감상할 수 있다. 실내 밝은 빛에 두고 키우며 흙이 마르면 충분히 물을 준다.
장미허브-은은한 장미향과 사과향이 나고 잎의 모양이 장미를 닮아 장미 허브라 불린다. 집안에서 키우기 쉽지만 건조하면 잎이 마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싱고니움-빛, 온도, 수분 등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식물로 생명력이 강하고 실내 공기에 함유된 독성 물질 제거에도 좋다. 수경재배도 가능하며 1주일에 1~2회 물을 준다.
타라-덩굴성식물로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두고 흙이 마르면 물을 준다. 번식력이 좋아 기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리안느-공기정화 식물로 창가 같은 밝은 곳을 좋아한다. 마리안느는 독성물질인 옥살산칼슘이 있어 흰 수액을 만지면 바로 비누로 씻어야 한다. 물은 주 1회 정도가 적당.
칼랑코에-꽃이 풍성하게 피며 개화기간이 길어 오랫동안 화사함을 느낄 수 있다. 밤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해 침실에 두면 좋다.
율마-직립모양의 가지에 수많은 가지가 나오고 잎을 건드리면 은은한 레몬향이 난다. 잎에서 나는 피톤치드는 실내 공기를 정화하고 담배냄새 제거에도 효과가 있다. 물은 주 2~3회 충분히 주고 잎에 스프레이를 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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